호박 덩굴에 행복이 주렁주렁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호박 덩굴에 행복이 주렁주렁

0 개 2,955 한일수
544.jpg

‘가꾼 데로 거두리라’이는 농사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수확량의 정도는 농사에 쏟은 정성만큼 비례해서 나타난다. 예로부터 농사의 성공 여부는 가꾸는 사람의 발길이 얼마나 빈번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발길이 빈번하다보면 작물의 생태를 알게 되고 작물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언가 파악해서 해결해주기에 작물이 잘 자라게 되는 것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오늘날 도시인들은 농사가 뭔지도 모르고 살아도 먹을 게 풍부하니까 이런 말을 알려고 애쓸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생명체는 먹을 것이 최우선으로 요청되는 것이고 먹 거리는 농사를 통해서 조달되기 때문에 농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일이 필요하다. 아무리 과학문명이 발달했어도 식품 원료를 공업적으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내 몸 하나 관리를 못하면서 독립된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개인의 의지로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식품제국주의(食品帝國主義)의 현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남태평양의 여러 섬나라들,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 국민들의 비만 율, 당뇨병 환자가 왜 늘어만 가고 있는가? 남태평양 출신 어느 산모가 2주일 된 애기에게 콜라를 마시게 하는 걸 보고 경악한 일이 있다. 콜라식민지화(Cola-Colonization)라는 말이 있다. 1940년대부터 등장한 말인데 콜라를 필두로 한 다국적 기업들의 공세로 전통 음식 문화가 무너지고 있다. 햄버거로 대표되는 쓰레기 음식(정크 푸드, Junk food)이 식탁을 점령해버려 여기에 대응할만한 세력이 힘쓸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식품제국주의자들은 갖가지 연결 고리로 정부와 연구기관, 단체, 기업들을 식민 지배하다시피 하기에 어쩔 수 없다. 

나의 건강에 대한 나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누구나 건강을 지킬 권리가 있으며 자기 몸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있다. 대부분이 그 말에 동의하고 있다. 몸에 대한 권리는 극히 사적인 문제 같지만 개인에게 실제로 그런 권리가 있었던 적은 유사 이래 많지 않았다. 신체의 자유가 보장된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그 권리가 잠시 개인에게 돌아가는 듯했지만 국가와 자본이 어느 틈에 내 몸을 규제하고 잠식하고 있다. 농업이 죽어버려 곡물, 축산물, 심지어 채소/과일까지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의 국민들이라면 광우병 소고기, 방부제/살충제로 뒤범벅이 된 쌀이나 밀가루, 유전자 조작 식품들로부터 피해갈 방도가 없으며 그로 인한 건강 침해를 당하지 않을 수도 없게 되었다. 거대 식민지배 기업들은 씨앗도 자기 회사 제품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으며 비료, 살충, 제초제도 연계하여 마케팅을 펼쳐 식민 지배하의 수요자들은 자체적으로 농사를 시도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아무리 시대가 흉흉하게 흘러가도 결국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이다. 거대 자본의 이익 때문에 나의 건강을 헤쳐서도 안 되고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이 침해를 당해서도 안 된다. 문제는 각자가 내 몸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정확히 알고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주위 사람들과도 정보를 교환하고 격려하는 일이다. 

가이아의 정원(Gaia’s Garden)이라는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텃밭에서 뒷 산 까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퍼머컬쳐(Permaculture, 영속성과 농업, 문화의 합성어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모방하여 지속 가능한 인간 거주지를 만들려는 생태 디자인 방법론)를 제시하고 있다. 가이아(Gai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이름이다. 한국같이 아파트 문화가 지배하는 가정에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뉴질랜드같이 대지 300 평 정도의 단독 주택에서는 적용하기가 적절한, 보기 좋고 생태적이고 먹 거리도 나는 정원을 조성하는 방법들이 망라되어 있다. 

544 1.jpg

이민 와서 새집이지만 하프 섹션(Half section)인 도시 지역에서 살다가 헌 집이지만 땅이 넓은 전원주택에서 살아보게 되었다. 은퇴 후의 삶이지만 아내는 밭작물 가꾸기에 몰입하여 갖가지 채소들을 자급하게 되었다. 다시 도시 지역으로 이사 왔지만 다행이 풀 섹션(Full section) 집이라 정원이 꽤 넓고 채소밭이 조성되어 있는데다 온실까지 구비하고 있어서 농사일을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 몸에 좋다는 작물을 거의 다 재배하고 있고 잡초라고 업신여기던 민들레, 씀바귀, 질경이 등도 공짜로 채취해서 먹고 있다. 한국에 2-3개월 씩 다녀오는 아내는 한국에 있으면서도 마음은 채소밭에 늘 상 있는듯했다. 매일 같이 채소 안부를 묻는데 전에 같으면 잘 자라고 있다고 대답하면 그만이지만 요새는 스마트 폰이 있어 사진까지 찍어 보내라고 하니 대충 넘어갈 수도 없게 되었다. 호박 모종을 심어 놓고 한국에 갔는데 매일 물을 주었더니 호박 덩굴이 펜스를 타고 십 미터 이상 뻗어나는데 벌 나비들이 모여들더니 호박이 주렁주렁 열리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눈에 띄게 자라나는데 우리 집 행복이 주렁주렁 메 달려 커가는 것 같다. 새끼 손톱 절반만한 씨앗에서 나온 싹이 어느새 커서 메주덩어리 만한 호박들이 주렁주렁 메 달려 있는 것을 보고 행복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정원을 가꾸는 일이 즐기고 행복하기 위함이라면 관상수가 아니더라도 작물을 심어 커가는 것을 보고 생명 식품인 그 결실을 먹으면서 행복해지면 어떨까? 4군자에 들지는 않지만 호박, 수세미, 오이, 토마토 등 채소는 문인화(文人畵) 소재로도 일품인데…….

일곱 베일의 춤

댓글 0 | 조회 4,507 | 2016.03.10
‘모든 괴짜가 다 천재(天才)인 것은 아니지만, 모든 천재는 다 괴짜이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는 19세기 말을 대표하는 아… 더보기

중국인들이 몰려온다

댓글 0 | 조회 5,290 | 2016.02.24
우리가 흔히 중국 사람이라고 말하는 중국인은 내용적으로 각각 성격이 다른 부류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영어로 표… 더보기

꿀벌이 지구를 떠난다면

댓글 0 | 조회 2,444 | 2016.02.11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 박사는 ‘만일 지구상에서 어떤 이유로든 꿀벌이 사라지게 된다면 인류 또한 4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더보기

부자 3대는 못가도 먹는 것은 3대 간다

댓글 0 | 조회 2,334 | 2016.01.27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부자 3대’ 이야기는 오늘날에 와서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다. 한 번 부자의 반열에 오르면 계속 그 지위를 유지하기가 쉬운 오… 더보기

음악과 영혼과 사랑

댓글 0 | 조회 2,353 | 2016.01.13
누군가의 영혼에 잔잔한 파도라도 일으킬 수 있다면 그 인생은 보람 있는 일을 한 것이리라. 문학과 예술은 인간 영혼의 문제를 다루는 가장 원초적인 관계를 맺어 왔… 더보기

주례 없는 주례사

댓글 0 | 조회 6,073 | 2015.12.23
결혼을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대두되는 고민거리 하나가 주례(主禮)를 누구로 모시느냐이다. 신랑 신부 측 부모님과 당사자들과의 의견 조율도 필요하고 주례자를 통해서… 더보기

옮겨심기

댓글 0 | 조회 2,919 | 2015.12.10
내가 서울에서 마지막까지 살았던 집은 30평 정도의 정원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는 잡종 난초과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화초가 나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아침이면 보… 더보기

모자이크 사회

댓글 0 | 조회 5,284 | 2015.11.26
현대사회는 모자이크(Mosaic)와 같다. 하나의 모자이크가 훌륭한 예술품으로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참여한 각자의 조각들이 제 자리에서 제 몫을 해주… 더보기

하우스 쇼핑(Ⅱ)

댓글 0 | 조회 2,399 | 2015.11.11
일생일대의 중대한 선택은 배우자를 고르는 일일 것이다. 중요한 만큼 고려하는 사항도 많다. 흔히 ‘A’ 에서 ‘H’까지를 점검한다고 한다. 즉 Age(나이), B… 더보기

하우스 쇼핑(Ⅰ)

댓글 0 | 조회 2,673 | 2015.10.29
뉴질랜드 생활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경험하는 문화적 변화가 오픈 홈(Open home) 시스템일 것이다. 우선 렌트할 집은 마운트 로스킬(Mt Roskill) … 더보기

풍수 - 믿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댓글 0 | 조회 3,345 | 2015.10.14
부동산 광고를 보거나 부동산 옥셔니어(Auctioneer)의 외치는 소리를 들어보면 제일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로케이션(Location) 이다. 부동산(不動産)은… 더보기

돈이 되는 내 집 찾기 (Ⅱ)

댓글 0 | 조회 2,880 | 2015.09.24
조선 시대의 어떤 부자 노인이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며느리들을 테스트해 보았다. 세 며느리들한테 쌀 한 가마니씩을 나눠주고 이 쌀 가지고 한 달 동안 살… 더보기

돈이 되는 내 집 찾기 (I)

댓글 0 | 조회 3,097 | 2015.09.09
‘씨 뷰 (Sea view)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이민을 준비할 때부터 집을 살 때 바다가 보이는 위치의 중요성에 대해서 수없이 들… 더보기

보는 눈에 돈 들어온다(Ⅱ)

댓글 0 | 조회 2,548 | 2015.08.26
역사상 가장 대박 난 부동산 거래는 알래스카일 것이다. 알래스카는 미국의 49번째 주이고 남한 땅의 16배 이상 되는 넓이로 미국의 주 중에서 가장 크다. 174… 더보기

보는 눈에 돈 들어온다(Ⅰ)

댓글 0 | 조회 2,266 | 2015.08.13
‘눈이 보배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눈이 우리 몸에 있어서 또는 삶에 있어서 소중하고 중요하여 마치 보물과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 되겠다. 시력이 좋… 더보기

느림의 아름다움

댓글 0 | 조회 1,839 | 2015.07.28
신입 사원 시절에 성질이 따발총 콩 튀기 듯 하던 과장 밑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하루는 무슨 업무 처리 문제로 따발총이 콩 튀기 시작했는데 나한테 불호령이 떨… 더보기

바이칼 호수에서 아오테아로아 까지

댓글 0 | 조회 5,981 | 2015.07.15
“나는 바이칼 호의 가을 물결을 바라보면서 이 글을 쓰오. 나의 고국 조선은 아직도 처서(處署) 더위로 땀을 흘리리라고 생각하지마는 고국서 칠천 리, 이 바이칼 … 더보기

70% 행복론

댓글 0 | 조회 2,641 | 2015.06.23
며칠 전에 정원 일에 쓰일 외바퀴 손수레인 휠배로우(Wheelbarrow)를 구입한 일이 있다. 거름흙을 운반하느라 처음 사용해봤는데 적재량을 잘 조절해서 균형을… 더보기

남자는 나이 70에야 철이 든다

댓글 0 | 조회 7,108 | 2015.06.09
“어느 남자가 하느님한테 가서 하소연을 했다. ‘하느님, 왜 남편은 하루 종일 고생하며 돈 벌어서 집에 갖다 주는데 아내는 남편이 벌어 온 돈 가지고 흐늘거리며 … 더보기

김포공항에서 주저 앉아버린 애 엄마

댓글 0 | 조회 4,035 | 2015.05.26
뉴질랜드로의 한국인 이민 물결이 한창 상승세를 이룰 무렵 1995년 5월에는 하나은행에서 주관하는 이민자 영어교실 멤버들의 야유회가 열렸다. 남서울대공원에서 열린… 더보기

아들리느 결혼식에 가슴을 치는 남자

댓글 0 | 조회 2,836 | 2015.05.13
‘어느 날 왕비가 죽었다. 그리고 3일 후 왕도 죽었다.’라는 표현은 사실적인 기록이다. 그러나 ‘어느 날 왕비가 죽었다. 3일 동안 죽은 왕비를 그리워하며 애통… 더보기

울어버린 두꺼비

댓글 0 | 조회 2,488 | 2015.04.29
두꺼비는 예로부터 복(福)과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한국의 민간 전설 ‘두꺼비와 지네’에서는 자기를 키워준 소녀를 위하여 침입한 지네와 싸워 함께 죽고… 더보기

흙에서 살리라

댓글 0 | 조회 2,559 | 2015.04.14
어찌하여 사람들은 흙을 멀리하고 자꾸 하늘로만 치솟으려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벨탑(The tower of Babel) 이야기는 현대에 살고 … 더보기

삶이냐 퍼포먼스냐

댓글 0 | 조회 2,821 | 2015.03.24
인류문화사의 흐름에서 시대구분을 할 때 고대 신화시대, 중세 종교시대, 근대 과학시대, 현대 예술시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대 21세기 현대는 예술 가운데서도 퍼… 더보기
Now

현재 호박 덩굴에 행복이 주렁주렁

댓글 0 | 조회 2,956 | 2015.03.10
‘가꾼 데로 거두리라’이는 농사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수확량의 정도는 농사에 쏟은 정성만큼 비례해서 나타난다. 예로부터 농사의 성공 여부는 가꾸는 사람의 발길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