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덩굴에 행복이 주렁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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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덩굴에 행복이 주렁주렁

0 개 3,305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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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꾼 데로 거두리라’이는 농사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수확량의 정도는 농사에 쏟은 정성만큼 비례해서 나타난다. 예로부터 농사의 성공 여부는 가꾸는 사람의 발길이 얼마나 빈번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발길이 빈번하다보면 작물의 생태를 알게 되고 작물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언가 파악해서 해결해주기에 작물이 잘 자라게 되는 것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오늘날 도시인들은 농사가 뭔지도 모르고 살아도 먹을 게 풍부하니까 이런 말을 알려고 애쓸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생명체는 먹을 것이 최우선으로 요청되는 것이고 먹 거리는 농사를 통해서 조달되기 때문에 농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일이 필요하다. 아무리 과학문명이 발달했어도 식품 원료를 공업적으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내 몸 하나 관리를 못하면서 독립된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개인의 의지로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식품제국주의(食品帝國主義)의 현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남태평양의 여러 섬나라들,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 국민들의 비만 율, 당뇨병 환자가 왜 늘어만 가고 있는가? 남태평양 출신 어느 산모가 2주일 된 애기에게 콜라를 마시게 하는 걸 보고 경악한 일이 있다. 콜라식민지화(Cola-Colonization)라는 말이 있다. 1940년대부터 등장한 말인데 콜라를 필두로 한 다국적 기업들의 공세로 전통 음식 문화가 무너지고 있다. 햄버거로 대표되는 쓰레기 음식(정크 푸드, Junk food)이 식탁을 점령해버려 여기에 대응할만한 세력이 힘쓸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식품제국주의자들은 갖가지 연결 고리로 정부와 연구기관, 단체, 기업들을 식민 지배하다시피 하기에 어쩔 수 없다. 

나의 건강에 대한 나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누구나 건강을 지킬 권리가 있으며 자기 몸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있다. 대부분이 그 말에 동의하고 있다. 몸에 대한 권리는 극히 사적인 문제 같지만 개인에게 실제로 그런 권리가 있었던 적은 유사 이래 많지 않았다. 신체의 자유가 보장된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그 권리가 잠시 개인에게 돌아가는 듯했지만 국가와 자본이 어느 틈에 내 몸을 규제하고 잠식하고 있다. 농업이 죽어버려 곡물, 축산물, 심지어 채소/과일까지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의 국민들이라면 광우병 소고기, 방부제/살충제로 뒤범벅이 된 쌀이나 밀가루, 유전자 조작 식품들로부터 피해갈 방도가 없으며 그로 인한 건강 침해를 당하지 않을 수도 없게 되었다. 거대 식민지배 기업들은 씨앗도 자기 회사 제품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으며 비료, 살충, 제초제도 연계하여 마케팅을 펼쳐 식민 지배하의 수요자들은 자체적으로 농사를 시도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아무리 시대가 흉흉하게 흘러가도 결국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이다. 거대 자본의 이익 때문에 나의 건강을 헤쳐서도 안 되고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이 침해를 당해서도 안 된다. 문제는 각자가 내 몸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정확히 알고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주위 사람들과도 정보를 교환하고 격려하는 일이다. 

가이아의 정원(Gaia’s Garden)이라는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텃밭에서 뒷 산 까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퍼머컬쳐(Permaculture, 영속성과 농업, 문화의 합성어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모방하여 지속 가능한 인간 거주지를 만들려는 생태 디자인 방법론)를 제시하고 있다. 가이아(Gai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이름이다. 한국같이 아파트 문화가 지배하는 가정에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뉴질랜드같이 대지 300 평 정도의 단독 주택에서는 적용하기가 적절한, 보기 좋고 생태적이고 먹 거리도 나는 정원을 조성하는 방법들이 망라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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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와서 새집이지만 하프 섹션(Half section)인 도시 지역에서 살다가 헌 집이지만 땅이 넓은 전원주택에서 살아보게 되었다. 은퇴 후의 삶이지만 아내는 밭작물 가꾸기에 몰입하여 갖가지 채소들을 자급하게 되었다. 다시 도시 지역으로 이사 왔지만 다행이 풀 섹션(Full section) 집이라 정원이 꽤 넓고 채소밭이 조성되어 있는데다 온실까지 구비하고 있어서 농사일을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 몸에 좋다는 작물을 거의 다 재배하고 있고 잡초라고 업신여기던 민들레, 씀바귀, 질경이 등도 공짜로 채취해서 먹고 있다. 한국에 2-3개월 씩 다녀오는 아내는 한국에 있으면서도 마음은 채소밭에 늘 상 있는듯했다. 매일 같이 채소 안부를 묻는데 전에 같으면 잘 자라고 있다고 대답하면 그만이지만 요새는 스마트 폰이 있어 사진까지 찍어 보내라고 하니 대충 넘어갈 수도 없게 되었다. 호박 모종을 심어 놓고 한국에 갔는데 매일 물을 주었더니 호박 덩굴이 펜스를 타고 십 미터 이상 뻗어나는데 벌 나비들이 모여들더니 호박이 주렁주렁 열리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눈에 띄게 자라나는데 우리 집 행복이 주렁주렁 메 달려 커가는 것 같다. 새끼 손톱 절반만한 씨앗에서 나온 싹이 어느새 커서 메주덩어리 만한 호박들이 주렁주렁 메 달려 있는 것을 보고 행복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정원을 가꾸는 일이 즐기고 행복하기 위함이라면 관상수가 아니더라도 작물을 심어 커가는 것을 보고 생명 식품인 그 결실을 먹으면서 행복해지면 어떨까? 4군자에 들지는 않지만 호박, 수세미, 오이, 토마토 등 채소는 문인화(文人畵) 소재로도 일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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