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Vintage), 타이밍의 미학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빈티지(Vintage), 타이밍의 미학

0 개 2,396 피터 황
542.jpg

8090년대 거대한 문화복고의 열풍이 한국을 휩쓸었다. 쇼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옛 가수들의 콘서트가 불씨가 되어 영화, 음식까지 청년세대뿐 아니고 장년층까지 어려웠던 시절을 추억하게 하고 장소를 끊임없이 찾게 했다. 이러한 복고의 열풍을 두고 힘들었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서 어려운 현실을 위안해 보려는 심리라고들 한다. 하지만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삶을 통해서 이만큼 와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과거를 돌이켜 현재의 자리를 확인해 보는 것은 다시 힘을 내어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도움이 된다. F. 실러는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하고 있다.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간다.’고 했다. 결국 영원을 꿈꾸는 것은 미성숙한 이들의 허무한 바램이다. 모든 것은 소멸한다. 

와인을 오래 보관할 수록 숙성이 되어 맛이 좋아진다고 믿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최적의 숙성시기가 있다. 그때가 와인을 즐길 타이밍이다. 와인이 생산된 연도를 빈티지(Vintage)라고 한다. 같은 포도원에서 생산한 동일한 와인일지라도 생산한 년도에 따라 맛과 가치는 달라진다. 그래서 와인을 선택할 때는 산지와 품종 외에 빈티지도 고려해서 선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와인은 다른 술과 달리 물이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 과일만으로 만든 양조주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생산된 와인마다 보관이 가능한 기간(Cellar Potential)이 있다. 와인을 숙성시켜 먹는 것은 초기의 떫고 시었던 맛이 부드럽고 원만해지며 와인에 복합적인 맛과 향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와인이 숙성에 의해 맛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와인의 생명주기에 따라 마실 시기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마실 최적의 타이밍을 놓치면 맛은 점차 시들어진다. 

와인의 품질은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달라지는데, 무엇보다도 포도의 숙성과 발육을 결정짓는 날씨에 따라 스타일이 결정된다. 그러다 보니 심술궂은 자연의 시샘으로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보면 큰일이다. 포도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에 불어 닥치는 혹한이나 서리, 한창 포도 알이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시기에 찾아온 병충해, 수확기의 지나친 강수량 등은 포도의 품질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된다. 적절한 타이밍과 알맞은 강우량, 충분한 일조량 하에서 생산된 와인의 품질은 당분, 산, 타닌이 조화를 이루고 아로마와 부케가 풍부하다. 그러므로 우수한 와인 생산에 있어서 적합한 날씨는 절대 조건이다. 어느 해에 생산했느냐에 따라 와인의 맛은 물론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되는 것이다. 

빈티지는 포도 수확 당시 포도 품질의 상태를 말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와인 애호가들은 와인의 품질이나 성격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항상 빈티지 차트를 참고하여 와인을 구입한다. 빈티지 차트는 전세계와인의 품질과 숙성도 안내서(A General guide to the quality and drinkability of the world’s wines)라고 할 수 있다. 

빈티지 차트에는 와인을 마시기에 적절한 시기를 나타내는 숙성도가 컬러로 표시되는데 그것은 품종, 제조방법, 생산지역에 따른 와인의 전성기를 알려준다. 예를 들면 보르도에서 생산된 카베르네 소비뇽처럼 장기숙성와인(김장김치와 같은)이 있는가 하면 보졸레에서 생산된 보졸레 누보(겉절이김치와 같은)와 같이 와인의 숙성기간이 짧은 와인이 있다. 이렇듯이 오랜 침용과정을 거치고 오크통에서 충분한 숙성을 필요로 하는 복합 미를 추구하는 와인과 짧은 숙성기간을 보낸 상큼하고 풋풋한 햇 와인은 양조방법은 물론이고 보관기간까지 다르다. 그러므로 와인은 무조건 오랫동안 묵혀서 마시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와인에 따라 최적의 숙성시기에 마셔야만 그 품종과 지역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을 받을 수가 있다. 즉 오래 두고 묵혀서 병 숙성을 해야만 잠재적인 맛이 우러나오는 와인이 있는 반면 오래 두고 마시면 식초가 되어 버리고 마는 와인도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와인을 생산한다는 것을 하나의 예술로 여겨왔고 주어진 환경과 자연에 순응하고 의존하여 와인을 생산했기 때문에 빈티지는 아주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래서 전통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생산방법과 테루아(Terroir, 토양, 기후 등 자연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유럽의 구 대륙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 와인의 맛이 크게 좌우된다. 그러나 신대륙 와인(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 호주, 뉴질랜드)은 발달된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응용하여 지속적으로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고 날씨의 변화가 유럽대륙처럼 심하지 않아서 빈티지를 중시하지 않는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아무리 예쁜 꽃도 열흘 동안 붉은 법은 없는 법이다. 그렇게 좋던 시절은 한 순간에 훅 간다. 결국 괴테의 말처럼 ‘평범하지만 오직 오늘 만이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우리는 이미 이순간 늙어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기도 하다. 어쩌면 오늘 이 순간 온 힘을 다해 화려함을 뽐내는 분홍 꽃은 지기 때문에 사라지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0 | 1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9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4 | 10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2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4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4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2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7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7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3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4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3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5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1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8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9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6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9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7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4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2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4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