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크리스마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조용한 크리스마스

0 개 1,260 한얼
크리스마스는 새해와 함께 별 일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다행스럽게도.

행사들을 싫어하는 편이고, 기념일은 매번 잊어버리는 유형의 사람인지라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 있어서 구경 이상으로 참여해야 하는 그런 ‘특별한’ 모든 종류의 날짜는 그저 사절해야 할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크리스마스는 조금 특이하다. 좋아하는 편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크리스마스의 절차 - 선물 교환, 기념 저녁 식사 등 - 때문이 아니라 분위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모든 사람들은 평소보다 조금 더 행복해 보인다. 이유는 모르겠다. 한 해의 마지막 휴일이라서 그런 걸까? 선물을 주고 받으니까 (이건 확실히 좀 좋긴 하겠다)? 다른 모든 공휴일들에 비교해도 크리스마스는 유난히 더 즐거운 날이다. 좀 더 행복과 기쁨을 중시하는 흐름 탓일까.

확실히,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사항에는 우울함이나 진지함이 거의 - 또는 전혀 - 없다. 캐롤들은 하나같이 흥겹거나 로맨틱하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휴일은 기분 좋을 테니까. 하다못해 ‘벽난로에서 코코아와 구운 밤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무드는 정말 낭만적이고.

제아무리 시니컬한 애늙은이라도 마음이 훈훈해질 것이다.

물론 크리스마스에 얽힌 종교적 의미도 무시할 순 없다. 학교에서 고전과 역사를 공부했던 사람으로써 크리스마스는 학구적으로도 대단히 흥미로운 축일이고, 교회며 성당들은 12월의 첫날부터 완전한 축제 준비에 들어선다. 어렸을 때엔 교회에서 맛있는 것과 선물을 준다기에 별 생각 없이 엄마를 따라가곤 했지만 지금은 따뜻함을 느끼고 싶어 참석한다. 축하할 일이 별로 없는 지라 가끔은 이런 식으로 느껴보고 싶어서.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를 달리 축하하진 않고, 특별한 음식을 먹거나 선물을 교환하진 않지만, 모두가 함께 모였다는 조용함만은 은근히 즐기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나나 동생이야 한 번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그건 거의 15년 전이고, 그 이후로 받은 적은 없다.) 끽해야 크리스마스나 복싱 데이 기념 세일을 노리고 쇼핑을 하는 정도랄까, 그 이상으로 축하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일상의 리듬을 깨뜨리는 것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두 사양하고 싶은 게 정직한 마음이다. 아아, 이 나무늘보 같은 생물체 같으니라고.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연말에 겹친 여러 가지 일과 겹쳐 어영부영 흘려 보내고 말았다. 가족과 떨어져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였다. 뉴질랜드에서도 별달리 특별하게 보냈을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족과 함께 하는’ 휴일에 혼자 따로 떨어져 있다는 게 조금 신경 쓰이긴 했던 것 같다. 비록 또 다른 가족과 함께 있긴 했어도.

이렇게 고백하자면 좀 슬프지만, 정말 하는 일 없이 멍하니 보낸 것 같다. 불과 일주일 전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 내가 뭘 했더라. 그 ‘특별한’ ‘가족들의’ 휴일에. 케이크는 먹지 않았던 것 같고, 선물도 사거나 주거나 받지 않았던 것 같다. 메리 크리스마스, 라는 인사도 안 했던 것 같고. 그나마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일 중 가장 가까운 일을 한 거라면 코코아 한 잔을 마신 것이겠지만, 그건 벽난로 앞에서도 아니었고 코코아야 거의 매일 한 잔씩 마시고 있으니 패스.

그리고 그게 썩 나쁘진 않다. 생애 유일할 스물 몇 번째의 크리스마스를 또 한 번 이렇게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도. 매년 그래왔듯이. 12월 25일이야 변함 없이 돌아오는 것이고, 그 불변성과 영원성에 가치를 두는 것이니까. 아, 물론 그리고 그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에도. 다른 어떤 휴일도 가지지 못한, 크리스마스만의 특별함.

적어도 아직까진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낸 적은 없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0 | 1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9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4 | 10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2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4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4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2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7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7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3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4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1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5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1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8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9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6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9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7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4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2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4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