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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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영어

0 개 1,924 박지원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외국인에게 크게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다른 학원은 거의 다니지 않았지만 영어회화학원만큼은 꾸준히 다녔던 것이 비결 아닌 비결이기도 하겠지만, 당시에 한국에선 흔치 않았던 외국인들만 보면 울었던 아주 아기였던 시절에도 유일하게 방긋거리는 아이가 나였다고 한다. 그냥 별로 생각이 없었든지, 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뉴질랜드에 오기 전- 기본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최소투자 최대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전화영어”와 “영국 드라마 반복시청”이였다.

전화영어는 비용이 저렴한 편이었다. 우선,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니 전화가 왔다. 취미가 뭐니, 왜 전화영어를 하고 싶어졌니 등등을 영어로 물어보았다. 그에 맞춰 영어로 대답을 했더니 통화가 종료되었고, 인터넷으로 성적표가 떴다. 이를테면 현재 실력에 대한 평가를 겸한 전화인 것이다. 그리고 무슨 요일 언제 전화를 받고 싶은지 체크를 했더니, 그 날 그 시각마다 필리핀에서 전화가 왔다. 그에 따른 나의 수업준비는 그날그날의 대본을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이렇게이렇게 말하면 이렇게이렇게 대답하겠지? 하며 질문거리, 대답할 거리를 직접 적어보는 것. 이렇게 해서 하루에 최소 한 시간을 영어에 투자하게 되었다. 하루 10분 혹은 20분씩 진행되는 전화영화의 또다른 장점은 우선 장소불문이라는 것이었고, 제스처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로지 언어만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밖에 없었고, 또한 상대방이 그 때 그때 틀린 문법을 고쳐주었다. 몇몇 사람들은 필리핀 악센트 때문에 불안해하며 신청을 꺼렸지만, 나보다는 영어를 잘할 거라고 생각하면 문제는 간단해졌다. 어차피 영어에서 표준발음이라는 공식은, 일상생활에서는 이미 파괴되었다.

그리고 나서는 같은 영국 드라마를 반복해서 보았다. 같은 책도 최소 세 번 읽어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머리 나쁜 나로서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시즌 2 정도를 모두 다 보면 갖가지 구문들을 익힐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욕이라든가 제스처들도. 그마저도 추리물, 판타지는 볼 수가 없었다. 그런 인과들과 수많은 인물관계도는 한글로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틴에이저물, 홈드라마 같은 것 위주로 같은 것을 반복해서 보았다. 이왕이면 눈이 즐거워야하니 편집도 화려한 것으로 골랐다. 그렇게 한 달 반 정도를 준비하고 뉴질랜드에 오니 말이 원어민처럼 술술술 나왔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그냥 의사전달과 대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나머지는 눈치껏 이해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눈치껏 이해했던 말들의 원래 뜻을 알게 되고 써먹게 되었다.

영어에 대해 자신감이 없으면 아예 생각같은 것을 안 해야 되는게 맞는 것 같다. 문법 이런 것을 모르면 확실히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차라리 모르면 절박해져서 어떻게든 의사전달의 방법을 찾게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회식, 약속자리에서 무슨 말을 할지 조사해간다든가 하는 식으로.

그 때 그 때 하는 영어로 먹고 살 수 있을 때는, 그런 영어를 하면 크게 문제는 없는 듯 싶다. 전문적인 영어가 필요할 때는 공부를 조금 더 해가면 되는 것이고. 우리는 애초에 언어를 그렇게 배웠다. 배고플 땐 맘마, 애정을 갈구할 땐 엄마, 처음 만날 때는 안녕하세요 같은. 책상 앞에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그냥 그렇게 하늘하늘 혀를 놀리고 머리를 굴리다보면, 어쨌거나 즐거우면 그만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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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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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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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독재의 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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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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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754 | 201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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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731 | 2015.02.11
배에 배럴들을 묶는 법을 확인한 후, N과 나는 대머리 아저씨의 낡은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버스에서는 강 냄새가 났다. 비린 버스였다. 거리를 달리는 동…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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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댓글 0 | 조회 1,714 | 2013.09.24
칼럼. 칼럼이란 것을 쓴 지 1년이 되었다. 그 뜻은 내가 여기 온지 1년이 조금 넘었다는 뜻일 것이다. 2012년 6월 초순, 워킹홀리데이라는 비자로 뉴질랜드로… 더보기

피곤한 고양이

댓글 0 | 조회 1,707 | 201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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