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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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

0 개 1,630 박지원
카페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각 오후 6시. 조금씩 지면을 향해 낙하하는 노을들이 수면 위의 카페를 빛내고 있었다. 폐선을 개조해서 만든 건지. 디자인 컨셉을 그렇게 잡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외관상 훌륭한 디자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별 기대없는 하얀 접시와 별 무리없는 색깔의 갈색 나무 테이블. 그리고 곧이어 나온 음식은, 뉴질랜드에서 먹었던 외식 중 가장 맛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음식에 대한 묘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멋진 요리였다. 따뜻한 요리. 가게의 컨셉 자체를 끌어올리는 담긴 요리. 카페를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을 그대로 담은 요리.

접시를 닦듯이 비운 후 밖에 나오니 어느덧 크래프트 비어를 마시러 가야할 일정이었다. 아까의 술 같은 택시에서 받은 네임카드로 문자를 하니 거짓말처럼 택시가 왔다. 이번 택시기사 아저씨의 목에서는 고드름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우거진 성에를 헤치는 듯한 목소리는 크래프트 비어를 즐기기에 좋은 가게를 추천해 주었다. 그리고 그는 조금은 재미없는 개그 한 자락을 들려주었다. 나는 택시 문을 닫았다.

넬슨 시티 중심부에 자리한 그 가게는 마치 성에처럼 인파들로 우거져있었다. 웰링턴과는 달리 모두가 백인들뿐인 것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치킨과 맥주를 시키자니 또 무엇인가 우스운 것이었다. 워킹홀리데이 1년을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내가 아직도 긴 여행을 멈추지 못한 채, 살겠다고 싸겠다고, 식거리를 주문한다. 이것은 조금은 재미없는 개그 같기도 했다. 나는 수제 맥주와 닭의 날개들을 받아들고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맛 또한 환상적이었다. 맥주는 그렇다치고, 닭의 날개는 정말 굉장한 맛이었다. 뉴질랜드에도 이렇게 맛있는 닭이 있었다니. 세상 모든 닭의 날개들이 푸드덕거리며 혀 위에서 날아오르는 그런 맛이었다. 나는 입맛이 꽤 까다롭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다.

스니커즈와 41˚30'S  172˚50'E에 혹사당한 발바닥이 조금 아파서 신발을 벗고 화장실에 갔다가 깊은 협곡 같은 V넥 티셔츠를 입은 여직원에게 혼이 났다. 내 발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볼멘 불안을 던지는 붉은 입술이 상하로 거칠게 움직였다. 깊은 쌍커풀 속 그녀의 눈알이 그녀의 짧은 핫팬츠 속 강조된 엉덩이처럼 터질 듯이 빛났다. 나는 신발을 신고 나왔다.

근처의 카운트다운을 들러 포도와 와인을 디저트 겸으로 샀다. 욱신욱신하는 발바닥을 들어 백패커의 방 안에 내려놓았다. 욕조에 물을 받고 이제는 짐승의 뒷발 같은 그것을 온수에 담그고 와인 한 병을 마셨다. 갑자기 고량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감겨가는 눈을 뜬 후 아이폰을 들어 오늘 걸은 양을 체크해 보았다. 14.23km. 나는 그대로 침대 위에 누웠다. 오후 11시 30분.

오전 7시. 아침. 일요일. 신발을 버리고 싶었다. 조금씩 조금씩 걸어 이동을 했다. 나를 실은 버스가 조금씩 조금씩 이동을 하는 것이 느껴지고 눈을 떴다. 픽턴이었다. 픽턴은 아름답다. 항구에 들어가 아름다운 픽턴을 조망하다가 배에 올랐다. 배는 나름의 첨단공법으로 리모델링된 최신 배였다. 몽롱한 상태로 배에 입장했을 때 나는 호텔 건물에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 곳곳에 늘어선 소파들과 그 위에 늘어진 사람들. 배가 고파서 음식을 사먹었다. 3일 내내 밖에서 이렇게 잘 먹은 것은 처음이었다.(외식을 믿지 못하는 나는 대부분의 음식을 집에서 해 먹는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니. 웰링턴이었다.

한 뼘 정도를 지나온 느낌이었다. 웰링턴에서 넬슨은 느낌상 꼭 그만큼의 거리였다. 그리고, 뉴질랜드 생활을 한 지 3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도 꼭 그만큼의 여행을 한 느낌이다. 이제 한뼘 정도를 통과한 것 같은 그런 마음이다. 시점과 공간, 지나갈 세월들 위에 이루어질 방점 아닐 방점들이 이 한 뼘을 다시 반 뼘으로 만들런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긴 여행에 대한 돌아봄을 위해 잠깐의 휴식은 분명 필요한 듯 싶다. 마치, 반 뼘 같았던 삶을 한 뼘으로 채워줄 수도 있는 여백의 미 같은 것.

한 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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