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익숙해져야만 하는 것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이사- 익숙해져야만 하는 것

0 개 1,782 한얼
이사를 가게 되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좀 더 길게 설명하자면,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에 거처를 옮기게 된 것이다. 살고 있던 집에서 할머니 댁으로, 그리고 이곳에서 또 다른 집으로. 무척 피곤하고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사 경험은 나름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결코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물론 누가 이사를 좋아하겠냐 마는). 짐을 싸고 옮기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 느낌. 낯선 느낌, 전까진 모르던 장소가 앞으로는 내 집이 될 것이라는, 익숙해져야 하는 그 의무감이 정말 싫다. 때문에 새로 이사온 집에선 며칠 동안이나 그 낯섦에 시달려야 했다. 잠을 방해하고, 뭘 먹던 맛도 잘 느껴지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어도 편하지 못하다. 깨어 있는 악몽처럼. 일종의 필수적인 의례이다.

하지만, 익숙해지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 삶이 던져주는 뜻밖의 커브볼들이 다 그렇듯이. 적응하던가, 실패하던가. 인생이란 허들을 뛰어넘는 경주의 연속인 것이다.

할머니 댁에 익숙해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지난 1년간 꾸준히 찾았던 곳이고, 예전에 잠시 지내보기도 했으므로 내 집처럼 편안한 것이다. 나름대로 이곳에도 정이 들었었는데 또 떠나야 한다니, 참 앞날이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말을 뼈저리게 절감했다.

이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짐을 싸고 옮기는 것이다. 상기했듯 나는 이 과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건을 꺼내서 정리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옮기기 위해 포장하고, 싸는 것은 잘 하지도 못한다. 이식하는 데에는 제자리가 없는 탓이다. 그 전에, 물건들을 ‘제자리에’ 포장하고 옮기는 법이라도 있단 걸까? 뭔가 고정된 요소가 없으면 금방 불안해지고, 그래서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더욱이 정해진 데드라인까지 있을 경우엔 더더욱.

워낙 섬세함이라던가, 그런 도움될 만한 점들은 죄다 결여된 탓에 나는 물건 정리를 잘 하지 못한다. 끽해야 색깔별로 맞게 주욱 늘어놓는 정도일까. 그렇기에 책상이나 방도 항상 너저분하다. 물건을 포장할 땐 하물며 더하다. 깨질 물건은 아예 손도 대지 않고, 끽해야 내 물건이나 상자나 가방 따위에 꾸역꾸역 쑤셔 넣을 뿐이다. 하지만 그 ‘쑤셔 넣음’에도 나름대로의 정의는 있다고 말하고 싶다. 딱히 뭐라고 설명할 수 있거나 정해진 선은 아니지만, 꺼내기 쉽게 차곡차곡 쌓아서 넣는다던가 하는 정도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비록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나는 그 정도가 좋다. (꼼꼼한 독자라면 내 글에서 자주 느꼈을 지도 모르겠지만)‘정돈된 혼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사가 그런 식이다. 완벽하게 깔끔하면 당연히 기분이 좋지만 어느 정도 흐트러져 있으면 왠지 푸근하고 편안하다. 굳이 100%가 아니어도 괜찮아, 라는 그 느낌.

안타깝게도 나의 이런 심정을 이해해주는 이는 없고, 그래서 물건을 정돈하거나 포장할 때는 방해만 되니 저리 가라는 소리를 듣거나, 허드렛일만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정도라도 도울 수 있으면 나는 만족한다. 모두가 일하는데, 가만히 있는 것은 질색이기 때문이다.

할머니댁의 경우엔, 집 자체의 크기는 그다지 크지 않은데 그 안에 숨겨진 어마어마한 양의 잡동사니들에 경악하고 말았다. 세월 동안 자연스럽게 쌓인 생활의 무게란 그 정도인 것이다. 음식부터 시작해서 그릇들, 옷들, 책들…… 그야말로 경악과 경탄 사이였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할머니, 여기 있는 것들 중에 필요 없는 건 다 버리시는 게 어때요?”

“이 중에 필요 없는 게 어디 있겠니? 전부 다 쓸 일이 있어 가지고 있던 것을.”

자신이 살았던 곳만큼, 자신의 물건에 대한 애착도 해가 갈수록 강해지는 구나. 불변의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

레몬 나무 - 행복의 상징

댓글 0 | 조회 2,002 | 2012.10.09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것들 중에 레몬 나무가 있다. 물론 빈약한 나무는 안 된다. 적어도 몇 년은 묵어서 완전히 크게 자란 것, 해마다 한 번은 열매가 주렁… 더보기

눈물에 대한 생각 몇 가지

댓글 0 | 조회 1,993 | 2015.11.26
눈물이 헤픈 편이다. 사소하고 별 것 아닌 자극에도, 조금만 감정이 북받쳐 올라도 목소리가 먼저 떨리고 바로 눈 앞이 흐려질 만큼. 감정적이라고 부르는 게 더 옳… 더보기

라디오 - 침묵을 채우는 방법

댓글 0 | 조회 1,985 | 2016.09.28
라디오를 원래 자주 켜놓는 성격은 아니었다.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는 대개 불쾌하게만 느껴졌고, 그런 목소리들이 아무래도 좋을 문제로 떠들어대… 더보기

인형 - 익숙함과 편안함

댓글 0 | 조회 1,983 | 2014.10.29
인형을 좋아한다. 이 사실 때문에 들은 수많은 지탄들을 일일이 열거하려면 입이 아플 정도로.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동물 인형에서부터 바비까지 모두 좋아한다. 피에로… 더보기

아기들 - 가까우면서도 가까이 하기 힘든

댓글 0 | 조회 1,966 | 2014.09.24
싫어하는 것/무서워하는 것 중에 아기가 있다. 네 발로 기어 다니던, 두 발로 걸어 다니던, 크던 작던 상관 없다. 아기를 보면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거부감이… 더보기

장난감 - 어려서도, 커서도

댓글 0 | 조회 1,965 | 2016.09.15
결혼한 사촌네 집에 놀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제 곧 두 돌이 되는 조카의 어마어마한 장난감들 때문이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책들은 물론이고, 산지사방이 장난감 … 더보기

추석 - 해마다 돌아오는 명절

댓글 0 | 조회 1,933 | 2015.10.15
한민족의 대명절 중 하나는 추석이다.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해당되는 사항이 별로 없겠지만. ......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는 아무래도 너무 차가웠… 더보기

명동 - 낯섦과 익숙함의 교차로

댓글 0 | 조회 1,914 | 2014.06.10
사실 한국에 살던 때에도 명동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아주 멋지고, 그래서 놀기 좋은 동네라는 표현은 들어보았지만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런 명동을, 아… 더보기

담배 - 어른의 향기

댓글 0 | 조회 1,898 | 2016.01.13
남동생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사실 얼마 전부터 깨닫고는 있었는데,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적잖이 놀랐다. 물론 동생은 왜 이제 와서 그러냐는, 새삼… 더보기

부산여행 - 下

댓글 0 | 조회 1,889 | 2014.09.09
부산 여행에서 이런 저런 재미 있는 에피소드들이 있었지만 - 고작 1박 2일 사이에 그렇게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 그 중에서도 특히 기… 더보기

초콜릿에 얽힌 몇 가지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86 | 2016.05.12
<초콜릿 애호가의 이야기> 라는 책이 있다. 제목 그대로 초콜릿을 애호하다 못해 사랑하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단순한 시판 판 초콜릿에서부터 프랄린까지 … 더보기

우주-언젠가 돌아갈

댓글 0 | 조회 1,858 | 2014.06.25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에 우주가 있다. 우주의 어디? 라고 물으면 대답이 조금은 궁해지고 만다. 나폴리, 라던가 리스본, 처럼 딱히 명칭이 정해져 있는 곳… 더보기

길가의 고양이들

댓글 0 | 조회 1,808 | 2016.07.27
뉴질랜드의 거리에는 유독 고양이들이 눈에 띈다. 줄에 묶여 있거나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도 없이 저들끼리 혼자서 유유자적하게 길가를 활보하는 걸 보면 조금 놀랍다.… 더보기

내 마음의 든든함

댓글 0 | 조회 1,791 | 2012.10.24
<강철의 연금술사>의 작가인 아라카와 히로무는 자신의 단행본에서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국립 도서관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책! 원 … 더보기

장신구 - 사랑(받는 여자)의 표식

댓글 0 | 조회 1,788 | 2015.10.29
보석은 사랑 받은 여자의 일생을 상징한다. 그런 말을 읽은 것이 에쿠니 가오리였던가, 아니면 다른 작가의 책이었던가. 출처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무척 인상에 깊게… 더보기

현재 이사- 익숙해져야만 하는 것

댓글 0 | 조회 1,783 | 2014.12.10
이사를 가게 되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좀 더 길게 설명하자면,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에 거처를 옮기게 된 것이다. 살고 있던 집에서 할머니 댁으로, 그리고 이곳에… 더보기

감기 - 불쾌한 잠복 동거

댓글 0 | 조회 1,778 | 2015.09.10
매년 거쳐가는 연례 행사로는 감기가 있다. 누구나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일 년에 두 번쯤 와버리는 불청객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더보기

할로윈 - 믿고 즐기는 축제

댓글 0 | 조회 1,705 | 2016.11.22
할로윈이 왔다 갔다. 고작 24시간, 하지만 정말 파란만장한 하루였다.한국에서 살았을 때 할로윈은 생소하기 짝이 없는 명절(?)이었다. 기껏해야 영어 학원에서 과… 더보기

숲 속을 걸어요

댓글 0 | 조회 1,698 | 2016.05.26
숲 속을 걷는다.대개는 운동 삼아서다. 숲으로 나오는 이유는, 이곳에 숲이 있으니까. 평소라면 동네 한 바퀴를 돌 테고, 콘크리트나 시멘트가 뛰기에도 더 편하지만… 더보기

동생 - 애매하지만 사랑스러워

댓글 0 | 조회 1,680 | 2016.04.28
동생이란 존재는 애매하다. 자식은 아닌데, 거의 필연적으로 무조건 사랑하게 된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져버린 지금에도 불구하고 챙겨주고, 책임져야만 할 것 … 더보기

음악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675 | 2014.02.12
얼마 전에 어떤 노래를 발견했다. 정말 끝내주게 아름답고 들을 때마다 슬픈 노래라서, 매일 적어도 세 번씩은 꼭 듣고 있다.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어쩌다가, … 더보기

땅도 하늘도 바다도 아닌

댓글 0 | 조회 1,663 | 2013.12.24
땅이냐, 바다냐, 하늘이냐. 그렇게 묻는다면 난 옵션 중엔 없는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지하라고. 뉴질랜드에서 사는 동안 가장 그리웠던 것을 꼽으라면 단연코 지하… 더보기

사진 - 기억하고 싶은 것

댓글 0 | 조회 1,662 | 2016.02.25
사진을 찍는 것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내가 찍히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납작하고 평면적인 이미지로 나 자신을 보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같은 이유에서 초… 더보기

여행-그리하여 돌아올 따뜻한 익숙함

댓글 0 | 조회 1,654 | 2014.10.15
여행. 이 단어를 보면 사람들은 대개 뭘 떠올릴까. 나는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차라리 고양이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도 한다. 이리 뒹굴, 저리 … 더보기

해후 - 피하고 싶은 돌발 이벤트

댓글 0 | 조회 1,640 | 2016.07.14
알고 지내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 번 보지 않을 거라면, 아예 영영 마주치지 않고 지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물론 껄끄러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