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복여행(求福旅行) 3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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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복여행(求福旅行) 3 편

0 개 2,067 송영림
이 대목에서 총각의 목적지인 서천서역국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천서역국은 지리적으로 서쪽에 있는 나라 즉 인도를 말하고 종교적으로는 극락세계를 말한다. 그리고 서쪽은 해가 지는 곳을 의미하며 인생으로 비유할 때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총각은 삶의 가장 밑바닥에 있을 때 오히려 몸을 일으켜 죽음을 불사하고 극락세계를 향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극락과 죽음이라는 두 가지 삶에 대해 깨달음을 얻고 치유와 삶의 회복력을 얻는다. 이는 가장 밑바닥에 다다라서야만 차고 일어설 수 있는 역설적이면서도 양면적인 삶의 깨달음이며 성찰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음은 총각이 첫 번째로 만나는 처녀를 살펴보자. 처녀는 모든 걸 갖추었으나 남편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남편감이 바로 앞에 나타났음에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여 서천서역국을 향해 떠나보낸다. 이는 처녀가 아직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는, 혼인을 할 수 있는 성숙한 상태가 아님을 함축한다. 처녀는 고립된 집에서 아무도 포용하거나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지 못한 채 남자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혼인을 이룰 수 있는 대상이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눈앞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총각 역시 처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서천서역국을 향해 떠나게 되는데 나중에 돌아올 때에는 건강을 상징하는 동자삼, 부유함을 상징하는 금덩이, 고귀함을 상징하는 여의주를 지니게 된다. 그리고 죽을 고생 끝에 얻은 삶의 지혜와 성숙함까지 지니게 되어 비로소 처녀와 어울리는 진정한 인연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처녀 역시 그간 성숙해져 총각을 알아보는 눈을 갖게 되고 두 사람은 드디어 혼인으로 합일을 이루게 된다. 

배가 열리지 않는 나무는 생명 에너지의 순환이나 생산력 또는 창조성이 멈춘 상태임을 상징한다. 배나무는 땅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결실을 이루게 되는데, 땅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탄생시키는 곳으로 문제가 있을 때 결실을 이룰 수 없음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그때 땅 속에 묻힌 금덩어리가 문제였다는 것은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땅을 건강하게 하고 배나무가 자라 배를 열게 하는 것은 가장 가치 있어 보이는 금덩이가 아니라 가장 더럽고 가치 없어 보이는 똥오줌이다. 이때 어떠한 것이 더 귀하고 천한지 그 가치를 따질 필요가 없으며 다만 그 상황과 성격에 맞는 적절한 가치를 알아보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을 <구복여행>이 잘 알려주고 있다.

이무기가 말해주는 것은 누구나 눈치 챘을 법하지만, 바로 마음속의 욕심을 상징한다. 이무기는 두 개의 여의주 중에 하나를 버리고 나서야 승천을 하는데 이는 욕심이나 마음을 비워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야만 비로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삶의 성찰과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다. 

낚시질을 하던 아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구비문학 연구자로 널리 알려진 신동흔 선생은 그 의미를 한마디로 ‘관심’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칠 때, 총각은 아이에게 다가가 무엇을 하는지 물었고 그렇게 어떤 대상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설 때에만 대상의 가치를 자기 것으로 삼을 수 있다. 그랬기 때문에 총각이 동자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동자의 뺨을 친다는 것은 대상에 부딪친다는 뜻으로 그렇게 부딪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결과가 어떻든 부딪치면서 무언가를 찾아봐야 한다.

총각이 마지막으로 만나는 노파는 종교적인 의미로 볼 때 절대자나 불교의 부처님으로 대신할 수 있다. 불교의 가르침 중 ‘네가 원하는 것은 이미 네 안에 있다’는 말과 같이 노파가 그냥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총각이 여행을 통해 이미 결핍을 채우고 성숙해졌으며 치유가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결국 총각은 자신 안에서 모든 결핍과 문제를 해결하고 참자아를 만나 복을 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더 이상 여행을 계속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복은 구하는 자, 바로 우리 안에 있었던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된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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