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Bubbles)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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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Bubbles)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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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을 두고 거품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거품 하면 왠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와인에서의 거품(Bubbles)은 기쁨을 함께 나누는 이들의 축하의 자리와 천신만고 끝에 승리를 얻은 영웅들의 자리를 빛내며 행복함을 선사한다.

연말연시는 한 해가 저무는 아쉬움과 새해에 대한 설렘이 교차하는 시기라 파티가 많아지게 마련이다. 이렇듯 잦아지는 파티에서 술에 취하지 않고 가벼운 대화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거품이 가득한 샴페인(Champagne)이나 스파클링(Sparkling)와인을 선택하면 제격이다. 톡톡 튀는 상큼한 와인이 모임의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고 무르익게 해 줄 것이다. ‘가장 외로운 순간에 위안과 지혜를 주는 친구’로 통하는 샴페인은 프랑스의 지명인 샤앙파뉴의 영어 식 발음이다. 이 지역의 전통적인 방법(Methode Traditionelle)에 의해 만들어지는 샴페인 속의 거품(이산화 탄소)은 자연적인 발효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다. 샴페인은 고급품일 수록 수정같이 맑고 윤이 나며 기포가 올라오는 시간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거품이 작다. 자그마치 750ml 한 병에 2억 5000만개의 거품이 들어있다.
 
계몽주의의 선봉장이었던 볼테르는 ‘마치 섬광이 마개를 날게 하는 것처럼 병마개는 튀어나오고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린다. 마개가 천정을 때린다. 거품이 나는 이 신선한 포도주에는 프랑스 사람들의 뛰어난 이미지가 있다.’며 샴페인을 예찬했다. 샤앙파뉴지역이 아닌 프랑스의 다른 지방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은 ‘무세(Mousseux)’나 ‘크레망(Crement)’이라고 하며 이태리는 스푸만테(Spumante), 스페인은 카바(Cava), 독일에서는 젝트(Sekt)라고 부른다. 와인 속을 유영하는 수많은 거품들 때문에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스틸(Still, Non Sparkling Wine)와인과 분류하기 위해서 버블리(Bubbly)라는 애칭을 쓰기도 한다.
 
와인은 한 번 발효시키지만 샴페인은 두세 차례 발효시키기 때문에 맛이 더 복합적이고 섬세하다. 축하행사에서 샴페인을 흔들어 ‘펑’하고 일부러 거품을 나게 하기도 하는데 이는 소리를 즐기기 위한 이벤트일 뿐 사실은 와인이 쏟아져 나오고 나면 병 속에는 버블(Bubbles)이 얼마 남지 않아서 미세한 거품의 미학을 느낄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버블리(Bubbly)는 차갑게 보관했다가 흔들지 않은 상태로 마개를 비틀면서 빙빙 돌려 오픈 해야 거품이 나오지 않게 딸 수 있다. 특히 샴페인을 가장 맛있게 마시려면 냉장 보관했다가 마시기 한 시간 전에 실온에 꺼내고 20-30분 전에 얼음에 담가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온도가 6-8도에서 가장 깊은 맛이 난다. 오래된 빈티지의 샴페인은 이보다 2도정도 온도를 높여서 마신다.
 
과거 프랑스에서는 샴페인이 환희와 쾌락의 포도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육체의 쾌락을 추구하던 몇몇 부유한 사람들은 샴페인으로 목욕을 즐겼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샴페인이 가지고 있는 로맨틱한 이미지는 버블(Bubbles)에 의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도 샴페인을 채운 잔에 귀를 가까이 해보라. 끊임없이 꼬리를 흔들며 올라와서 터지는 거품의 소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속삭임 같기도 하고 귓구멍으로 조심스럽게 입 바람을 부는 소리 같기도 하다. 희대의 플레이보이였던 카사노바도 여자를 유혹할 때 샴페인을 무기로 사용했다고 한다. 아무튼 샴페인은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 겨우 3세기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축하와 영광의 자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와인의 귀족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버블리(Bubbly)는 식욕과 소화를 돕는다. 풍부한 과일 향 그리고 거품의 짜릿함과 청량감을 지니고 있어서 음식이 없이 마셔도 좋지만 해산물 샐러드나 연어, 흰 살생선, 파스타와 매칭이 좋고 한국 음식 중에서는 야채가 들어간 김밥과 잘 어울린다. 버블리는 온도와 습도, 빛에 민감하므로 오래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고 잔을 닦을 때는 세제를 사용하지 말고 가급적 물로만 깨끗하게 세척해야 한다.

프랑스의 시인 막스 자콥은 샴페인의 거품이 톡톡 터지면서 내는 소리를 ‘모래 위를 스치는 바닷물과 같은 소리’라고 표현한 바 있다. 올 여름 피크닉을 나설 때는 신선하고 상쾌한 화이트 와인이나 로제(Rose) 그리고 달콤한 버블리(Bubbly)를 준비하자. 지난 한 해를 열심히 살아온 이들에게는 ‘축하’를,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격려’의 의미로서 말이다. 

푸르게 펼쳐진 바닷가에서 맞이하는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는 뉴질랜드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행운이다. 넓게 펼쳐진 바닷가의 하얀 모래가 하늘에서 눈이 되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상상하면서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샴페인의 거품처럼 희망차게 한 해의 시작을 맞이하자. 하늘엔 영광 땅엔 평화. 건강한 성탄절 되시고 새해엔 모든 원하시는 것들을 이루는 행복한 한 해가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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