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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개 1,900 박지원
내가 일하는 곳의 사장은, 돈을 아주 잘 버는 사람이다. 지금하는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과를 나와, 이것저것하며 돈을 모은 뒤 지금은 40명에 가까운 직원을 가진 사장이 되었다. 취미는 가지고 있지않고, 일중독자처럼 굳이 나올 필요가 없는 직장에 출근을 해서 굳이 안 해도 될 일을 한다. 직원들이 일 손을 놓고 대화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하며, 본인에게 침묵을 하는 것 또한 참을 수 없어한다. 그렇다고 직원이 사장에게 무엇인가 시스템에 대한 불만사항을 말할 수는 없다. 어차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뿐더러, 그것이 사장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기계를 거칠게 쓰거나 물건을 조금 낭비하며 쓰면 “너 이게 얼마인 줄 알어? 하나에 xxx달러야!” 라고 닥달하는 습관이 있다. 그 때문에 그는 돈만 아는 인간미없는 사람으로 취급되며, 아무 것도 인정하지 않는 그에게 진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은 그의 가정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 그는 부인과 사이가 좋지 않다. 가정에서 행복하지만은 않은 탓에 더욱더 밖으로 나오려는 기질이 있는데, 가정 밖으로 나온다고 누군가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돈은 있지만 외로운 삶이다. 악착같지만 여유가 없는 삶이다. 돈이 많아서 이것저것 살수도 있고, 집을 살까 땅을 살까 고민할 수도 있고, 마당에 월풀을 설치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다. 그리고 외롭다. 외로운 자들은 적막함을 어떻게든 극복하고자 한다. 그리고 사장은 그 방법으로 돈을 택했다.

다른 삶이 있다. 
앤디는 하루에 오로지 네다섯시간만을 일한다. 부인 또한 여섯시간 정도 일한다. 직원들은 앤디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는 조금 거칠게 말하고, 비꼬듯 하는 농담을 좋아하며, 주변정리를 잘 하지 않아서 주위사람들에게 피해 아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앤디는 기본시급을 받아가며 나이 오십에 방 하나 거실 하나에 둘이 산다. 집은 매우 좁고, 방의 가구는 하나같이 중고품들로 가득 차 있다. 앤디는 아침 9시에 일이 끝나면 다이빙을 하러 간다. 전복 몇 개를 채취한 뒤 집에 가서 요리를 한다. 그 때에 맞춰서 퇴근한 아내와 함께 전복을 먹은 후 중고침대 위에 누워 영화를 본다. 가끔 기타 연습을 하기도 한다. 

앤디 집의 가장 큰 특징은 마당이 집의 여섯 배 정도 된다는 것이다. 그 마당에서 그는 다양한 식용식물들을 재배한다. 고추, 배추, 파, 로즈마리... 매일매일 계란을 낳는 닭도 기른다. 그것으로 아내와 저녁을 해먹고 술을 한 잔하고 잠이 든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늘 입는 넝마같은 옷을 입고 출근을 한다.

그는 가난하다. 돈이 많지 않다. 그래서 적게 쓰고 적게 버는 것을 택했다. 가정은 행복하고 집은 조금 좁다. 집은 좁고 마음이 조금 여유로운 삶이다. 나이가 많은 그의 경제능력이 확장될 일은 이제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앤디는 딱히 욕심부리지 않는다. 주말에는 부인과 캠핑을 가고 기타를 치고 정원을 가꾸는 지금이 충분히 행복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적막을 극복하는 것을 유쾌하게 포기한 채, 대다수가 보기에는 “정체”인 삶을 택했다. 

두 가지의 삶이 있다. 적막을 극복하려 애쓰는 삶과 적막과 함께 마주가는 삶. 그 외에도 다양한 삶들이 주변에 있다. 모두가 다채로운 삶들이 연결되어 있는 세상에서 단 하나의 삶으로 기억되고 살아간다. 

댓글 0 | 조회 2,060 | 2015.10.29
일어났다. 나는 푸른 약과 붉은 약을 한 알 씩 따뜻한 물과 함께 삼켜냈다. 오전 2시. 춤을 추고 싶어서, 클럽에 가기로 했다. 대충 옷을 걸치고 나와보니 이미… 더보기

공간

댓글 0 | 조회 2,056 | 2014.10.30
공간을 좋아한다. 나만의 공간을 좋아한다. 아파트로 이사가기 전의 어렸을 적에는, 그리 독립된 생활을 하지는 못했었다. 부모님과 방을 같이 쓰다가, 할머니 할아버… 더보기

江(Ⅳ)

댓글 0 | 조회 2,024 | 2015.04.15
그렇게 세 번째 뒤집혔던 배를 타고 강의 상류에서 하류로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이제는 뒤집어지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던 찰나에 첫 캠프사이트 Ohinepane가 … 더보기

혼란: 독재의 잔재

댓글 0 | 조회 2,005 | 2014.04.09
최근에 나는 뮤직비디오를 한 편 찍었다. 그 때 촬영을 맡긴 한 인도네시아 아저씨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덕분에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인도네… 더보기

카페

댓글 0 | 조회 1,987 | 2013.07.23
17살. 나는 카페에 자주 갔었다. 스타벅스, 카페베네 등의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오기 전이었던 시절 이야기다. 가게의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2층에 있었던 그… 더보기

남겨진 것들

댓글 0 | 조회 1,980 | 2015.09.09
이사 뉴질랜드에 와서 네번째 이사를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예 웰링턴이 아닌 다른 먼 지역으로 가는 일이었고, 생각보다 재미있고 힘에 부친 일이기도 했다. 처… 더보기

거미집(Ⅱ)

댓글 0 | 조회 1,973 | 2016.01.13
<<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누렇게 뜬 천장 구석에, 거미줄이 하나 쳐져 있었다. 거미줄 위에 다리가 긴 거미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저 … 더보기

단편영화를 보는 시간

댓글 0 | 조회 1,971 | 2014.08.13
영화제의 분위기는 항상 나를 매료시킨다. 특히 단편영화 섹션이 그렇다. 상기된 표정의 감독들과 스텝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는 듯한 표정들. 평소 영… 더보기

신해철

댓글 0 | 조회 1,956 | 2015.05.13
오랜만에 글을 쓴다. 뭔가 오랜만이라는 느낌이다. 시리즈 아닌 시리즈물을 쓰다보니 어렵다. 분량조절에 실패한 탓에 자꾸 사골처럼 우려먹는 기분이다. 사골은 그래도… 더보기

江(Ⅴ)

댓글 0 | 조회 1,942 | 201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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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933 | 201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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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927 | 2015.04.30
우선 너무 기쁜 나머지 바로 답 메일을 보냈다. 보낸 답장은 내가 찍었던 단편영화가 첨부된 채였다. 그 의도는 “나는 이러이러하게 쓸모가 있으니 투자 대비 괜찮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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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924 | 2015.01.13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외국인에게 크게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다른 학원은 거의 다니지 않았지만 영어회화학원만큼은 꾸준히 다녔던 것이 비결 아닌 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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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906 | 2013.09.10
저번 주였다. 내가 사는 플랫의 인터넷이 일주일 남짓 먹통상태일 때였다. 일주일 내내 플랫메이트들을 볼 때마다 얘기를 했다. 난 인터넷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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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843 | 20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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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829 | 201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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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821 | 2015.07.29
일어났다. 4일 째. 아침. 강 위에서의 마지막 숙박지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제는 중류에서 하류로 접어들고 있었다. 배를 타고 오는 동안, 강의 흐름은 조금씩 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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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765 | 2014.01.30
2년 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인천공항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부산스럽지만 깔끔한, 이용자의 동선을 최대한 고려하여 만든 회색빛의 거대한 이동체. 사람들은 세포처럼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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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754 | 201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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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Ⅱ)

댓글 0 | 조회 1,731 | 2015.02.11
배에 배럴들을 묶는 법을 확인한 후, N과 나는 대머리 아저씨의 낡은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버스에서는 강 냄새가 났다. 비린 버스였다. 거리를 달리는 동… 더보기

서바이벌

댓글 0 | 조회 1,727 | 2014.02.12
지금은 묻혀버렸지만, 작년 11월쯤 한국의 엠넷에서 작곡가 서바이벌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었다. 티비를 안 보아서 홍보의 여부는 모르겠지만, 4회 만에 … 더보기

칼럼

댓글 0 | 조회 1,714 | 2013.09.24
칼럼. 칼럼이란 것을 쓴 지 1년이 되었다. 그 뜻은 내가 여기 온지 1년이 조금 넘었다는 뜻일 것이다. 2012년 6월 초순, 워킹홀리데이라는 비자로 뉴질랜드로… 더보기

피곤한 고양이

댓글 0 | 조회 1,707 | 2013.10.08
영화학과 출신이라는 것은 좋은 일이다. 대학시절, 학과 공부는 잘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영화와 관련된 종합예술에 있어서만큼은 -조금 편협하긴 해도- 나름대로 공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