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 우울한 집에 얽힌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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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 - 우울한 집에 얽힌 과거

0 개 3,860 이동온
이번 칼럼은 독자께 드리는 질문 하나로 시작해볼까 한다: “집을 사려고 하는데, 그 집에서 12개월 전에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래도 집을 살 것인가?”

이 질문을 조금 바꾸어 보자.  집에서 사망한 사람이 노환이나 기타 자연적인 이유로 죽은 것이라면 독자의 대답은 달라질까?  만약 사인이 노환이 아니라 자살이었다면 독자의 대답은 그대로일까?  그렇다면 노환도 자살도 아니고, 잔혹한 살인 사건이었다면 독자의 대답은 어떨까?  만약 부동산 중개인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 중개인은 집을 보러오는 잠재적 구매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을까?  독자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오클랜드 다네모라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다.  렌트집에서 한 남자가 자살로 사망하였다.  일 년 후, 집 주인은 집을 팔기로 결정하고 C라는 부동산에게 매매를 의뢰한다.  C부동산은 집을 홍보하면서, 집에서 있었던 불행한 사건을 숨기지 않았고, 약 4개월간의 홍보 기간 뒤에도 집은 팔리지 않았다.  이에 집 주인은 C부동산과 B부동산에게 동시에 매각을 의뢰하였고, B부동산은 C부동산과 달리 집을 보러오는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자살 사건을 알리지 않았다.  B부동산이 홍보를 시작한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집의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B부동산을 통해 매매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집을 구매한 켐벨씨는 이사온지 5개월이 채 지나기 전에 집이 우중충하고 우울한 기분이든다며 다시 매물로 내놓게 된다.  켐벨씨는 집을 판 후 (즉, 매매 계약서가 체결된 후) 하지만 잔금을 받기 전에, 이웃으로 부터 집에 얽힌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켐벨씨는 자신에게서 집을 사기로 한 구매자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이 소식을 들은 구매자는 집으로 이사오는 것을 포기하고 잔금을 치루기도 전에 집을 다시 매물로 내놓게 된다.  켐벨씨는 B부동산을 부동산 중개인법(Real Estate Agents Act 2008)의 위반으로 부동산 중개인 징계 위원회(이하 위원회)에 제소하였다.

부동산 중개인법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인은 고객과 소비자를 현혹시키거나 거짓 정보를 전달해서는 안되고, 또한 이들에게 온당히 전달되어야 할 정보를 차단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B부동산은 부동산 중개인법이 요구하는 고지 의무는 땅과 건물의 상태와 관련된 정보에만 국한 되고, 집의 거주자와 관련된 사항은 고지를 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위원회는 해당 집에서 있었던 자살 사건이 구매자가 판단하는 집의 시세에 영향을 미치므로 소비자에게 온당히 고지 되어야 할 사항이라 판단하였고, 따라서 B부동산이 집에 관심을 보이는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과거에 있었던 자살 사건에 대해 고지를 해야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B부동산은 위원회의 판결에 불복하여 고등법원에 항소를 하게 되고, 고등법원은 위원회의 판결을 뒤집고 B부동산에게 잘못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다.

참고로 고등법원이 고려한 다른 나라의 비슷한 판례를 살펴보면, 호주에서는 중개인이 집을 팔기 전에 세 명의 살인 사건이 있었던 집임을 고지해야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하였고, 영국에서는 매도자가 (중개인이 아닌 매도자가) 자신의 집에서 과거에 어린아이의 살인 사건이 있었음을 구매자에게 고지할 의무가 없다는 판례가 있었으며, 홍콩에서는 중개인이 해당 집에서 일 년 전 아이가 사고로 추락사했음을 구매자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미국에서는 10년 전 해당 집에서 있었던 도끼로 인한 5명의 살인 사건이 매매계약의 취소 사유가 된다는 판례도 있지만, 또 다른 판례에서는 부동산 중개인이 해당 집에서 있었던 사망 또는 자살에 대해 구매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해서 사기행위가 성립되지는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부동산 중개인이 집과 관련된 불편한 진실을 잠재적 구매자에게 알려야 하는지는 상황에 따라 중개인이 심사숙고한 후 양심적으로 그리고 윤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고등법원 판례가 향후 부동산 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런지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현재로선 뉴질랜드에서 부동산 중개인은 어디까지나 매도인, 즉 집주인에게 수수료를 받는 매도인의 대리인임을 상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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