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 큰 소리로 노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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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큰 소리로 노래하리라

0 개 2,480 오소영
태어나서 육십여년 긴 세월을 살았던 땅. 조상의 뼈가묻힌 조국을 뒤로하고 신천지 뉴질랜드에 온 것은. 사람들에게 부대끼지 않고 삶의 질을 높여 살고싶은. 그들 자녀들을 따라서다. 그들의 어머니가 바로 우리들이듯 ‘보배’씨도 마찬가지다.

‘보배’씨는 능력있는 남편을 만나 손에 물도 안 묻히고 살던 귀부인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와서는 1.5세대라 불리며 태어나는 어린 손주들을 받아 키우고 살림도 도맡아 해야했다. 자녀들과 함께살면 우리의 정서가 보통 그렇기도 했지만 이민이라는 낯선나라 딱딱한 땅에 뿌리를 내리려니 자녀부부가 함께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들 세대 고단한 시부모님 시집살이에서 놓여났나 했는데 이제 자녀들 시집살이가 뒤늦게 다시 찾아 온 것이다.   

늘 그렇고 그런 삶 속에서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우리의 ‘보배’씨는 불평 한마디 못하고 숨가쁘게 살아왔다.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 그 아이들이 커서 학교엘 가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일손은 많이 헐렁해지고 여유가 생겼다.

아이들은 어릴때 뿐. 키워놓으니 따라다니며 잔소리나 하는 할머니는 별 재미가 없다. 이젠 할머니가 아이가되어 놀아주기를 바라지만 세대가 구만리로 다른 구식 할머니가 재미 있을리 없다. 혼자 놀아도 재미 있는게 너무 많은 세상 아닌가.

그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롭고 쓸쓸 해 졌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고국의 동기간들이며 친구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리움을 견딜 수 없는 고적한 밤. 빈 방에 홀로앉아 창 밖에 뜬 훤한 달을 바라보면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훌쩍 떠나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도 그나마 소일거리 텃밭에 심은 채소들을 말라 죽일 수가 없다. 사실 그건 핑계인지도 모른다. 그의 마음속엔 늘 패배의식 같은게 잠재돼 있어 그들을 만나기가 두려운 것이다. 아가씨같이 곱던 손이 형편없이 거칠어진 것하며. 몫돈털어 자식들 손에 쥐어주고 빈털털이가 된 신세가 스스로 서글퍼서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를 않는 것이다. 늙어가면서 자존심도 없어지면 좋으련만...

그럴 때 찾아오는 어김없는 우울증.  차츰 말을 잃어갔다. 괜스레 짜증을 내니 아이들은 점점 더 멀어지고 가족들과도 대화를 잃으니 스스로 외톨이가 되었다. 너무 서글프다. 누군가 말동무가 아쉽다. 혼자 웅크리고 살았으니 아는 사람이 있을리도 없다. 세상이 너무 재미없어 이제 그만 살고싶은 마음뿐이다.

아이들과 쇼핑할 때 스치던 깔끔한 또레들 얼굴이 하나씩 떠오른다. 노인답지않은 활기찬 모습.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 자기와 달랐다. 그들이 부러웠다. 

“어머니는 친구도 없으셔요? 밖에나가 친구들과 만나서 노세요”

답답해서 일까? 귀찮아서 일까? 아쉬운 볼일 끝났으니 이제 가로걸리는 존재인가보다.

자식도 믿을게 못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왜 이제야 깨달을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디서 그런 오기가 발동을 했을까?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고 행복도 스스로 가꾸어야 한다는 진리를 너무나 늦게 깨달은 ‘보배’씨

(나가야지 어딘가 가야지. 그런데 어딜 찾아나서지)... ‘보배’씨 너무 깊이 갇혀 살았음을 후회해본다.

그랬었다.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에 나오기 전에는....

설레고 가슴 떨리는 공연이 며칠 앞이다.

이제 예쁜 드레스를 입고 알록이 달록이 고운 한복 치장도 하고 큰 무대위에서 휘황찬란한 조명아래 그동안 감춰뒀던 목소리를 맘껏 자랑할 ‘보배’씨.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생각만 해도 너무 행복해서 함박꽃 웃음이 절로 터지는 ‘보배’씨. 지난 날들을 돌이켜보며 늙었기에 할 수 있는 이 특권(?)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다시 확인을 한다. 이제 그의 사전에 우울증이란 말은 싸악 지워없어졌단다. 어떤 일이든 자신만의 일에 도전해도 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살아간다는 ‘보배’씨. 이름처럼 이젠 가족들의 귀한 보배로 살아간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가슴을 화알짝 열어 이 좋은 세상을 맘껏 끌어안으리.       

입을 크게 벌리고 이렇게 멋지게 늙는 방법도 있다고 자랑도 하리. 

가장 크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부르리.  

‘보배’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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