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침몰

0 개 1,858 박지원
“도”
음정이 맞지 않는 “도”가 또 한 번 울렸다. 청색 지붕, 처마 밑에 자리한 일곱 개의 검은색 확성기가 하늘 아래 햇살을 반사시키며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다. 한 시간 간격으로 확성기들은 도, 레, 미, 파, 솔, 라, 시...를 차례로 순환했다. 음정은 때때로 맞지 않았지만, 어찌되었든 그런 곳이었고, 그런 사운드가 울려 퍼지는 마을에서 소년은 자라났다.

소년은 취미가 있었다. 알록달록한 지붕을 갖고 있던 마을의 중심에서 퍼져나오는 7음계를 들으며 물구나무서는 것이, 소년의 취미였다. 물구나무를 서면 뭐가 보이냐며 모두들 소년을 비웃었지만, 소년은 묵묵히 마을의 한 구석에서 물구나무를 서보곤 했다. 팔을 곧게 펴고 마을 위에 거꾸로 매달린 듯한 소년의 모습. 그런 소년의 눈에서는 평소와 조금 다른 것들이 보였다. 줄기와 가지 밖에 보이지 않았던 나무들의 복잡하고도 명료한 뿌리들이 보였고, 땅은 하늘이 되었으며, 이를테면, 달이 해가 되는 그런 환상을 보았다.

그 날도 파란 하늘, 푸른 지붕, 검은색 확성기가 소리를 내며 시간의 간격을 알렸다. 소년은 그 때부터,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오랜 시간동안 거꾸로 세상을 보았던 소년의 머리에 피가 고이기 시작했지만, 소년이 눈을 못 뗄 정도의 그런 풍경이었다.

“솔”
그 날, “솔”이 확성기에서 새오나온 후, 한 시간, 두시간.. 일곱 시간이 지나도록 라-시-도-레... 같은 소리들이 더는 나오지 않았다. 소년의 눈 안에서, 까마득하고도 선명한 풍경들이 맺혀지기 시작했다.

황색 카메라를 든 자들이 갑자기 마을의 한 구석 어디선가부터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카메라를 아스팔트 위에 내팽개치며 각자의 입들을 벌렸다. 붉은 혀. 마치 그것은 영화제의 레드카펫처럼, 혀들은 줄줄줄 그들의 침기둥 어린 윗입술과 아랫입술 사이에서 쏟아져나왔다. 이윽고 혀는, 공장의 컨베이어벨트처럼 마을 곳곳에로 전시하듯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들의 혀 위에는 살아있는 것 같은 흑백 모조 심장이 펄떡거리며 이동하고 있었다. 소년의 동공은 커졌지만, 그 어떤 행인도 혀 위의 흑백 모조심장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고 가던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 때 저 멀리서 중년의 남녀들이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손으로 시작되는 팔을 자신들의 목구멍 깊숙이 넣어 죽어있는 심장들을 꺼내어 바닥에, 공중에 토해내듯 던지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손으로 간절히 움켜쥐고 있던 죽어버린 심장이 바닥과 충돌하고, 부서진 심장에서는 선홍빛 피가 거리에 가득 고이기 시작했다. 울부짖는 자들의 고함소리를 배경으로 황색 카메라를 든 자들의 입에서 나온 컨베이어 벨트 위의 물건들은 조금씩 바뀌어 나오기 시작했다. 죽은 심장, 찢어진 태극기와 성조기, 교복, 굳어버린 눈물... 중년의 남녀들은 여전히 흐느끼고 있었고, 파란 하늘은 바다가 되어, 거친 파도처럼 물구나무 선 소년의 신체를 무섭도록 감싸오고 있었다. 음정이 맞지 않는 확성기는 여전히, 침묵중, 이었다.

소년은 여전히 거꾸로 세상을 보고 있었다. 머리 안으로 피가 가득 스며 상체와 하체가 새하얗게 되어버리고, 팔이 후들거려도, 소년은 멈출 수 없었다. 머리 안으로 피가 가득 스며 상체와 하체가 새하얗게 되어버리고, 팔이 후들거려도, 소년은 멈출 수 없었다. 소년의 눈 속으로 핏발이 곳곳에 차올라 망막이 터질 듯 떨려왔지만, 소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너무도 충격적인 그 광경에 눈을 똑바로 뜨고 하릴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운동회라도 하는 듯이 붉은 옷을 입은 자들과 노란 옷을 입은 자들이 우르르 모래주머니를 손에손에 들고 마을의 거리 위에 등장했다. 거꾸로 선 소년은 눈알을 돌려 모래주머니가 던져질 박이 달린 높다란 지주대를 찾았지만,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곧이어, 그들은 쥐고 있던 모래주머니를 서로 다른 색 옷을 입고 있는 이들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아무나- 모두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새빨갛게 피가 들어찬 얼굴의 소년은 가만히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슨 까닭에선지, 거리로 뛰어나오던 그들을 기대에 차 지켜보던 몇몇 중년들의 눈에선- 모래와 흡사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마을을 뒤덮고 있던 혀 위는 눈물과 모래주머니들로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욕설들과, 울음소리 같은 모래들로 마을은 짙게 가라앉고 있었다.

하늘 아래 가라앉은 짙은 흰 구름들은 공허한 위로처럼, 말이 없었다.
하늘은 그렇게 침몰하고 있었다.

“라”
일곱 시간 후, 푸른 처마 밑 확성기에서 도무지 음정이 맞지 않는, 마이너 키처럼 들리는 메이저 키의 음계가 아주 조그맣게, 겨우, 흘러나왔다. 물구나무를 서고 있던 소년의 머리는 피떡이 된 채 외치지 못한 고함 섞인 눈물 한 줌으로 검은색 아스팔트 위에 옅게 남았다. 붉은 혀들과 황색 카메라들과, 피들과 빨간 옷들과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었다. 모래만이 세월같은 바람을 타고 흩뿌려지고 있었다. 물구나무 소년이 사라졌다. 마을의 거리가 사라졌다. 광장이 사라졌다... 봄은 기어코 끝장나버린 것이었다.

침몰.
“시”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08 | 1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8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1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2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1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0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5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5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1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3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9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4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9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7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4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8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