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공간

0 개 2,378 박지원
공간을 좋아한다. 나만의 공간을 좋아한다.

아파트로 이사가기 전의 어렸을 적에는, 그리 독립된 생활을 하지는 못했었다. 부모님과 방을 같이 쓰다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방을 같이 쓰는 생활을 마감한 것이 14살 때였다. 중학교에 입학한 후에 드디어 내 방이 생겨서 너무도 기뻤지만, 집이 좁은 탓에 부모님의 옷장이 내 방에 있었다. 침대 위에 누워있으면 웃풍 때문에 머리가 바람에 간간히 흔들렸고, 창틀과 문지방이 휘어있어서 창과 문이 잘 닫히지 않았다. 건물을 어떻게 하면 그렇게 지었을까 싶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집이었다.

독립을 원했다. 책상에 앉아있으면 문틈으로 부모님이든 누구든 나를 볼까봐 두려웠고, 창문에 부착되어 있었던 열리지 않는 방충망은 - 창 밖으로 고개를 길게 빼고 몰래 담배를 피웠던 나를 곤란하게 했으며, 고등학교를 그만두어서 백수상태였던 내게 동향의 창문은 가뜩이나 싫어하던 아침을 지독히도 싫어하게 만들었다. 방 벽에 가학적인 낙서를 했다. 그것을 보신 부모님은 낙서 위에 세계지도를 커다랗게 붙이셨다.

지금처럼 인테리어 정보가 가득한 포털사이트를 접하기가 쉽지 않았던 무렵이었기에, 나는 티비나 영화 같은 것에서 보았던 것들로 내 방을 꾸몄다. 방에 향과 촛불들을 피우고, 책꽂이를 종이 같은 것으로 가려 벽처럼 만들고, 고양이 인형 같은 것을 구입해 스탠드 위에 걸어두었다. 아침의 끔찍한 햇살과, 습한 웃풍, 문틈 사이의 불안 같은 것들이, 내가 만드는 방 풍경으로써 메워져 있었으면 했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그런 정보를 구하기가 쉬웠던 홍대에 일주일에 한 번씩 드나들기 시작한것도 그 때였다.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타면 2시간 넘게 걸렸던 그 곳에서 다양한 작가들과 동경할 만한 그림들과 색깔들을 만나 내 공간을 상상했다. 내 미래 공간의 목표는 차츰차츰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방향은 아주아주 요란할 것.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 현기증이 날 정도의 악취미스러운 화려한 공간. 다른 방향은 - 매우 간단명료할 것. 방에 들어가면 가구 같은 것은 침대와 책상 단 두 개만 보이게 할 것. 이를테면 극도의 미니멀리즘과 극도의 맥시멀리즘이었다.

스무살 첫 독립 후 나는 내 공간을 찾아 헤맸다. 아파트, 하숙집, 기숙사, 원룸, 옥탑방, 오피스텔, 반지하. 그나마 그 중에서는 오피스텔이 내 취향대로 그럭저럭 꾸며졌었다. 콘크리트 모양이 그대로 드러난 효과를 준 벽과 바닥, 옵션으로 붙어있던 TV는 치워버렸고, 오로지 책상과 기타, 침대만이 내 방에 있었다. 옷장은 베란다에 두었고 방벽에는 우쿨렐레 하나만 걸어두었다. 처음에 방에 놀러왔었던 친구들의 말들은 모두 한 가지 의견으로 통일되었다. 야, 정신병 걸리겠다.

정신병이 걸릴 법한 방을 나와 잠깐 본가에 머물다가 뉴질랜드에 왔다. 주당 120달러짜리 웰링턴시티 근처의 집이었다. 돌이켜보면 굉장한 곳이었다. 내 방만 유독 카펫이 없었고, 덕분에 구멍이 뻥뻥 뚫린 마룻바닥에서는 때때로 조그만 쥐들이 나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래도 거기서 살아보겠다고 천장에 야광별을 잔뜩 붙이고, 책상도 만들어보고, 빨랫줄로 방구석과 구석을 이어보고, 2층 침대를 사서는 1층을 비우고 복층의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거의 창고 혹은 car park 수준이었던 그 곳에서는 어떻게 하든지 간에 보증금은 받을 수 있을 것이 명료하다고 판단했었다. 때문에, 내 멋대로 꾸미고 살았다. 그 곳에 살던 시절 잠깐 웰링턴에 놀러오셨던 부모님은 눈물을 흘리셨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니..”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할 때 만났던 그 곳의 landlord는 “방을 잘 꾸몄다”며 바로 보증금을 건네주었다.

지금 사는 곳도 꽤 잘 꾸미고 산다. 비록 내 집은 아니지만 언제 어느 때라도 내 방으로 돌아오면 모든 것이 잘 정리되어있다. 내 공간에 대한 확신. 예전에는 몰랐지만, 공간은 결국 자신을 보여주는 시각적 향수 같은 것이다. 내 방의 구조는 내 글과 같다. 나의 세계. 생각해보면 나의 음악도, 나의 영화나 글도, 모두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다. 심플하거나 독특하거나 극단적이거나.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내 세계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지금의 내 공간을 만들었을 것이다. 나의 세계를 내 스스로 방관하는 것은 내게 있어서 빛이 모두 없어지는 것과도 같다. 내 세계의 실종. 그 말인즉슨 나를 향해 내가 쏘아 올린 수많은 조명들이 모두 까맣게 종료되고, 내 그림자를 버리고 암흑 속에서 살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비록 폐쇄적일지언정 간혹 나를 찾아드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싶어서, 나는 오늘도 내 공간을 꾸미고 만들며 사랑한다. 이곳과 이것은, 내 극이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79 | 18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6 | 18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57 | 19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86 | 19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0 | 19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09 | 19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2 | 1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1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7 | 1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81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7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2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6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1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4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1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20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99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65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5 | 10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30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9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3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8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2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