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조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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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각보

0 개 1,750 김지향
오일히터를 의자 옆에 놓고 그 위에 담요를 올려서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무릎 위를 덮고 있습니다. 이렇게 담요를 덮고 있으면서 시린 손을 가끔 담요 안에 넣어 녹이면서 글을 쓰고 있네요. 

어려서 따끈한 아랫목을 덮고 있는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만화책을 읽으면서 고구마를 까먹었던 시절이 생각이 나는군요. 물론 이불 속에는 만화책이 잔뜩 들어 있었고요. 여차하면 읽던 만화책을 이불 속으로 집어넣을 준비까지 해놓고 있었지요.

만화 읽는 것을 아주 싫어하셨던 아버지께서 우리 방으로 들어오실 걸 대비해서였죠. 한 번은 아버지께 들켜서 빌려온 만화책들이 몽땅 다 아궁이 속으로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만화 심부름을 도맡았던 내 동생이 만화책값을 물어주느라 엄청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지금까지 하거든요.

사실, 난 그 기억이 전혀 나지 않지만, 네 자매가 공범이면서도 만화를 빌려온 동생한테 그 책임을 전가해버렸나 봅니다. 충분히 그렇게 했을 소지가 다분합니다. 셋째인 나도 책상 서랍 속에 고이 접어 둔 500원짜리 지폐가 편지 한 장으로 변해버린 적이 있으니까요. 편지 내용과 달리 받는다는 기대는 아예 접어야 했습니다. 버스표 한 장에 5원했던 시절이었는데, 얼마나 아까웠겠어요? 

이런 일들도 있었지만, 즐거운 추억이 훨씬 더 많았죠. 큰 언니의 기타 소리에 맞춰서 불렀던 포크송과 트위스트 춤 대회와 가족들 몰래 연습한 형제들의 깜짝 연극 무대......,등 미소가 지어지는 추억들이 더 많았죠. 이렇게 지냈었던 이유인지 이곳에서도 조카들까지 합세하여 ‘가족 음악회’를 열어 거실에서 공연을 하고 뒤뜰에서 바비큐파티를 했던 때도 있습니다.

오늘따라 옛 추억이 마구 일어나는 것은 양철지붕을 통해 들려오는 빗소리와 따끈한 담요 덕분이네요. 물론 그 시절부터 좋아하기 시작했었던 포크송 음악들도 한 몫하고 있었지요. 

시간이 흐른다고 하지만, 시간이 순간순간 기억조각들의 연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한 조각의 흑백필름을 꺼내어 들여다보느라 시간을 되돌릴 필요는 없었거든요. 빗소리와 담요와 음악이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기억을 되살렸으니까요.

네 자매가 따끈한 아랫목에서 따스하게 데워진 만화책을 꺼내 읽을 때, 그 순간이 과거의 아름다운 순간이 될 것이라고 과연 누가 생각을 했을까요? 그저 그 순간을 만화를 보면서 즐기기만 했었을 거 아닌가요? 만화 속에 푹 빠져 있었을 때, 아버지께 들킬 것이라는 생각은 하기나 했을까요? 그 만화책들이 아궁이 속으로 들어갈 것은 상상이나 했을까요? 근 40여년이나 지난 지금 이 순간에 그때의 기억이 생각날 줄 알기나 했을까요? 

나는 우리가 시간의 마법 속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시간이란 시각의 연속이며, 시각이란 매 순간이며, 매 순간들이 조각들이 되어 그 조각들이 한 땀 한 땀 바느질 되어 연결이 되어 하나의 조각보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만화책을 읽으면서 여러 상상 중 들킬 것을 염려하는 상상이 있었을 것이며, 들켰을 때 역시 아궁이 속으로 만화책이 들어갈 것을 염려하는 마음이 있었을 겁니다. 지금 이렇게 그때의 추억을 되돌려 보는 상상 역시 있었을 수도요. 어찌 보면 그 순간 속에 가장 크게 여겨진 생각이 현실로 끌어들여졌을 겁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란 말이 있죠. 그 말이 오늘따라 더 실감이 가네요. 겨울비가 일으킨 추억으로 우리 삶이 우리가 선택한 조각들로 연결하여 만든 조각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양철지붕을 두드린 빗소리마저도 우리 삶의 비밀을 열 열쇠를 전해 주는 군요. 나만의 특별한 조각보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힌트를 알려 주네요. 하늘이 오늘 나에게 준 선물로 여겨집니다. 지금 이 순간의 선물 역시 내 삶의 조각보를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기억하면서 오늘 하루를 보내네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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