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면허를 땄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내게도 자동차가 있다. 작고 까만 소형차로, 이름은 심플하게 모닝이라고 부른다 (난 내가 가진 모든 기계들에게 이름을 붙여준다. 그냥 그런 취미가 있다고만 해두자).
차는, 나 자신이 빈털터리인 만큼 엄마가 사주었다. 대출이니 할부니, 말만 들어도 아득해지는 단어들을 이 악물고 응시하며 다시금 어른이 된다는 현실의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때, 엄마가 툭 던진 것이다. 엄마가 사줄게. 사회인 된 기념으로. 아이 참, 엄마도- 라는 식으로 말은 했지만 결국 인사치레였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주면 감사히 받는. 고맙습니다, 엄마.
왜 하필 검정색이냐. 많은 이들이 물었지만, 나도 답은 없다. 정말 생각 없이, 무슨 색으로 할래? 라고 물었을 때 검정색, 이라고 즉답한 것뿐이다. 검정색이 깔끔하다는 생각에서였을까. 물론, 이 사실은 엄청난 착각이었다. 몇 주 만에 뽀얗게 흙먼지를 뒤집어쓴 애마의 몰골을 본 난 좌절했다. 더욱이 회사는 공사 중인 도로에 있어 그 정도가 굉장히 심각했다.
소유한 것들이 많아질수록 신경 쓸 일도 잦아지는 법이다. 그렇기에 나는 정 필요하거나 어지간히 갖고 싶은 것이 아니면 쉽게 포기하는 버릇을 들였다. 더욱이 자동차는, 운전하는 것을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나와는 평생 연이 없을 소유물일 것만 같았다. 그래서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탓에 차에 대해선 아직도 배워가는 중이다. 이런저런 사고도 겪고, 스트레스도 받아가며.
사고라면, 예를 들어 가장 큰 사건이었던 사이드 미러 건. 내가 회사로 가는 루트는 정해져 있고, 출근길에는 아주 비좁은 골목을 지나야 한다. 평소와 다름없이 나서던 순간, 그 골목에서 난데없이 툭 튀어나온 거대한 공사 차량에 지레 당황해 핸들을 거칠게 꺾었다. 그 바람에 애꿎은 차는 벽에 부딪혔고, 오른쪽 사이드 미러가 박살이 나고 말았다. 순식간에 없어진 것이다. 그 허전함에 어? 하고 멍청하게 소릴 내뱉으며 차를 구석에 세우고 잠시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핸들을 쥔 손은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이럴 수가. 산 지 얼마나 됐다고!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곳은 애초에 그런 거대 공사 차량이 들어와선 안 되는 도로였다. 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그 다음엔 또 한 번 그 골목에서 가볍게 차를 긁었고, 또 그 다음엔 고속도로에서 난데없이 날아온 작은 돌멩이 때문에 앞유리를 한 번 교체해야 했다. 나는 이를 갈 뿐만이 아니라 펄쩍펄쩍 뛰고, 소리를 지르고, 벽에 머리를 마구 부딪혔지만 딱히 나무랄 사람도 없었다. 그저 나 자신의 실력 부족과 재수 없었던 하루를 저주하는 것 외에는.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다. 내 차에 대해선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가장 닮았지만, 관심사는 나와 정반대인 아빠는 차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 아마추어 전문가다. 차에 대해서 투덜거릴 때마다 아빠는 태평하게 답했다.
“원래 차는 다 그런 거야. 돈 엄청 먹지.”
“차가 그런 게 아니라 사는 거 자체가 그런 거겠지.”
“그것도 그렇고.”
굳이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것, 보고 싶지 않은 것에까지 억지로라도 눈을 돌리게 되는 것, 소유물. 그런 점에서라면 내게 차는 편리하면서도 아직 무거운 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