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조연, 메를로(Merlot)의 생존법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명품조연, 메를로(Merlot)의 생존법

0 개 2,740 피터 황
528 시작.jpg

언젠가부터 우리사회는 실패(失敗)가 인정되지 않고 그 아픔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더 이상 가르치지 않게 되었다. 최선을 다했어도 실패했다면 비아냥거리고 엿이나 달걀을 맞으며 조롱거리가 된다. 과연 성공한 삶이 꼭 1등만을 뜻하는 것일까? 당신이 발전되어 가는 삶, 과거보다 나아지는 인생을 살았다면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박난 영화나 드라마에는 주인공의 그림자로 살지만 큰 존재감을 나타나는 조연이 있게 마련이다. 그들은 음식에 감칠 맛을 내는 조미료처럼 극중에 녹아서 눈에 잘 띄진 않지만 개성 넘치는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결국 관객의 주목을 받는다. 사실 그들이 없는 영화나 드라마란 상상할 수도 없다. 나는 오히려 갑자기 인기스타가 되고 덕분에 극중에서 주연을 거머쥔 이들의 어설픈 연기보다 조연들이 보여주는 은근하고 깊은 내면연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빡빡하게 꽉 끼어서 뒤꿈치가 아픈 새 구두보다는 뒤축이 좀 닳은 헌 구두가 허물없고 애정이 가는 것처럼 말이다. 

레드와인의 품종 중에서 훌륭한 조연(助演)의 역할을 해온 와인이 메를로다. 사실 레드와인 하면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라고 할 정도로 레드와인의 주인공은 카베르네다. 이 포도는 작은 사이즈, 어두운 색, 두꺼운 껍질, 많은 씨앗이 특징이다. 와인으로서의 외형은 무척 거친 셈이다. 카베르네가 질감이 무거운데 비해서 메를로는 순하며 부드럽고 타닌성분이 덜한 편이다. 메를로(Merlot)의 본고장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 지역으로 보르도에서 생산되는 적 포도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그 양은 카베르네 소비뇽의 두 배나 된다. 뉴질랜드에는 조금 늦은 1980년대 초에 심어지기 시작했으나 점차 그 생산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카베르네 소비뇽-310헥타르, 메를로-1224헥타르, 2013년 WINE NZ통계). 

메를로는 기후의 영향도 덜 받는 편이고 카베르네보다 3주나 먼저 익으며 와인의 숙성도 빠르다. 더군다나 작은 사이즈의 카베르네보다 몸집도 우람하고 탐스럽다. 그러니 와인 제조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카베르네에 비해서 복합미와 개성이 부족하고 힘과 농축미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뉴질랜드에서는 기후 차가 크지 않은 오클랜드 근교나 노스랜드, 그리고 주로 혹스베이(Hawke’s Bay)가 주요 생산지다.

메를로는 이러한 태생적인 이유로 단일 품종으로 나서기보다는 타닌이 강한 카베르네에 유연성을 가미해 부드러운 맛을 첨가하는 블랜딩(혼합, Blending)용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단단하고 마른 골격의 카베르네를 풍부한 몸집으로 만드는 역할을 해 온 셈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높아진 소비자들의 수준에 호응하기 위해서 메를로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주연과 더불어 앙상블을 이루는 완성도에 대한 요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우수한 와인들 속에서 더욱 냉정해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선 작은 배역 하나까지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메를로가 주연이 될 수 있는 개성은 충분하다. 우선 색상이 진해서 알코올이 높다. 보통 같은 조건에서 자란 카베르네보다 1-2도 정도가 높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중후한 미감(Medium Bodied)을 선보이며 알맞은 산도를 지니고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에 비해 복잡한 면은 덜하지만 과일 맛이 더 풍부해서 블랙베리, 체리, 자두, 초콜릿, 모카, 때로는 가죽 향도 나며 오크통에서 숙성하게 되면 기존의 진한 과일 향에 버터나 크림 향이 가미되어 난다. 메를로 포도가 완전히 익었을 때 건조한 기후를 기다려 수확해 발효과정에서 골격과 힘을 주고 오크배양을 통해 복합 미를 키워줌으로써 ‘특급칭찬’을 받을 수 있는 명품으로 탄생시킨다면 충분히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는 와인이다.

극중에선 조연이 주연보다 튀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고 한다. 주인공이 최대한 빛날 수 있도록 오직 살신성인만이 용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스타도 누구나 처음엔 몇 줄 안 되는 대사를 외우며 밤을 지샌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어느 무명배우의 처녀작품 속 한 장면처럼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겨울의 끝을 비집고 물오르는 봄의 새싹을 바라보며 다투어 꼭 돈 많은 부자의 성공은 아니어도 유유자적 자연을 닮은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된다. 한번의 실패가 절대 끝은 아니다. 그곳으로부터 새로운 출발이 시작되는 것이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02 | 23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8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1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2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1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0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5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5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0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3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9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4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9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7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4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8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