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사람을 순수하게 만든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운동은 사람을 순수하게 만든다

0 개 1,933 박건호
태어나서 처음으로 근육이란 것을 키워봤다. 펑크에 빠져있던 고등학교 무렵에는 비쩍 마른 몸을 좋아했다. 44사이즈를 입을 수 있는 상체에 디올옴므 모델과도 같은 젓가락 하체(길이는 안 될지라도). 실제로도 그런 몸이었고, 그런 얇은 다리를 건들거리며 잘도 돌아다녔다. 

운동은 오로지 구기종목만 좋아했기 때문에, 스쿼시 코트가 있는 헬스장에 스쿼시만 하러 다녔다. 그래서 헬스장에서 자신의 근육을 보기 위해 우어어 짐승과도 같은 소리를 지르며 운동하는 남자들을 경멸했다. 원시적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기 위해 가슴을 치며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오랑우탄을 연상했다. 

남자들만 있던 공간- 군대에서는 그런 상황들이 내게는 정말 이상한 현상이었다. 나는 전방 부대에 있었고, 전방부대의 시설은 정말 심하게 열악했다. 그 상황에서 온갖 헬스기구들을 거지같은 방 안에 모조리 모아놓고는, 모두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머리스타일로 운동을 한다. 안경을 벗고 뿌얘진 시선으로 보면 그들은 정말 복제인간들처럼 보였다. 모두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길러지고 있는 얼치기 병기들처럼 보였다. 당시 같이 군생활을 했던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나는 뭔진 모르겠지만 “유태인” 같았다고 한다. 창백한 얼굴로 비쩍 마른 몸으로 기타를 들고 복도를 돌아다니고는 했단다. 나는 그게 좋았다. 핏기없는 얼굴, 다크서클로 인해 퀭해진 내 눈을 좋아했다. 

그 뒤로도 계속 운동을 안 해도, 딱히 살이 찌진 않았다. 방법은 단순했다. 살이 찌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 그저 먹지 않았다. 물 한 잔 담배 한 모금이면 별로 배가 고프다는 것을 못 느꼈다. 덕분에 그럭저럭 유지가 되었었던 평균체중이었다. 

부모님은 그런 내게 늘 운동을 권유하시곤 했다. 두 분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시고, 어머니께서는 째즈댄스/요가를 20년 넘게 하시고, 아버지께서는 헬스를 20년 넘게 하셨다. 그래서 나는 더욱 운동을 하기 싫었다. 별 이유는 없었고, 그냥 적당한 반항을 하고 싶었고, 조금 더 나이가 들었을 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모님께서는 섭섭하게 느끼실 것이다. 처음으로 내게 “식스팩”이라는 것을 요구하는 여자친구가 생겼다. 그 전에 만났던 분들은 대부분, 활달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퇴폐적이고, 산책은 좋아하지만 땀 흘리는 것은 지독히도 싫어하는 그런 분들이었다. 그들은 내게도 당연 히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았었고, 그저 둘이 옥상에 앉아 하늘의 변화를 관찰하며 일광욕을 했었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 이 분은 참 맑으신 분이다. 참 순수한 얼굴로 내게 식스팩을 요구했고, 문득 나도 내 근육의 생김새를 보고 싶어졌다. 동기는 “맑고 순수한 얼굴”이었지만, 이유는 두 가지였다. 나이는 들었는데 등빨은 여전하신 서양아저씨들이 부러웠고, 자기관리의 상징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두 달째, 별일없이, 근육을 보게 되었다. 

나름대로는 체계적으로 운동을 했고, 바쁘게 운동을 했다. 무엇보다도 기구에 앉아 숨 고르는 일이 없도록 했다. 우선 일(스시가게)이 끝나자마자 가까운 헬스장에 간다. 옷을 갈아입은 후 런닝머신에 올라가 시속 10Km로 2.5km를 뛴다. 2.5km를 뛴 후 윗몸일으키기 기구로 간다. 70kg에 무게를 맞춘 후 70개를 한다. 그 후에는 (기구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팔힘을 이용해 미는 기구를 무게 60kg에 맞춘 후 20개를 한다. 그리고는 팔힘을 이용해 당기는 기구를 20개, 버터플라이 기구 20개를 한다. 그리고는 윗몸일으키기 70개부터 버터블라이 기구 20개까지 같은 코스로 한 텀을 더한다. 그 후 다시 런닝머신으로 가서 2.5km를 뛴다. 그리고 다시 윗몸일으키기에서 버터플라이 기구 코스를 한 번 더 한 후 스트레칭을 하며 자전거 5분을 탄다. 그리고 끝. 1시간 10분 정도가 걸린다. 식단조절없이, 주말을 제외하고 두 달을 했더니 식스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운동을 2주간 못 갔더니 몸이 다시 매끈해졌다. 운동은 참 신기한 것이다.

댓글 0 | 조회 2,060 | 2015.10.29
일어났다. 나는 푸른 약과 붉은 약을 한 알 씩 따뜻한 물과 함께 삼켜냈다. 오전 2시. 춤을 추고 싶어서, 클럽에 가기로 했다. 대충 옷을 걸치고 나와보니 이미… 더보기

공간

댓글 0 | 조회 2,056 | 2014.10.30
공간을 좋아한다. 나만의 공간을 좋아한다. 아파트로 이사가기 전의 어렸을 적에는, 그리 독립된 생활을 하지는 못했었다. 부모님과 방을 같이 쓰다가, 할머니 할아버… 더보기

江(Ⅳ)

댓글 0 | 조회 2,024 | 2015.04.15
그렇게 세 번째 뒤집혔던 배를 타고 강의 상류에서 하류로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이제는 뒤집어지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던 찰나에 첫 캠프사이트 Ohinepane가 … 더보기

혼란: 독재의 잔재

댓글 0 | 조회 2,005 | 2014.04.09
최근에 나는 뮤직비디오를 한 편 찍었다. 그 때 촬영을 맡긴 한 인도네시아 아저씨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덕분에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인도네… 더보기

카페

댓글 0 | 조회 1,988 | 2013.07.23
17살. 나는 카페에 자주 갔었다. 스타벅스, 카페베네 등의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오기 전이었던 시절 이야기다. 가게의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2층에 있었던 그… 더보기

남겨진 것들

댓글 0 | 조회 1,980 | 2015.09.09
이사 뉴질랜드에 와서 네번째 이사를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예 웰링턴이 아닌 다른 먼 지역으로 가는 일이었고, 생각보다 재미있고 힘에 부친 일이기도 했다. 처… 더보기

거미집(Ⅱ)

댓글 0 | 조회 1,974 | 2016.01.13
<<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누렇게 뜬 천장 구석에, 거미줄이 하나 쳐져 있었다. 거미줄 위에 다리가 긴 거미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저 … 더보기

단편영화를 보는 시간

댓글 0 | 조회 1,971 | 2014.08.13
영화제의 분위기는 항상 나를 매료시킨다. 특히 단편영화 섹션이 그렇다. 상기된 표정의 감독들과 스텝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는 듯한 표정들. 평소 영… 더보기

신해철

댓글 0 | 조회 1,956 | 2015.05.13
오랜만에 글을 쓴다. 뭔가 오랜만이라는 느낌이다. 시리즈 아닌 시리즈물을 쓰다보니 어렵다. 분량조절에 실패한 탓에 자꾸 사골처럼 우려먹는 기분이다. 사골은 그래도… 더보기

江(Ⅴ)

댓글 0 | 조회 1,942 | 2015.06.09
다음 날 아침. 아직도 마르지 않은 축축한 항해용(?) 옷을 입고 텐트 밖으로 나와보니, 평상 위에 올려놓았던 종이컵의 밥이 사라졌다. 은박지가 제멋대로 뜯어져 … 더보기

현재 운동은 사람을 순수하게 만든다

댓글 0 | 조회 1,934 | 2014.07.08
태어나서 처음으로 근육이란 것을 키워봤다. 펑크에 빠져있던 고등학교 무렵에는 비쩍 마른 몸을 좋아했다. 44사이즈를 입을 수 있는 상체에 디올옴므 모델과도 같은 … 더보기

작업기(Ⅴ)-패

댓글 0 | 조회 1,927 | 2015.04.30
우선 너무 기쁜 나머지 바로 답 메일을 보냈다. 보낸 답장은 내가 찍었던 단편영화가 첨부된 채였다. 그 의도는 “나는 이러이러하게 쓸모가 있으니 투자 대비 괜찮을… 더보기

영어

댓글 0 | 조회 1,924 | 2015.01.13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외국인에게 크게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다른 학원은 거의 다니지 않았지만 영어회화학원만큼은 꾸준히 다녔던 것이 비결 아닌 비… 더보기

이사

댓글 0 | 조회 1,906 | 2013.09.10
저번 주였다. 내가 사는 플랫의 인터넷이 일주일 남짓 먹통상태일 때였다. 일주일 내내 플랫메이트들을 볼 때마다 얘기를 했다. 난 인터넷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 더보기

상류

댓글 0 | 조회 1,901 | 2014.11.26
내가 일하는 곳의 사장은, 돈을 아주 잘 버는 사람이다. 지금하는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과를 나와, 이것저것하며 돈을 모은 뒤 지금은 40명에 가까운 직원을 … 더보기

江(Ⅶ)

댓글 0 | 조회 1,876 | 2015.07.15
짐을 모두 싣고 난 후 우리는 무릎까지 차오르는 강변의 물에 바지를 적셔가며 배에 올랐다. 강 위에서의 3일차. 하루도 물에 들어가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우리는… 더보기

江(Ⅵ)

댓글 0 | 조회 1,843 | 2015.06.24
오후 네 시. 눈을 떴다. 천둥이 치고 있었고, 하늘은 말라있었다. 정말 바짝 마른 파란 하늘 위에 구름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건조하게 붙어있었다. 오래된 페인… 더보기

모자이크(Ⅲ)

댓글 0 | 조회 1,829 | 2013.12.24
호텔의 방. 창가 태양의 광선이 대기를 통과하고, 산란된 빛의 파장은 곧게 흩어져 호텔의 창가에 곱게 내려앉아있다. 먼지들이 빛의 언저리를 떠돌고, 창틀에 반쯤 … 더보기

江(Ⅷ)

댓글 0 | 조회 1,822 | 2015.07.29
일어났다. 4일 째. 아침. 강 위에서의 마지막 숙박지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제는 중류에서 하류로 접어들고 있었다. 배를 타고 오는 동안, 강의 흐름은 조금씩 조… 더보기

한국에서

댓글 0 | 조회 1,765 | 2014.01.30
2년 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인천공항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부산스럽지만 깔끔한, 이용자의 동선을 최대한 고려하여 만든 회색빛의 거대한 이동체. 사람들은 세포처럼 … 더보기

기대

댓글 0 | 조회 1,754 | 2014.09.24
내가 나에게 갖는 기대가 나를 미치게 한다. 기대는 구름처럼 내 머릿속을 횡횡하고 있었다. 심해 속에 가라앉는 돌덩이처럼 무겁고 무서운 까만 재 같은 것들이 구름… 더보기

江(Ⅱ)

댓글 0 | 조회 1,731 | 2015.02.11
배에 배럴들을 묶는 법을 확인한 후, N과 나는 대머리 아저씨의 낡은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버스에서는 강 냄새가 났다. 비린 버스였다. 거리를 달리는 동… 더보기

서바이벌

댓글 0 | 조회 1,727 | 2014.02.12
지금은 묻혀버렸지만, 작년 11월쯤 한국의 엠넷에서 작곡가 서바이벌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었다. 티비를 안 보아서 홍보의 여부는 모르겠지만, 4회 만에 … 더보기

칼럼

댓글 0 | 조회 1,714 | 2013.09.24
칼럼. 칼럼이란 것을 쓴 지 1년이 되었다. 그 뜻은 내가 여기 온지 1년이 조금 넘었다는 뜻일 것이다. 2012년 6월 초순, 워킹홀리데이라는 비자로 뉴질랜드로… 더보기

피곤한 고양이

댓글 0 | 조회 1,707 | 2013.10.08
영화학과 출신이라는 것은 좋은 일이다. 대학시절, 학과 공부는 잘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영화와 관련된 종합예술에 있어서만큼은 -조금 편협하긴 해도- 나름대로 공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