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老)제자와 여(女)스승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노(老)제자와 여(女)스승

0 개 1,930 오소영
잔인한 달. 사 월은 갔지만 끝없이 어둡고 답답한 오월의 나날들도 속절없이 흘러 흘러가고 있다.  

상큼하게 가슴 뻥 뚫리는 그 무슨일은 없을까? 고국은 물론이지만 외국에 나와 사는 우리 한인들 모두도 너나없이 가슴속에 돌을 묻고사는 요즈음이다.  

오 월은 가정의 달. 십 오일은 스승의 날이기도하다. 어느 날인가 우연찮게 라디오 방송을 듣다가 마치 전기에 감전된듯 정신이 번쩍들게 하는 사람을 만났다. 

옛날 교직에 몸 담았던 노 스승의 제자 이야기였는데 너무도 인간적인 가슴 뭉클한 스토리에 마음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파삭하게. 메말라가는 감성에 한모금 시원한 생수가 흘러 들어가는 듯 잠깐이지만 답답하던 가슴이 후련해 지고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절로 번졌다.

그 선생님은 지금 팔 십대. 

아득히 흘러간 옛날 옛적 이야기였지만 누렇게 빛바랜 추억만이 아니고. 반세기도 훨씬지난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현재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더욱 찐한 감동이었다.

학교를 갓 졸업한. 꿈에 부풀은 열 아홉살. 처녀 선생님의 첫 부임지는 어느 지방도시의 산골 초등학교였다. 

희망찬 미래.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바라보는 아이들과의 만남에 가슴이 설레었다. 그런데 뜻밖에 복병이 있을줄이야. 늘 늦게 2교시가 지나서 등교하는 아이가 하나있어 ‘설마 오늘은 아니겠지’ 하면서 한껏 인내심으로 버텨내 보았지만 달라지지가 않았다. 왜 늦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없고 그냥 울기만 해서 왕초보 선생님을 너무 힘들게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해도 소용없고 그 애의 대답은 언제나 울음으로 일관할뿐 안타까웠다. 무슨 특별한 사정이 있는게 틀림없구나. 어느 날 집으로 부모님을 만나뵈러 가야겠다는 생각이들어 아이에게 통고를 했을 때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다시 울음보를 터트린 그 아이 옆에있던 어떤애가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선생님, 안돼요.” 하면서 우는애의 눈치를 보는것 같더니 “저 애 엄마는 계모에요. 근데 장사하는 장터까지 짐을 날라놓고 와야 하거든요. 안하면 혼나요” 하는게 아닌가.   

결손가정의 자녀라는걸 숨기고 싶은 아이의 불편한 마음을 알지못하고 나약한 자존심을 건드려 늘 울게만했던 자신이 오히려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그 다음 선생님께서 특별히 어찌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러나 엄마처럼 따뜻하게 다독여 주면서 아이에게 희망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게 했음이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다.

어느 날인가 그 애는 자기 생모가 있는 곳을 알았다며 꼭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지금같지 않은 그 옛날에 사람 찾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고민을 하던차에 그리 멀지않은 도시 미용실에서 이야기끝에 그 애 엄마를 찾을 수가 있었다.   

너무도 쉬운 우연으로 엄마를 찾게된 것은 아이의 간절한 소망때문이었으리라. 한달음에 생모 곁으로 달려간 그 아이. 후에 계모로부터 아이를 빼돌렸다는 오해를 받고 시달림을 당한 것은 당연히 감수해야만 했다. 그것으로 아이와의 인연은 짧게 끝이났다.

하지만 아이가 바라던 따뜻한 행복은 거기에도 없었다. 생모 곁이지만 이미 재혼한 엄마의 입지가 불편한걸 눈치채고 오래 견디지 못했다. 

아이의 나이 열 세살. 결국은 가출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많은 시간이 지난뒤에야 알게되었다. 그 후 ‘삼 십년’이란 긴 세월이 지난. 어느 날부터일까? 생각도 가물가물한 옛 제자로부터 용돈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열 아홉살 꽃띠 선생님이 팔 십대가 된 지금까지 ‘삼십 팔년’ 동안을 그렇게 한결같이 용돈을 보내고 스승의 날에는 선물을 잊지 않는다.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이젠 정말로 그만 받자고 사양을 해도 선생님 덕분으로 큰 세상에서 제법 사람이 되었다고 고집을 꺾지 않는단다.
  
그도 이제 칠 십대가 되어 그 또레의 손주들을 주렁주렁 두었을 할아버지가 되었을텐데... 거친 세상이라고 서로를 불신하는 세태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이다.  

오랫만에 사람사는 진솔한 향기에 가벼운 현깃증을 느꼈다. 그런 훌륭한 사람이 있어 희뿌연 안개속에 한줄기 귀한 빛을 뿌리고 또다시 희망을 갖고 우리는 살아가게 되는 것이리라. 이렇게 멋지게 사는 분들이 더 많아지면 정말로 살기좋은 세상이 될텐데... 

가출한 열 세살 어린 소년은 무작정 상경을 했다. 아는사람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어린 소년이 발붙여 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이 있었을까? 거친 세상과 부대끼며 살았을 삼 십년 세월은 밝히지 않아도 상상이 된다. 어엿한 성인이 되기까지 마음속에 간직한 선생님의 온기가 그에게 오늘을 있게 했을 것이다. 따지고보면 스승의 책임을 다한 선생님과 제자의 도리를  충실하게 실천 했을뿐인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건 교과서적인 훈시일뿐. 지켜지기 어려운 일이기에 큰 감동을 받는 것이다. 

어느 날 제자가 스승되고. 스승도 제자 시절이 있었기에 모두가 하나같은 마음이어야 하겠지만 어릴 때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항로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중요한 메세지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02 | 23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8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1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2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1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0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5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5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0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3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9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4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9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7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4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8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