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老)제자와 여(女)스승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노(老)제자와 여(女)스승

0 개 1,971 오소영
잔인한 달. 사 월은 갔지만 끝없이 어둡고 답답한 오월의 나날들도 속절없이 흘러 흘러가고 있다.  

상큼하게 가슴 뻥 뚫리는 그 무슨일은 없을까? 고국은 물론이지만 외국에 나와 사는 우리 한인들 모두도 너나없이 가슴속에 돌을 묻고사는 요즈음이다.  

오 월은 가정의 달. 십 오일은 스승의 날이기도하다. 어느 날인가 우연찮게 라디오 방송을 듣다가 마치 전기에 감전된듯 정신이 번쩍들게 하는 사람을 만났다. 

옛날 교직에 몸 담았던 노 스승의 제자 이야기였는데 너무도 인간적인 가슴 뭉클한 스토리에 마음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파삭하게. 메말라가는 감성에 한모금 시원한 생수가 흘러 들어가는 듯 잠깐이지만 답답하던 가슴이 후련해 지고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절로 번졌다.

그 선생님은 지금 팔 십대. 

아득히 흘러간 옛날 옛적 이야기였지만 누렇게 빛바랜 추억만이 아니고. 반세기도 훨씬지난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현재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더욱 찐한 감동이었다.

학교를 갓 졸업한. 꿈에 부풀은 열 아홉살. 처녀 선생님의 첫 부임지는 어느 지방도시의 산골 초등학교였다. 

희망찬 미래.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바라보는 아이들과의 만남에 가슴이 설레었다. 그런데 뜻밖에 복병이 있을줄이야. 늘 늦게 2교시가 지나서 등교하는 아이가 하나있어 ‘설마 오늘은 아니겠지’ 하면서 한껏 인내심으로 버텨내 보았지만 달라지지가 않았다. 왜 늦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없고 그냥 울기만 해서 왕초보 선생님을 너무 힘들게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해도 소용없고 그 애의 대답은 언제나 울음으로 일관할뿐 안타까웠다. 무슨 특별한 사정이 있는게 틀림없구나. 어느 날 집으로 부모님을 만나뵈러 가야겠다는 생각이들어 아이에게 통고를 했을 때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다시 울음보를 터트린 그 아이 옆에있던 어떤애가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선생님, 안돼요.” 하면서 우는애의 눈치를 보는것 같더니 “저 애 엄마는 계모에요. 근데 장사하는 장터까지 짐을 날라놓고 와야 하거든요. 안하면 혼나요” 하는게 아닌가.   

결손가정의 자녀라는걸 숨기고 싶은 아이의 불편한 마음을 알지못하고 나약한 자존심을 건드려 늘 울게만했던 자신이 오히려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그 다음 선생님께서 특별히 어찌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러나 엄마처럼 따뜻하게 다독여 주면서 아이에게 희망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게 했음이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다.

어느 날인가 그 애는 자기 생모가 있는 곳을 알았다며 꼭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지금같지 않은 그 옛날에 사람 찾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고민을 하던차에 그리 멀지않은 도시 미용실에서 이야기끝에 그 애 엄마를 찾을 수가 있었다.   

너무도 쉬운 우연으로 엄마를 찾게된 것은 아이의 간절한 소망때문이었으리라. 한달음에 생모 곁으로 달려간 그 아이. 후에 계모로부터 아이를 빼돌렸다는 오해를 받고 시달림을 당한 것은 당연히 감수해야만 했다. 그것으로 아이와의 인연은 짧게 끝이났다.

하지만 아이가 바라던 따뜻한 행복은 거기에도 없었다. 생모 곁이지만 이미 재혼한 엄마의 입지가 불편한걸 눈치채고 오래 견디지 못했다. 

아이의 나이 열 세살. 결국은 가출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많은 시간이 지난뒤에야 알게되었다. 그 후 ‘삼 십년’이란 긴 세월이 지난. 어느 날부터일까? 생각도 가물가물한 옛 제자로부터 용돈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열 아홉살 꽃띠 선생님이 팔 십대가 된 지금까지 ‘삼십 팔년’ 동안을 그렇게 한결같이 용돈을 보내고 스승의 날에는 선물을 잊지 않는다.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이젠 정말로 그만 받자고 사양을 해도 선생님 덕분으로 큰 세상에서 제법 사람이 되었다고 고집을 꺾지 않는단다.
  
그도 이제 칠 십대가 되어 그 또레의 손주들을 주렁주렁 두었을 할아버지가 되었을텐데... 거친 세상이라고 서로를 불신하는 세태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이다.  

오랫만에 사람사는 진솔한 향기에 가벼운 현깃증을 느꼈다. 그런 훌륭한 사람이 있어 희뿌연 안개속에 한줄기 귀한 빛을 뿌리고 또다시 희망을 갖고 우리는 살아가게 되는 것이리라. 이렇게 멋지게 사는 분들이 더 많아지면 정말로 살기좋은 세상이 될텐데... 

가출한 열 세살 어린 소년은 무작정 상경을 했다. 아는사람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어린 소년이 발붙여 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이 있었을까? 거친 세상과 부대끼며 살았을 삼 십년 세월은 밝히지 않아도 상상이 된다. 어엿한 성인이 되기까지 마음속에 간직한 선생님의 온기가 그에게 오늘을 있게 했을 것이다. 따지고보면 스승의 책임을 다한 선생님과 제자의 도리를  충실하게 실천 했을뿐인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건 교과서적인 훈시일뿐. 지켜지기 어려운 일이기에 큰 감동을 받는 것이다. 

어느 날 제자가 스승되고. 스승도 제자 시절이 있었기에 모두가 하나같은 마음이어야 하겠지만 어릴 때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항로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중요한 메세지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84 | 19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7 | 19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58 | 20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87 | 20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2 | 20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13 | 20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2 | 1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1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7 | 1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82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7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3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6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3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5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1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22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01 | 6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66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6 | 10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31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60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4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8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2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