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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놀이

0 개 1,486 김지향
한국을 떠나서 산 지 14년입니다. 2년 전에 한국 방문을 하고 올 4월에도 잠시 방문을 하였었는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급격한 변화에 넋을 놓게 되는군요. 내가 사는 파미는 처음 도착하여 정착을 시작하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기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놀라움 그 자체이더라고요.

14년 전에 재미있는 지옥에서 사는 것보다 심심한 천국에서 살고 싶다는 욕구를 위하여 한국생활을 청산하고 뉴질랜드를 선택했습니다. 입시지옥에서 아이들을 건져 내고 나 역시 자유의 날개를 달겠다는 의지로 태평양을 건너 지구 저 반대편의 섬으로 날아 왔습니다. 언어의 장벽이 있었지만, 자유를 향한 내 날개는 찢어지고 다치면서도 그 벽을 통과했습니다.

벽을 통과했다는 게 영어를 제대로 잘하는 것으로 오해할까봐 미리 밝혀 두는데, 영어를 잘하게 되어서가 아니라 눈칫밥까지 곁들여서 나름대로 소통을 하면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선천적으로 어휘력이 뛰어나서 외국어를 쉽고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다행이었겠지만, 그런 능력은 아예 저 멀리 던져버리고 살았던 나로서는 유창한 영어는 한갓 꿈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갓 꿈일지라도 오직 그 꿈을 위하여 살아갔다면 이룰 수 있었겠지만, 부정적인 의식의 유혹에 빠져서 꿈을 못 이루는 길을 선택하면서 살았으니, 아직도 꿈은 저 멀리 있는 것으로만 느껴지네요. 그 언젠가는 영어가 어렵다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날이 오겠지요.

이번 한 달 동안 한국에서 지내면서 지난번과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두 번의 방문에서와 달리 대중교통부터 PC방 이용 등 내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홀로서기를 하면서 생활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입니다. 남들에겐 너무나도 쉽고 당연한 것들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었더라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14년간의 파미 생활은 참 단순했습니다. 단순한 삶을 원했었기에 단순한 삶을 선택했는데, 내 선택 그대로 단순하게 조용하게 나를 성찰해 가면서 살았더군요. 적게 벌고 적게 쓰면서 얻은 시간들을 오직 내 안을 들여다보는 것에 투자를 한 것을 보면, 밖의 세상에서의 단순한 삶이 나에게 가져다 준 선물은 물질로 계산할 수 없는 내면의 성찰이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의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선물은 나와 남 그리고 세상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었습니다. 이 선물이 단지 뉴질랜드에서의 삶 속에서 얻은 것만의 성찰은 아니며, 내가 태어나기 그 이전부터 이미 이루어져 있는 현존이며, 내면을 알고 싶어 하는 열정이 이룬 성과겠지만, 그 열정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준 도구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다시 세상이 참 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내면에 몰입하느라 쏟은 열정만큼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었으니까요. 둘 다 이루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3차원의 세상에서는 얻은 만큼 잃는다는 이치를 벗어날 수 없겠죠.

한 달 동안의 한국생활은 어설프기 짝이 없을 겁니다. 그래도 십여 년 전에 뉴질랜드에 도착하여 새로운 생활에 적응했었을 때와 비교할 수는 없을 겁니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언어 소통이 안 돼서 절절 매지는 않을 것이니까요. 

요즘 둔감했었던 밖의 세상에 대한 감각에 새로운 눈이 떠지네요. 내 내면이 늘 앞으로 나아가듯 밖의 세상 역시 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일 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인식하게 되니 이번 한국 방문이 나에게 주는 교훈이 얼마나 클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군요.

지금 이 순간 나는 이번 여행을 세상의 변화에 대한 적응 기간으로 선택합니다. 내 내면이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세상도 나아가고 있다는 걸 인정하기에 세상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는 걸 선택합니다. 한 쌍의 날개가 균형을 이루어 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선택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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