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 한마당(공선생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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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한마당(공선생의 하루)

0 개 2,398 오소영
베란다에 들어오는 햇볕이 눈이 시리도록 밝고 화창한 날이었다. 할 일 없는 ‘공명수’씨는 흔들 의자에 기대앉아 가볍게 눈을 감았다. “공선생님은 아직도 젊으셔요 그리고 미남이시구...” 입술이 유난히도 얇다고 생각한 여자였으니 아마 얼마쯤은 거짓말인줄 알지만 싫지는 않았다.

하얀 얼굴에 반달처럼 그려진 까만 눈썹. 쌍꺼풀이 의심스럽긴 했지만 그게 무슨상관? 부끄럼도 없이 잘도 재잘대던 어제의 k여사. 나이답지않게 애교도 그만하면 땡. 지적인 면은 없어도 노상 무식해 보이지않는 야릇한 매력이 풍기는데 잔주름이 보이는 입가에 까만 점 하나가 꺼림칙 했다.

“이걸 좀 들어보세요. 연근 조림이 아주 맛깔스럽네요” 무뚝뚝한 ‘공명수’씨는 쑥스러워 멋적게 밥만 우걱우걱 먹는데 말씀이 없어 어려워도 무게가 있어 좋다나. 그는 자기 얼굴 앞에 바짝 들이댄 그녀의 젓가락이 눈앞에 보여 소스라쳐 눈을 떴다. 언제 갖다 놓았을까? ‘공명수’씨 앞에는 며느리가 갖다 놓았을 차 한잔이 싸늘하게 식은채 어렴풋이 냄새만을 풍기며 놓여 있었다.

“안녕히 가세요” 손을 내미는 그녀를 뿌리치듯 돌아서는 등뒤에서 “내일 또 전화드려도 괜찮겠죠”했던 말이 생각나 문득 전화통을 응시해 보는 ‘공명수’씨.

우연히 밖을 내다보니 잘 차려입은 노부부 한쌍이 나란히 아파트 문을 나서고 있었다. (저 늙은이들은 웬 복이 저리도 많을꼬...) 마누라 떠나고 헌 신짝 신세가 되어버린 빈 방에서 시간은 길고 세월은 지루하기만 했다. 밖에선 강아지 두 마리가 아까부터 신나게 엉켜 놀고 있었다. 세상 이치가 다 저렇거늘 나만 왜 혼자일까? ‘공명수’씨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 “제기랄 전화 한다더니 뭐야 사람 마음만 들뜨게 해 놓고 딴청하긴가.” 악수하자고 내민 손을 꽉 움켜잡고 마음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소극적이고 재미없는 성격이 미웠고 바보였음을 깨달았다. 지금은 수 백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큰 소리 치는 때가 아니라는걸 새삼 자신에게 타이르며 윤끼없고 메마른 얼굴을 만져 보았다.

“때르르릉” ‘공명수’씨는 갑자기 생기가 돌아 후다닥 일어나서 전화통 쪽으로 달려갔다. “아버님 제 전화일꺼에요 제가 받을께요”   

며느리가 쪼르르 달려나와 수화기를 들었고 ‘공명수’씨는 머쓱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대화에 신경을 썼다.  

“여보세요. 아~ 엄마! 네네 언제 떠나시는데.. 네에 아버지랑.. 구경 잘 하시구 잘 다녀오세요. 네에..” 사돈 내외께서는 해외 여행이라도 떠나는 모양인가보다 그는 액자에 걸린 마누라 사진을 쳐다보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여보 마누라 나만 이렇게 팽겨쳐두고 혼자만 가 버리면 어떻게 해 말좀 해 보구려”) 마누라 생전에 바쁘다는 핑계로 느긋하게 함께 여행도 못 해 본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살아 주었으면 업어라도 줄 것 같은 안타까운 남편의 심정을 사진속의 아내는 알기나할까 ‘공명수’씨는 늘상 먼저 떠난 아내가 불쌍하다고 생각 해 왔는데 이제 자신이 더 불쌍하다는 생각으로 바뀌어 버렸다. “여보 당신 뭐라고 말 좀 해봐”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 소리에 며느리가 달려 나왔다. “아버님! 저 부르셨어요” 당황한 ‘공명수’씨 웬 낮잠에 잠꼬대를 했나보다 라고 얼버무리며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내일 전화 하겠다던 k여사 그녀의 입이 얄미웠고 우유부단한 자신은 더더욱 밉고 싫었다.   

“따르르릉..” 며느리가 먼저 달려나갔고 ‘공명수’씨는 귀를 쫑긋 세우고 밖의 동정을 살폈다. “네? 아닌데요 전화 잘못 거셨습니다” ‘찰칵’ 홀시아버님의 안타까움을 알턱없는 며느리는 젊음이 즐거워서일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제 방으로 들어가는 모양이다.(괘씸하고 맹랑한 것. 잔뜩 바람을 넣어놓고 약속을 어기다니...) 같이 있을 때 따뜻한 말 한마디 부드러운 미소조차 인색해서 뻣뻣하게만 굴었던 어제의 ‘공명수’씨가 아니던가 한창시절 같으면 거들떠도 안 볼 그런 여인이 이렇게 안달나게 하는걸 보면 늙음에는 별 수가 없음을 한탄할 수 밖에...

‘따르르릉’    

“내 전화일께다” ‘공명수’씨는 자기도 모르게 달려나와 전화통을 부여잡았다.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 여. 보. 세. 요 오”

“아~ 할아버지! 빨리 엄마 바꿔주세요”

‘공명수’씨는 맥이 쭉 빠져 그 자리에 털석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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