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바라기 엄마의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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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바라기 엄마의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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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한, 두해가 지나면서부터 나를 “맘 (MUM)”이라고 부르는 젊은 간호사나 간호 보조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내 나이가 많기도 하고 그들의 일부는 동양인이여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오지랍도 작용을 한것 같다. 대학 졸업을 코 앞에 두고있던 막내인 아들이 공부에 별 재미를 못 느끼는 것 같았고, 대학을 나온들 직장을 제대로 잡을수 있는지가 걱정이였던 나는 직장 동료인 젊은이들에게 왜 간호학을 공부했는지, 간호사라는 직업이 원하던 일이였는지 물어보았다. 어쩌면 사생활을 침범하는것 같은 질문이였지만, 그들도 나름대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이였는지 이것저것 이야기하게 되었다. 중도에 공부를 중단하고 간호 보조원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왜 계속 공부하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이들은 한결같이 본인들이 진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들에게 오지랍도 넓게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더 깊게 생각해 보라고 권유해 보기도 하고, 전공한 것을 계속해 보기를 강요(?)하기도 하였고, 공백기간을 너무 길게 갖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하였다. 너무 많은 질문과 논리적, 이론적인 권유, 설득, 강요는 듣는 이로 하여금 저항심을 일으킨다고 하지만 그들과 나는 직장에서 만난 ‘남’이라 서로의 입장에서 경청하고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였기에 대화가 가능하였던것 같다. 

 
그러던 중 아들한테도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와 함께 사무직으로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아들의 입장이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였다. 취직하기가 어려운것은 알고 있었지만 공부한 것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은 한낮 핑계에 불과하며, 제대로 노력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겠다는 말로 들렸다. 아들이 돈을 벌어서 독립적으로 사는것도 중요했지만 내심 나의 체면 역시 중요하였기에 주변 사람들이 아들이 무슨 일은 하는가 물었을때 “논다’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를 않았고 혹시나 이렇게 놀다가 평생 백수가 되면 어떻하나 하는 불안감으로 아들에게 우격다짐으로 직장구하기를 강요하기도 하였다. 한 지붕 아래, 손닿는 거리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아들과 나는 서로의 생각에 갇혀 대화보다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가끔씩 터지는 나의 잔소리는 결국에는 나의 눈물과 닫혀진 아들의 방 문으로 막을 내리곤 하였다. 

아들과의 관계가 나뻐지는 것이 두려웠고, 대화도, 설득도, 강요도 하지 못하는 내가 직무 유기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빽”이라는 것을 써 볼 형편도 안되는 나한테 화가 났고, 아무것도 해 줄수 없다는 절망감으로 우울해 졌을 때, 아들은 아들 나름대로 “무엇을 해야할지”를 몰라 혼자서 방황하였던것 같다. 직업없이 지내는 기간이 길수록 무기력해지고, 하나, 둘 직장을 얻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존감이 떨어질수도 있음을 걱정하였지만, 아직 젊고 또 평생을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조금 돌아가더라도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는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으로 나를 달래며, 기다릴수 밖에 없었다. 가끔은 아들에게 ‘충분히 현명한 결정을 내릴수 있음을 믿는다’고 진정한(?) 영혼이 담기지 않은 말은 하였지만, 대학까지 졸업하고, 일하는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면서 빈둥거리고 논다는 등의 자존심을 상하는 말들은 하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아들이 스스로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기를 바랐고 그 일이 자신이 좋아하고 있는 일이기를 바랐기 때문에 아들이 푹 빠져있는 스포츠에 관심을 가져 주었다. 아들이 스포츠에 관심을 보일때는 그 일을 하기위해 아들이 지금 해야 할일이 무엇인지,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을 물어보며 격려를 하여 주었다. 가끔은, 조금 덜 좋아하는 일이라도 시작하여 성인으로써 자신의 생활을 책임지고,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면 어떻게냐는 나의 세대의 현실 타협적인 제안도 해 보았다.
 

아들이 좀 더 현실적인 결정을 해 주기를 바랐지만, 아마도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나로써는 “아들의 젊음을 짓누르기보다는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기를 바란다”라는 변명을 하면서 아들 스스로가 좋은 선택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새움터: 유 윤심 (정신과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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