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해냐 동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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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해냐 동해냐

0 개 2,927 정경란
최근 버지니아주 의회에서 주내 공립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에 일본해와 동해를 병기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발의했고, 이제 주지사의 서명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한국계 의원의 발의로 시작된 이 법안의 채택과 통과(예상)를 계기로 해묵은 ‘일본해’와 ‘동해’를 둘러싼 논쟁의 역사를 짚어보고자 한다. ‘일본해’라는 명칭은 당연히 그 바다가 온전히 일본의 것 같은 불쾌한 인상을 준다. 마찬가지로 한국인만 쓰는 ‘동해’라는 명칭 역시 일본인이나 다른 세계인들에게는 그 바다가 오로지 한국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여기에 끝없는 분쟁의 소지가 도사리고 있고 우리는 누구도 승자가 될 수없는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간 분쟁소지가 있는 해양구역에 대한 표기 문제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해양안전을 위해서 국제수로기구 (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가 조직되었다. 1970년도에 조직된 이 기구는 1921년부터 존속한 국제수로국 (International Hydrographic Bureau)의 업그레이든 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구에서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 (Limits of Oceans and Seas)라는 책자를 발간해서 해양상의 국제적 명칭을 정한다. 

역사적으로 동해는 세계 지도상에서 ‘일본해’로 표기되거나, ‘조선해’ 혹은 ‘Corean Sea’ 등 여러 가지로 표기되어 왔다. 심지어 일본인이 한일합방전에 제작한 지도는 동해를 조선해로 표시했고, 일본 동쪽해는 대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 반대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서양의 고지도 역시 많다. 그러던 것이 19세기 말, 일본이 아시아의 강국으로 부상하자 동해는 자연스럽게 일본해로 표기되었고 국제수로국(IHB)이 <해양과 바다의 경계> 초판을 발간한 것이 1929년의 일이므로 당연히  동해는 일본해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해양상의 경계를 짓는 일은 어디서나, 언제나 분쟁거리가 될 수 있다. 특히나 세계대전이후로, 세계지리정치상의 힘의 변화로 인해 국제정치무대에서 입김이 세지는 나라의 영향력이 개입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국제수로국에서는 이처럼 분쟁의 소지가 있는 해양상의 경계지역은 병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런데, 이런 병기의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도제작자들에게는 성가신 일이요,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일이다. 

그 병기의 원칙을 지키라는 것이 버지니아주 의회에서 벌어지는 일의 본질이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자. 필자는 동해와 일본해의 표기문제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 사람은 노무현 전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2007년 아펙회의에서 동해나 일본해 역시 자국 중심적인 표기이므로 이곳을 예를 들어, ‘평화의 바다’와 같이 중성적인 이름을 지어서 부르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 야권은 노무현 대통령의 이런 제안을 ‘매국적인 행위’라고 까지 부르며 맹비난했다. 과연 그런 제안이 매국적인 행위인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인 호불호를 떠나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만약 일본 수상이 이런 제안을 했다면 어땠을까? 동해의 일부는 한국영해고 또 일부는 일본 영해이다. 후쿠오카 항 근처에 가서 이 바다는 한국의 동해라고 소리칠 수는 없다. 동해냐, 일본해냐는 한쪽의 양보로 해결될 수 없는 민감한 문제이며, 둘 다 제 3자의 공감을 얻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현재스코어,‘동해’는‘일본해’에 대해서 약 3:97로 절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공식문서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경우는 약 3%에 지나지 않는다)

동해나 일본해를 제 3의 명칭으로 부른다 해서 독도가 일본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독도는 국제법과 한국의 헌법상 당연히 한국의 영토이며 일본우익정치인의 헛소리에 일희일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의연하게 대처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제 3자가 보기에 타당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양국간의 협력을 모색하는 길이 더 유용할 것이다. 물론 아베 정권의 시대착오적 행동을 보면 일본의 정치권에 큰 물갈이가 있지 않는 한, 참으로 요원한 일인 것도 사실이다.  

버지니아 주에서 벌어지는 일은 사실 큰 일이 아니다.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지도에 일본해와 더불어 동해를 병기하자는 것뿐이다.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를 실행하라는 재촉이다. 일본의 오래된 영해확장 야욕에 제동을 걸자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중국해 근처에서 일본이 벌이는 영해권쟁취 노력을 보라. 무섭고도 얄미울 뿐이다. 국제무대에서 필요한 것은 민족감정보다는 합리성과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냉정한 판단력일 것이다. 그래야 결과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크게 잃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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