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와 피노 그리스의 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번데기와 피노 그리스의 꿈

0 개 4,120 피터 황
518.jpg

초등학교 후문은 코흘리개의 용돈을 겨냥하고 좌판을 벌여놓은 온갖 야바위꾼과 잡상인들로 북적였다. 나무로 만든 뱀과 개구리 장난감, 큰 함석대야에서 벌어지는 물방개 경주, 얼기설기 대못 사이를 통과해 경품을 타는 구슬게임, 긴끈과 작은 끈을 찾아내는 복불복, 어지럽게 섞은 작은 컵 속에 숨은 주사위 찾기, 널판지 오목게임. 그래도 아마 변함없이 인기를 끄는 것은 먹거리였을게다. 지금에 와서 복고의 열풍을 타고 추억의 불량식품(?)으로 각광받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발로 구르는 물레에서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솜사탕, 연탄불에 구워주는 쫀드기, 침으로 녹여가며 열심을 다하던 달고나 뽑기, 쇠로 만든 틀위에 뜨거운 설탕물을 부어 만드는 용, 호랑이, 토끼, 오리 그리고 팥이 터져나온 붕어빵, 불어 터진 어묵, 떡볶이. 그중에서도 으뜸은 전봇대에 기댄 자전거에서 회전 뽑기판을 돌려 맞추면 신문지로 돌돌말아 만든 고깔에 국물과 함께 담아주던 번데기가 아니었을까. 우린 언제나 중독성이 강한 구수한 냄새와 짭쪼름하고 쫀듯하게 씹히는 그 맛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오랜 시절을 따뜻한 시선 한번 받지 못하다가 번데기처럼 인고(忍苦)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화려한 나비가 된 와인이 있다. 피노 그리스(Pinot Gris)다. 화이트 와인 애호가들이 늘상 마시던 것에서 작은 일탈을 원할 때 피노 그리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언제나 놀라운 상쾌함을 선사한다는 것이 그들의 찬사이며 결국 열렬한 광팬이 되고 만다. 

Wine NZ의 통계에 의하면 2013년 2월 현재 뉴질랜드에는 4백만 리터 이상의 와인을 판매하는 상업화된 와인어리 15개를 포함해서 692개의 와인어리가 있다. 하지만 609개의 와인어리는 20만 리터를 넘지 않는 자그마한 와인어리들이다. 또한 뉴질랜드 전체 생산량의 4분의 3이 화이트 와인이고 나머지가 레드와인이다. 소비뇽 블랑이 전체 생산량의 58%로 가장많고 다음이 피노 누아로 15%, 샤도네이 9%, 피노 그리스 7%, 멜로 4%, 리슬링 2%, 쉬라가 1% 다.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피노 그리스는 꾸준히 성장을 해왔고 그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2002년에 겨우 232헥타에서 재배되던 것이 2012년엔 1764헥타로 10년만에 거의 8배에 가까운 성장을 보여준다. 피노 그리스는 40% 정도가 말보로에서 재배되며 혹스베이 20%, 기스본이 14%로 그 뒤를 잇는다. 다음으로는 센트럴 오타고 10%, 와이파라와 넬슨지역이 각각 6%로 그 생산량이 서서히 늘고 있다. 

뉴질랜드의 피노 그리스는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와인과 많이 닮아 있으며 이탈리아의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 보다는 드라이하다. 주로 사과와 배, 자두 그리고 꿀향을 담고 있는 피노 그리스는 따뜻한 지방은 잘 익고 풍부한 과일향과 함께 풀바디이면서도 목넘김이 매끄럽고 추운 지방의 경우 더욱 견고한 조직감을 지니면서 산도가 높고 상큼한 와인의 캐릭터를 가지게 된다.   

유명한 생물학자 찰스 코언 박사는 나비의 아름다움에 빠져 나비연구에만 평생을 바쳤다. 그는 뚱뚱한 몸집의 번데기로부터 작은 구멍을 비집고 나오며 변태(變態)의 과정을 겪는 나비의 고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번데기의 구멍을 가위로 잘라 주었다. 나비들은 넓은 구멍으로 태어나 쉽게 세상을 맛보았다. 하지만 잠시 후 날지 못하고 땅위에서 힘없이 뒹굴었다. 색채 역시 자연 탈바꿈한 나비보다 아름답지 못했다. 

‘날지 못하는 나비는 더 이상 나비가 아니다.’이 나비연구는 어려운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나비는 변태과정을 통해 얼마나 애를 써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세상에 태어 났느냐에 따라 더 우아하게 날 수 있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생존을 결정짓기도 한다. 결국 번데기의 바늘귀 만한 구멍이 나비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이다. 화려한 세상으로의 비상(飛上)을 꿈꾸며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우리들처럼 말이다. 날기를 간절히 원할 때에만 애벌레는 푸른 하늘을 나는 나비가 될 수 있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96 | 23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7 | 23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67 | 1일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95 | 1일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8 | 1일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24 | 1일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2 | 1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1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7 | 1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86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7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4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6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3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5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2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29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02 | 6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71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9 | 2026.03.16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34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61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7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9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2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