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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소리

0 개 1,405 오소영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낯선 길을 걷고 있었다. 옆에 동행하던 누군가 가 분명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혼자가 되어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같이했던 사람은 누구이며 왜 어디로 사라지고 나 혼자일까? 외롭고 쓸쓸한 생각이 들면서 지쳐가고 있는데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까지...(우산도 없는데 어쩌지?) 추적추적 빗줄기가 점점 더 굵어져갔다. 젖어오는 몸을 피하려고 정신없이 어딘가로 뛰어 들어 갔는데 뉘집 추녀 밑이었다.   

동행했던 이는 설핏 언니처럼 보였는데 어디로 가시고 나 혼자일까? 너무 이상하고 궁금했다. 싸늘한 한기로 오들오들 떨면서 빗속으로 덮여오는 어둠을 불안과 두려움으로 지켜보고 있을 때 였다. 어디선가 난데없이 숨 넘어갈 듯 자즈러지는 웃음소리가 귀에 꽂혔다. 얼마나 반갑고 놀라웠던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혼자가 아니고. 여럿이서 함께 어우러지는 웃음소리. 으아하하 흐흐흐 까르르 까르르르.. 합창하듯 혼성으로 어우러져 들려오는 웃음소리.. 참말로 오랫만에 들어보는 티없이 해맑은 웃음소리에 마음이 따뜻해져 오면서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찌들었던 영혼을 맑은 생수로 닦아내듯 지금까지의 불안은 멀리 도망가고 기분이 가벼워졌다.

문득 천상에서 옥을 굴리면 저런 소리가 날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순간 자석에 이끌리는 쇠붙이같이 내 발길이 그 쪽으로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천천히 흙으로 거칠게 만져지는 담벼락을 손으로 짚으며 웃음소리를 따라 들어갔다.

아주 작고 어두운 방안에서 훅 끼쳐오는 음습하고 좋지않은 냄새에 속이 울렁거려 잠시 주춤했지만. 무엇이 그리 재미있어 저리도 웃을까? 강한 진공 청소기의 흡인력에 빨리듯 나도 모르게 몸이 빨려들어가 그들속에 섞여버렸다. 정신없이 웃고 딩구는 아이의 등뒤에 조용히 누웠다. 어린 아이의 통통한 정강이가 어느새 내 몸에 부딪쳐 왔지만 아이의 따스한 온기가 너무 좋았다. 그들따라 웃음이 나와 가만히 소리죽여 나도 따라 웃고 실껏 웃었다. 참말로 오랫만에 흥건히 눈물까지 흘리면서... 육남매 서로가 뒤엉켜 엄마 곁에 누우려고 아귀다툼을 하면서 웃고 딩굴던 그 어린시절 옛날로 돌아간 나도 쬐그만 어린 아이였다.

작은 창문으로 달빛이 비껴들었다. 그동안 비가 개인 것 일까?. 아빠 엄마 그리고 아이 둘, 네 식구가 한 덩어리로 작은 방에 그렇게 가난하게 사는 집이었다. 

지금 세상에 볼 수 없는 뻘건 흙담집 솥 하나 걸린 어설픈 부엌에서 칙칙한 얼굴로 젊은 여인이 밥을 짓고 있는데 나는 손님처럼 그 옆에 서 있었다. 밥을 먹고 가야 한다고 귀빈처럼 대하는 그들은 누구일까. 가난하지만 넉넉한 인심. 재미나게 웃고사는 그들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고 아마도 천국의 사람들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좋아 마냥 머물고 싶었는데 느닷없이 방정맞게 울려대는 알람의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면서 눈을 떴다. 아!~ 꿈이었구나. 아직도 내 입가엔 웃음이 번지고 기분이 좋은데 꿈이었다니 너무도 아쉬었다.

새해 벽두부터 신나게 웃으며 즐거웠으니 기분은 그만인데 선명하게 꾸어진 그 꿈이 무엇을 암시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렇게 웃으며 살라는 메세지인지 아니면 늘 웃고 사는 한 해가 되려는 조짐인지... 아마도 너무 팍팍하게 살고 있음을 일깨워 이제부터라도 긴장을 풀고 너그럽게 살라는 암시인 것만 같았다.

웃음을 잃었는지 웃을 일이 없는 것 인지 파안대소로 웃어본지가 언제였더라.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일소일소 일노일노(一笑一少 一怒一老)라고 옛부터 전해져 오는 말도 있는걸 보면 인생살이 웃고 사는게 쉽지 않은게 맞나보다. 기쁜 일 보다는 슬픈 일이. 즐거운 일 보다는 괴로운 일들이 일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게 삶이 아니던가. 하루 15초만 웃어도 이틀은 더 산다던데 그게 왜 그리 어려울까. 메마른 영혼들을 촉촉하고 윤끼있게 만들어줄 웃음은 가진자 만이 누리는 특권처럼 생각하지만 가난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하고 진솔한 웃음이 진짜로 행복한 웃음이 아닐까. 주어진 자기만의 여건안에서 찾아내는 작지만 황홀한 행복 그것은 늘 가까이에 있건만 사람들은 아주 먼 곳에서만 찾으려고 방황하며 돈도 안 드는 웃음을 잃고 살아간다.

열여덟 한창 나이 때 길에 굴러가는 낙엽을 보고도 깔깔거리던 때를 떠 올리면서 잊어버린 웃음을 찾아야겠다.   

이제 바람에 팔랑거리는 들꽃을 보고도 웃고 지나가는 개를 보고도 웃고 두둥실 바람에 모양을 달리하며 흘러가는 하늘의 구름을 보고도 웃으련다.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고 해도 찾아보면 구석구석 지금도 좋은 일만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마음놓고 웃어도 되는 것을...  

청마의 새해가 밝아왔다. 새해에는 역동하는 말처럼 모든 일들이 다 잘 풀릴거라고들 말한다. 희망을 가져봐도 될 것 같다.

어려운 일 시끄러웠던 일 많았던 우리 교민사회도 서로 다독이면서 마주보고 웃는 연습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모두가 한 마음으로 뭉쳐 오월의 훈풍같은 풋풋한 미소로 얼어붙은 경제도 녹이고 척박한 이민 땅에 아름다운 우리만의 꽃을 피웠으면 정말 좋겠다.         

우리모두 큰 소리로 웃으며 삽시다. 소(笑) 문(門) 만(萬) 복(福) 래(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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