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실력이 부족해서 에세이를 쓰지 못하는 것이 사실임에 틀림없지만, 그건 영어로 문장을 써 내려가지 못할 정도로 문법이나 어휘력이 부족한 경우로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영어권나라에서 공부를 시작한지 일 이년밖에 안되었는데 한국에서도 영어를 못했던 학생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말은 어느 정도의 영어실력을 갖추면 영어의 어려움으로 인해 좋은 에세이를 쓰지 못하는 것보다 다른 요인이 있음을 생각해볼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가정에서도 가부장적인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어서 부모는 말하고 아이들은 듣는 일방통행적인 의사전달 방식을 갖는다. 그러나 서양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어린아이들조차 너무 똑 부러지게 자신의 싫고 좋음을 표현하고 학교교육도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 한국아이들이나 동양아이들이 학교에서 조용한 그룹에 속하는 이유도 의견을 말하는 연습이 가정에서부터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문화는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대화에 함께 하지 못하고 경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말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킬 기회를 가져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인데, 사실 아이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자기 자신이나 가족 그리고 공부와 미래의 직업 정도의 범위 안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그런데 그것이 에세이와 무슨 상관이냐 의아해 하실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의 교육은 지식을 암기해서 얼마나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이해하고 있고 그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 교실에 가보면 늘 배울 것에 대해 먼저 물어보고 들어보고 호기심을 끌어내고 수업을 진행하고 지식을 전달한 후에도 다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새로운 질문들을 통해 다음 단계의 지식에 대해서도 호기심과 궁금증을 갖도록 도와준다. 또한 배운 것에 대해 토론하면서 자신의 의견들을 나누기 때문에 일방적인 교사의 지식주입적인 교육과는 정반대인 것이다. 호기심의 자극과 능동적 참여가 핵심인 것인데 그런 교육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에세이를 쓸 때도 마찬가지로 한 주제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호기심을 갖고 생각해보고 리서치해보며 생각들을 정리하고 자신의 의견 혹은 사실들을 논리 정연하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 이 사회에서 그리고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이슈들에 대해 무관심하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책상 앞에 앉아서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아이디어가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좋은 에세이의 틀은 단순하다. 주장하고 예를 들고 다시 그 주장을 백업해주는 것이 한 문단에 들어가야 할 요소들이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인 것이다. 생각해보고 의견을 내보고 토론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책을 읽어도 도무지 그 책에서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내 주변에 관심이 없고 이라크에서 전쟁이 발발했는지, 일본이 뉘우치기는 커녕 점점 대담하게 자신의 만행을 정당화하는지, 태국이 정권다툼으로 소란이 일어났는지…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바라보고 생각해보고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없다면 그 아이는 세계관의 부재로 머리는 멍한 상태가 된다. 그러니 어찌 좋은 에세이가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우리아이들이 그래서 Social Studies, Geology, History, Humanities 등과 같은 과목에 취약한 것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아이들과 요즘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