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 머나먼 이야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결혼 - 머나먼 이야기

0 개 2,257 한얼
사촌 오빠의 결혼식이 있었다. 가까운 가족이 결혼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위화감이 굉장했다. 

‘예쁘게’ 차려 입고 와야 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었기에 평소라면 절대로 입지 않을 불편한 옷을 입고 - 그래도 최소한의 반항(?)으로 화장은 하지 않았다 - 나섰다. 그리고 새삼 한국의 결혼식 스케일에 놀라 버렸다. 이것이 코리안 스타일인가. 으레 결혼식, 하면 ‘집에서 만든 음식’이나 ‘평소 다니던 교회에서 소박하게’, 그것도 아니면 ‘시청에서 5분짜리 스피드 웨딩’ 밖에 모르던 내게는 그야말로 문화 충격이었다. 이게 과연 결혼식인지 아니면 중견 가수의 콘서트인지…… 사진을 보여줄 수 없어 유감스러울 정도다. 그만큼 굉장했다.

눈과 입으로는 감탄하면서도 속으론 이게 과연 얼마나 금액이 들었을까를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며 셈해보는 내 자신이 슬퍼졌다. 더 이상 아무 것도 순수하게 즐길 수 없다니, 아, 나도 찌들었구나, 하면서.

식장은 전체적으로 검고, 검었고, 또 검었다. 조명은 낮고 지나치게 색이 옅은 톤이어서 온 세상이 흑백의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천지였다. 그래서인지 눈이 아팠지만, 장식으로 곳곳에 늘어진 새하얀 꽃의 폭포들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마치 신부의 면사포를 곳곳에 걸어놓은 것 같았달까.

음식은-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엔 실망했다. 뷔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혼식하면 으레 뷔페를 떠올리고, 뷔페를 기대했던 나는 매우 좌절했다. 물론 식이 끝나고 나온 음식의 양질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으므로 맛있게 먹긴 했지만.

식장의 구조는 단순했다. 한가운데에 신랑신부가 주례단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플랫폼 같은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하객들은 그 무대를 중심 삼아 좌우로 나눠지게 되어 있었다. 신랑 측, 신부 측이 따로 앉도록. 무대 자체도 정말 근사했는데, 마치 정말 가수가 라이브 공연을 할 것처럼 눈 아프게 새하얀 조명이 비춰졌다.

식장의 커다란 검은 벽에는 각각 신랑신부의‘연대기’가 동영상으로 나가게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의 어린 시절, 유년기, 성장기, 함께 찍은 다정한 사진, 그리고 웨딩 포토들까지. 몇 번이나 반복된 그 영상을 넋을 잃고 지켜본 것을 기억한다. 평소에 익히 알고 지낸 사이임에도 스크린에 비친 두 사람은 너무도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낯설었다. 마치 예술 작품 속의 인물들처럼.

식 자체는 굉장히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눈에 띄는 이벤트들도 - 인터넷에서 보았던 익살 넘치는 오프닝이나 댄스 오프(dance off) 같은 것 - 없었고, 축가도 어느 가수를 초빙하여 부르도록 했다는데 나는 모르는 사람이었으므로 그냥 노래가 좋다고만 느꼈을 뿐이었다. 주례, 사회, 전부 나는 모르는 사람들이었으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스포트라이트의 집중 포화를 받은 건 신랑과 신부뿐이었다. 스크린 속에 비쳤던 모습과 똑같이 그들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들 같았다. 내가 아는 사람들, 그러나 왠지 이제는 영영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난 것만 같은 사람들.

어쩌면 그게 딱히 틀린 표현은 아닐지도 모른다. 결혼을 통해 두 사람은 어느 쪽의 부모에게도 속한 것이 아닌 그들만의 가족이 되었으니까. 그건 점차 가족 구성원이 늘어가면서 확정되겠지. 아직은 확실하지 않은 일이지만.

신부의 웨딩 드레스와 피로연 드레스의 화려함만이 뚜렷하게 기억난다. 웨딩 드레스는 흔한 순백색이었고, 면사포도 마찬가지였다. 걸을 때마다 뒤로 질질 끌릴 만큼 길다란 자락을 갈무리하느라 뒤에서 도우미 한 명이 쫓아다니며 여왕처럼 시종을 들었다. 피로연 드레스는 연두색이었고, 그것은 신부의 새하얀 화장에 매우 잘 어울렸다.

결혼식 내내 나는 두 사람이 매우 피곤해하지 않을까 걱정을 지울 수가 없었고, 그래서 모든 게 끝났을 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친 건 둘만이 아니었지만.

돌아오는 길, 나는 나도 모르게 안심했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02 | 22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7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1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2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1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0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5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5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0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3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9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4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9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7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4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8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