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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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모자이크(Ⅰ)

0 개 1,262 박건호
호텔의 1층
아무도 없는 호텔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20세기 초의 미국. 시간에 엑스레이를 찍는 직업이 있었다. 소들과, 알 수 없는 짐승의 먼지 쌓인 뼈들을 주섬주섬 치우고 손을 뻗어 방사선이 가득 묻어 있는 필름을 집어들었다. 탁탁 털어내고는 창구의 건너편으로 넘긴다. 그리고는.그리고는 낡은 의자에 앉아 거미줄이 횡횡하는 천장을 보며 한없이 무거운 공포를 뱉어내는 것이다. 거리의 바깥에선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가 산산조각나고 있었다.
거대한 기계 안으로 들어간다. 철커덩 하는 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곤두박질치고 필름이 나온다. 필름을 보는 눈에서 아주 사적인 초침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고 나온다.
문이 닫히고 거리는 어느덧 라스베가스가 된다. 소름끼치도록 날카로운 지폐들이 온종일 날아다닌다. 폭발한 뢴트겐의 주검. 정지된 죄악의 광장.
 
교회
기타줄 없는 기타를 맨 채 교회에 간다. 그 곳에서는 늙은 부인과 늙은 아저씨들이 끊임없이 오열하며 끊임없이 신을 갈구하고 있다. 알면서도 당하는 시너지. 모든 것이 잘 된다고 생각하는 믿음의 믿음.이 곳의 사람들은 죽으면 신에 닿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혹은 신처럼 살기 위해 혀를 움직여 각종 껍데기를 쏟아대며 상대방의 얼굴을 핥아댄다. 자신의 몸을 타인에게 구걸하며 살아가는 것. 교회는 서비스정신이 쌍방으로 투철하다. 갈 곳을 잃은 어린 양들이 목자를 따라오는 무의식적 각성행위. 대리적 행복의 중독자들. 우주에서 지구로 추락하는 절망의 로케트. 옥상 위에 붉게 두근거리는 검은 천사들의 엑스터시. 살아있는 사람들의 무덤. 이 곳에는, 묘비명이 참 많다.
 
호텔의 방
회색의 하늘과 더위가 창문을 누른다.
내 얼굴에도 어떤 철학의 난점같은 지문이 묻어날 것이다.
빨간색 옷을 입은 남자가 나를 보고 씩 웃으며 지나간다.
거울로 된 방에서 평생 자살을 꿈꾸는-
용기가 결핍된 소년은, 어쩌면 생존에 매우 적합하다.
죽음의 계시를 받은 소녀가 한 소년의 키스를 받는다.
새벽녘 낯선 호텔에서 부조리한 눈을 뜬다.
 
이불 속
뭐든 무슨 상관이야- 라고 계절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걸었다, 우리는 걸어서 그 곳에 도착했다 누군가도 도착할 수 없는 그 곳. 착륙불능의 지점.
불시착하지 않으면 이를 수 없는 곳이 없다고 믿어왔다 그리고 그곳에 왔다 아니 나는 사실 그 곳에 살고 있었어, 라고 말한다. 미안해. 그리고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냥 울게 내버려두세요. 아니, 그냥 울게 내버려두세요. 제발 그냥 울게 내버려두세요
너는 나의 사과를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었고 그것은 깊게 구부러져 고장 난 TV 안테나처럼 세상을 거칠게 갈구했다. 그리고 세상은 언제나처럼 안테나를 고쳐주지 않았다. 그 뿐이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상관없어, 의 계절은 비행기처럼 흐르고 있었다.
모두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우쭐대며 담배를 피워물겠지. 그리고 다시 기억을 외면한 이불 속에서 과거를 꿈꾸며 잠들 것이다.
잘자.

모자이크(Ⅱ)

댓글 0 | 조회 1,238 | 2013.11.27
호텔 앞의 해변 아침에 일어나 담배 연기같은 차가운 태양이 빛나는 바다를 보았다. 빨간 투명함이 내리쬐는 백사장엔 무덤 하나가 있었고 그 위의 크림빛 소녀는 고개… 더보기

적과 빛

댓글 0 | 조회 1,255 | 2013.02.27
그 일은 2011년 3월 중순 너무도 갑작스레 일어났다. 일종의 컨설팅 회사가 내가 다니던 대학교를 한 번 다녀갔고, 이틀 뒤 한 강사 분이 우리에게 소식을 전해… 더보기

현재 모자이크(Ⅰ)

댓글 0 | 조회 1,263 | 2013.11.12
호텔의 1층 아무도 없는 호텔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20세기 초의 미국. 시간에 엑스레이를 찍는 직업이 있었다. 소들과, 알 수 없는 짐승의 먼지 쌓인 뼈들을 … 더보기

루시

댓글 0 | 조회 1,285 | 2014.09.10
정보로만 존재하는 행성에 대한 시놉시스를 쓴 적이 있다. 그 곳에서는, 실체는 없고 모두 정보로만 존재한다. 아무 소통도 접촉도 없이 정보들이 둥둥 떠다니는 셈인… 더보기

탄생의 버릇

댓글 0 | 조회 1,354 | 2012.12.12
사실 오늘은 저의 생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의 전화와, 제 생일을 알고 있는 한국 친구들 몇 명과 메세지 몇 통을 주고 받… 더보기

한뼘

댓글 0 | 조회 1,361 | 2014.12.24
카페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각 오후 6시. 조금씩 지면을 향해 낙하하는 노을들이 수면 위의 카페를 빛내고 있었다. 폐선을 개조해서 만든 건지. 디자인 컨셉을 그렇… 더보기

찌꺼기 혹은 빛나는

댓글 0 | 조회 1,366 | 2012.11.14
그는 J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는다. 한국에서 다니던 영화 관련 직장을 때려 치우고 외국으로 가야겠다는 것이다. 뒤이어 그는 한 통의 문자를 받는다. 워크비자 … 더보기

얼굴

댓글 0 | 조회 1,366 | 2013.04.10
영화 <접속>, <공감>, <8월의 크리스마스> 등등. 수많은 애틋한 만남들과 우연을 가장한 필연과 미필적 대본 속 우연들이 교집… 더보기

크라이스트처치 기행 메모

댓글 0 | 조회 1,397 | 2013.01.15
1. 백패커. 나는 1층에 있었고 호주에서 왔다는 한국인은 2층에 있었다. 그는 침대 위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었고, 머리 위에 있는 할로겐 조명을 켠 채 노트북으… 더보기

작업기(Ⅳ) 기다림의 결과

댓글 0 | 조회 1,401 | 2015.03.25
기다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과정을 모르고 기다리는 기다림이 그러하다. 마치 누군가가 미래의 로또번호를 가르쳐주긴 했는데 몇 회 차인지 가르쳐주지 않… 더보기

Boy A

댓글 0 | 조회 1,406 | 201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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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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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와 소비자의 시의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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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445 | 2013.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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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453 | 201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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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459 | 201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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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1,483 | 201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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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는, 어디에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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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내기의 솔직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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