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내기의 솔직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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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내기의 솔직한 노래

0 개 1,565 박건호
예전부터 “왜 그렇게 사람이 빡빡해요?”라는 말을 종종 들어왔다. 팍팍하다는 말은 다양한 의미의 관용구로 해석될 수 있으나, 나의 경우에는 “사람이 관용이 없다”가 주된 요지였다.
 
관용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함”이라는 의미인데, 그렇다면 나는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용서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이를 성격으로서 대입한다면,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은 남에게 용서를 바라지 않는 성격의 완벽주의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본인에게 그러한 자격도 주어지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완벽주의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지, 완벽주의자는 될 수 없다는 것을 오래 전에 깨달은 상태다. (우선, 완벽주의자가 되기엔 잠이 많고 게으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완벽주의자를 동경하기에, 완벽주의자는 공적이든 사적이든 여론의 서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모두가 완벽주의자가 될 수 없기에, 사회적인 정치를 행함에 있어 일반적인 관용없이 말 그대로 무 자르듯 탁탁 인간관계를 끊어내기는 어려운 것이다. 덧붙이자면 이 때문에, 그렇게 무 자르듯 하는 사람에게 대부분은 한 소리씩 하게 된다. 왜 그렇게 사람이 빡빡해요?
 
공인이 잘못을 했다면 그것은 대중의 논의들과 정해져 있는 법 등을 통해 다방면의 시각을 검토한 후 처리되어야 할 일이지만, 개인 대 개인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그것은 개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개개인의 감정은 불규칙한 면이 다소 강하기에, 인간관계란 분명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를 용서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남에게 용서를 바라는 것은 기실 매우 파렴치한 일이다. 그리고 한 번의 실수가 나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장점은 보지도 않은 채 주홍글씨로 타인의 인격을 가두는 것도 비인간적인 일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감정에 휩쓸려서 “아, 이제 만나지 않을거야”라고 딱 뱉어버리면, 그 이후에는 내 스스로의 자존심 때문에 그 사람을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 나란 사람이다. 한 번 말한 것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있어, 사람들이 말하는 “관용”이라는 건 내 자존감을 갉아먹는 느낌마저 들게 하는 행위인 것이다.
 
때때로 나의 “작두 같은 인간관계 관리”를 냉정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그런 인간관계의 관리는 냉정한 것이 아닌, 지나치게 감정이 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인에 대한 감정이 기본적으로 강렬하고, 내 자신에 대한 감정 또한 기본적으로 강렬하기에 오는 충돌상태의 마음이 그런 식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정을 중요시하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인간관계란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특히 정을 매개로 갖가지 찝찝한 일들을 감싸버리는 것은 가끔 부러울 때도 있다. 그리고 용서를 한 척 그 사람 앞에서는 온갖 친화적인 미소를 지어주고선, 뒤에서는 내게 그 사람의 호박씨(?)를 깔 때, 아, 차라리 앞에서 대놓고 말해버리는 내가 낫구나 생각하고, 다소 꼬롬한(?) 미소를 지어보일 때도 있다. (물론 당연히, “그럴거면 왜 그렇게 친한 척했냐?” 소리도 한다)
 
나는 관용이 불가능하면서도 남에겐 관용을 바라는 염치없는 사람이라고, 약간의 반성과 함께 스스로를 규정해버린다. 다만 관용이 불가능하다면 마음이라도 편해야 할 텐데, 인간은 컴퓨터가 아닌지라 낙인이 찍힌 파일들도 완벽히 제거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그런 것들이 계속 찌꺼기처럼 마음 속에 부유해 있고, 그런 찌꺼기들이 모이고 점차 나이가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그런 찌꺼기들이 찌꺼기로 보이지 않고 감정 혹은 데이터 그 자체로 받아들여 질만큼 나이가 들게 되면, 나는, 누군가가 보기엔 아집과 오만덩어리가 되고, 누군가가 보기엔 감정 컨트롤이 확실한 사람이 될 것이다.

이런 관용불가의 성격과 스스로를 지켜내고자 하는 자존심이 사고의 유연함을 가로막는 도구가 될까봐 두렵다. 많은 사람, 많은 장소, 많은 경험들이 줄 수 있는 간접경험을 간과한 채, 자기만 아는 사람이 될까봐 무섭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고쳐지지 않을 성격을 생각하면, 뭔가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처럼 조바심이 든다. 그리고 아직 젊다는 것을 알기에 이런 조바심이 드는 것도 제법 자존심이 상한다. 그리고 젊음을 이유로 나 자신을 용서하게 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남에게는 그렇게 아주 차갑거나 아주 뜨거운 주제에 말이다.

모두들 어딘가 고장나 있는 곳을 숨긴 채 어른이 되고 어른인 척하고, 모두들 때때로 타인에 대한 정에 이끌려 어쩔 줄 모른다. 타인에 대한 정을 나름대로 숨길 수 있는 나 같은 사람도, 자신을 감싸고 있는 자존감에 대한 붕괴의 두려움으로 말미암아 어쩔 줄 모른다.

심플하게, 하얗게 되고 싶다. 아닌 척해도, 모두들 그렇게 되고 싶으리라, 하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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