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꺼기 혹은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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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꺼기 혹은 빛나는

0 개 1,619 박건호
그는 J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는다. 한국에서 다니던 영화 관련 직장을 때려 치우고 외국으로 가야겠다는 것이다. 뒤이어 그는 한 통의 문자를 받는다. 워크비자 신청에 관한 문의에 답하는 문자이다. 그는 두 문자가 자신에게 주는 연쇄관계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리고 한 도표를 찾아보게 되는데, 그 도표는 현재 한국 영화 현장의 급여기준이다. 그는 자신이 속했던, 속하게 될 수도 있었던 연출부 막내가 받는 급여 기준을 찾아낸다. 4달 기준으로, 200만원이다. 그는 일반인이 쉽게 저지를 실수를 하지 않는다. 1달에 200만원씩 받는 것이 아니라, 4달 동안 수면욕과 갖가지 상념들, 그리고 자신을 향한 욕설들과 싸우며- 200만원을 받는 것이다. 그는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메일을 열어 뉴질랜드에서 받은 Pay Slip을 살펴본다. 주당 70만원 가까이를 받는 자신의 명세서를 본다. 그는 자신의 은색 외장하드를 은색 컴퓨터와 연결하여, 자신이 그동안 찍어온 단편영화를 연이어 “관찰” 한다. 다시 생각하는 그의 모습. 그는 다시 핸드폰을 들어 워크비자 신청문의에 대한 답변을 꼼꼼히 살펴본다. 
 
한 늙은 소년이 다가와 그의 머리를 열어 두루마리 휴지 두 개를 꺼내든다. 두루마리 휴지 하나에는 편안해 보이는 파스텔 톤의 색깔이 칸칸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다른 두루마리 휴지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채, 그저 까만색으로 가득 차 있다. 늙은 소년은 그 두루마리 휴지를 양손에 쥔 채 저글링을 시작한다. 저글링이 점점 빨라지고, 파스텔 톤과 까만색이 문득 원을 그려내며 울긋불긋 푸릇푸릇한 구정물색 원이 된다. 늙은 소년이 어느덧 그를 향해 두루마리 휴지를 던지고, 조금 풀린 휴지는 긴 선을 그리며 열려있던 그의 머리 속으로 들어간다. -저글링으로 인해 아직도 회전하고 있는- 두루마리 휴지들을 머릿속에 넣은 그는 자신이 자주 들어가던 웹 사이트에 들어가, 한 TV토크쇼를 감상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저희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부디 그 청춘들의 영혼을 위로해 주셨으면 합니다. 토크쇼를 감상한 뒤, 자신의 외장하드에 있는 K감독의 영화를 본다. 흰색과 검은색은 같은 색이다. 그러나 그는 다시 또다른 토크쇼를 본다. 그냥 모두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낄낄거리고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이번에는 미셸 투르니에의 책을 찾아 읽는다. 그것은 이제 막 존재를 강요받은 허무가 내지르는 항의의 외침이니.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과거에 꿈꿔왔던 모든 직업들을 성냥갑 속 성냥처럼 나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성냥개비 하나하나에 불을 붙여 켜고 끄고를 수차례 반복한다. 반복한다. 반복한다. 반복한다. 볼펜으로 대뇌 피질을 긁어대는 소리가 난다. 자신이 선택하는 희망인지, 희망에 의한 선택인지. 질문이 답이 되는지, 답이 질문이 되는지, 혹은 아무 상관도 없는지. 어렸을 적 왜 그리 그에게 꿈을 강요했던 어른들이 많았는지. “뭐가 되고 싶은지”와 “행복”과 “자아”는 어떤 상관관계를 그려낼 수 있는지. 그는 조금씩 선을 그려내지만 이미 그려진 선을 지우지 못해 안달하는지. 문자 수십개가 온다. 영화과를 나온 그의 동기 중 영화일을 하는 사람은 손에 꼽힌다. 모두 사업을 한다. 결혼을 한다. 사업과 결혼을 같이 한다. 너는 지금 뭘 하니?

그에게 물어온 그들의 질문에 그는 당당히 대답한다. 난 지금 행복하다. 사실이니까. 그들이 다시 묻는다. 앞으로 뭐 할 꺼야? 이번에는 조금 더 자연스러워진 문장으로 대답한다. 행복할꺼다, 너도 행복해라, 임마. 와 함께 그는 “행복해보이는 이모티콘”을 첨부하여 자신의 행복함을 증명하려 애쓴다.
 
자신의 핸드폰에서 눈길을 거둔 그는, 자신의 감정과, 미래와 과거 혹은 현재에 묻은 찌꺼기 혹은 빛나는 어떤 것들을 냉혹한 눈으로 바라보려 애쓴다. 조금, 이른 것 아닐까? 이 찌꺼기 혹은 빛나는 어떤 것들을 치우기엔.
 
찌꺼기 혹은 빛나는 어떤 것들이 웅성웅성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것들은 점점 튀어나와 키스 헤링의 그림이 된다. 바닥 위에서 키스 헤링의 사람 모양 그림들이 웅성웅성 온갖 소리를 내다가 문득 침묵한다. 그는 침묵 속에서 이목구비가 없는 그 칼라풀한 조그만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낀다. 몇몇은 갑자기 그로부터 발길을 돌려 문 밖으로 나가고, 남은 조그만 사람들은 그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올려다보고 있다.
 
성대를 조금씩 진동시키며 그가, 입을 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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