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타는 우리나라 진돗개와 같은 북방 스피츠견의 일종으로써, 이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유독 뛰어난 품종이다. 그러므로 한번 주인을 영원한 주인으로 여기는 뚜렷한 성향이 주인이 여러번 바뀌게 된다면 강아지 자신과 주인이 서로 힘들어지는 품종이기도 하다.
일본인들은 아키타견이라고 하며 의리와 충성심이 대단히 강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아마도 90년전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한없이 기다리다가 하늘나라로 간 ‘하치’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일본의 아키타현 오다테시의 한 집에서 1923년 11월 10일 아키타견 강아지들이 태어났다. 이들의 주인은 일본 최고의 명문대라 일컬어지는 도쿄대 우에노 히데사부로 교수의 제자였는데, 평소 강아지를 매우 좋아하던 자신의 스승을 알았던 제자는 스승에게 새로 태어난 수컷 아키타견 강아지 한마리를 선물로 드리게 된다.
강아지를 선물로 받은 우에노 교수는 강아지의 뒷다리가 마치 팔자 모양으로 벌어졌다고 생각하여서 일본어로 팔을 뜻하는 하치라고 이름지었다. 우에노 교수는 정성을 다해서 강아지를 돌보고 매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하치는 날씨가 맑을 때도 비가 주룩주룩 쏟아질 때도 비를 온 몸으로 맞으면서 매일아침 우에노 교수의 출근길을 함께 따라가 시부아역까지 배웅했고, 퇴근 할때가 되었을 때는 항상 정확한 시간에 아침에 배웅해주었던 시부아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하치와 우에노 교수의 행복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1925년 5월 우에노 교수는 수업중 뇌출혈로 쓰러져 운명을 달리했으며, 이로인해 하치는 우에노 교수와 함께한 행복했던 17개월만에 주인과 헤어지게 되었다. 우에노 교수의 부인은 하치가 어김없이 시부아역으로 항상 그랬던것과 같이 마중을 나갈 것을 알고있었기에 집을 정리하고 고향길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하치를 함께 데려가지 않고 새로운 주인에게 맡겨두고 떠나게된다.
모두가 떠나고 남겨진 하치는 새로운 주인과 잘 적응하지 못했으며, 결국엔 집을 나오게 되었으며 10년동안 길거리를 전전 긍긍하게 살던 하치는 매일 같이 시부아역에서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에 우에노 교수를 기다린다. 따뜻한 집에서 사랑의 손길을 받아가며 살던 하치가 길거리에서 춥고 배고프게 살아가는 것이 단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치는 외로움과 추위, 각종 병 등을 이기지 못하고 1935년 3월8일 시부아역 근처에서 숨을 거두었다. 1943년 시부아역 5번출구 앞에는 이러한 하치를 기리면서 하치의 생전의 모습을 한 동상이 세워졌으며 2009년 리차드기어 주연의 영화 ‘하치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매일같이 우에노 교수를 기다리던 하치. 전철역 앞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비켜가며 자신의 얼굴을 힘껏 올려 우에노 교수를 끝없이 찾아다녔을 하치의 마음을, 무언가 간절히 바래본 사람들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도 있지않을까. - Ellie 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