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산다. 우리는 지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그렇게 산다. 우리는 지금...

0 개 1,998 오소영
옆집의 ‘베티’ 할머니가 휠체어로 외출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안쓰럽다. 
 
세상을 넓게만 살려는 듯 마냥 뚱보가 될 때부터 불안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에 의지해 쩔뚝거리고 다니더니 아예 요즈음은 두문불출로 한동안 얼굴 보기도 쉽지 않았다. 어디 병이 났나? 많이 궁금했는데 드디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저물어가는 공감대의 이웃 사람들 마음을 많이 쓸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웃이 건네주는 한국 인삼차를 애음(愛飮)하며 ‘파워 맨’을 자칭하는 든든한 남편이 옆에 있어 ‘베티’는 어항속의 물고기처럼 편안한 삶을 살아가는 행복한 노인이다. 세탁물도 남편이 널고 걷고. 마트에 쇼핑도 모두 그의 몫으로 바쁘게 뛰어다닌다.
  
빛이 나도록 하이얀 은발에 햇병아리처럼 샛노란 정장으로 아래위를 차려입고 외출할 때면 영국 할머니의 기품이 저런 것 이구나. 경탄으로 바라보곤 했었는데....

제아무리 천하 장사라도 가는 세월 붙들 수는 없어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라는 말이 있다. 오늘날 장수시대. 백수를 부르짓는 시대라 해도. 어디 베티뿐인가.. 그 또래의 우리들은 이미 낡아버린 고물차 같아 녹슬고 망가진 부속(?)을 갈아끼우며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는 여생을 불편한채로 살아간다. 허리아파, 다리아파, 무릎아파, 아픈데가 없으면 오히려 비정상이듯 여기저기 서로 아픈데를 엄살하며 동병상련(同病相憐)으로 살아가는 노후인생.. 골프가방 들고 나서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의식하곤 하지만 겉만 멀쩡하지 나도 망가진데가 참 많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이명(耳鳴)이 진작부터 시작되더니 이젠 난청으로 아예 귀를 닫아버렸다. 허울만 괜찮은 장애자가 아닌가.. “엄마아~” 아이들이 큰 소리로 불러야만 듣고 반응하는 나는 이미 절반은 내가 아닌듯이 스스로가 느껴져 민망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잘 지내는가 궁금하고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어” 오래간만에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신이 약간 혼미 해진 다음부터 자주 전화 나누지 못해 모든걸 잊은신줄 알았는데 목소리가 분명하고 확실해서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무슨 불만이 그리 많을까? 늙으면 어서 죽어야 한다는 한탄이 쏟아져 나온다. 요즈음 어느 드라마에선가 많이도 듣던 시어머니 대사인데 그게 바로 언니의 신세 한탄이라니.... 핵가족화한 이 시대. 고부(姑婦)가 한 지붕밑에 살면 다 그렇게 되는가보다 라고 안타까운 쓴 웃음이 흘러나왔다. 빈 말인줄 알지만 얼마나 더 길게 살거라고 죽음을 재촉하실까?.
 
“언니 지금 일반 전화 쓰는거지?”   

“그러엄 집 전화지, 나 카드같은 것 이제 없다”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언니 아들 며느리한테 또 야단 맞을 일 저질렀구나 싶어 서둘러 그만 끊자고 보챘다.   

“나 괜찮다. 그정도 쓸만큼 권리있어.” 우리언니 그런사람 아닌데 또 정신 놓치셨구나. 오랫동안 마음이 허허로웠다.
 
내게 지난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들이었다. 지병인 소화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서 더 이상 버티고 싶지않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밤마다 깊은 잠 못 이루고 혼자서 죽음의 공포에 떨며 그 마지막 날을 헤아리곤 했었다.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들. 도무지 생각나는 것이 없으니 삶이 지루하고 고단했다. 고통속에서 삶의 의미를 스스로 자문자답 하면서 끝이 안 보이는 나락으로 한없이 추락해 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더 무서웠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가 맡은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는 일. 일그러진 의식을 추스르며 그 곳.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에 연습을 가야 하는 날은. 참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가 혼란스러웠다. (12월 2일 이번 공연까지는 어떡하든 버텨내야지) 음식을 아주 조금만 먹어도 소화는커녕 목까지 치올라오는 괴로움속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가 없었으니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헛된 노력과 기대일뿐 절망하고 또 절망했다.
 
하지만 이대로 쓸어지면 나는 영영 끝이다. 정신 차리자, 일어서자.

약하게 무너지려는 자신을 분노로 채찍질하며 아집과 오기로 지켜온 긴 나날들. 스스로 무너진 자신을 추스르는데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어떤 책임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게 아닐까?

연습 때마다 항상 한 두 사람 빈 자리가 생기는 것도 노인들 특성으로 감기다 몸살이다 잔병이 이유이다. 모두의 건강을 바라며 살얼음을 밟듯 조심조심 여기까지 올 수가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잠깐씩 젊은이 같은 착각도 하지만 내일이 불안한 사람들이 황혼인생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보자고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세상를 향해 빛을 뿌리고 사랑을 호소한다. 그게 바로 우리가 남은 여생을 멋지게 살아갈 목적이기도 하니까...

서로간의 따뜻한 격려와 열성과 협동.  사랑하는 마음들이 다져져 무사히 도착한 길. 12월 2일 저녁은 할머니와 손주들의 공연에 엄마 아빠가 박수치며 함께 즐기는 가족축제의 날로 오클랜드 교민사회가 한바탕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들은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빛되어 요즈음 살아내기 힘든 교민사회를 잠시나마 훈훈하게 만들어 보려고 혼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사랑과 기쁨의 전령사로서 지금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빨간 송편

댓글 0 | 조회 2,281 | 2013.10.23
품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매서워 아직도 나는 겨울을 살고있는데 엊그제까지만 해도 시커멓게 검던 묵은 나무가지에 분홍 벗꽃이 화사하다. 끊임없이 질척거리던 날씨. … 더보기

버스타고 ‘하버브릿지’를 건너고 싶다

댓글 0 | 조회 2,265 | 2020.05.26
거기에 가면 한주일을 한달처럼 길게 느끼며 날 을 꼽아온 반가운 얼굴들을 만난다.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더 따뜻하게 서로를 대하는 사람들이다. 악수도 하고 찐하게 … 더보기

오늘

댓글 0 | 조회 2,255 | 2014.07.22
‘오늘’이란 날은 당일을 말 함이지만 삶의 여생(餘生)중에 가장 젊은 날 이기도 하다. ‘오늘’은 내일을 바라보는 미래의 시발점으로 첫 걸음을 하는 날이기에 어제… 더보기

마지막 건배

댓글 0 | 조회 2,242 | 2012.06.27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하루 600만명이 맥주, 소주 1800만병을 마신다는 한국의 요즘. 삶이 고달퍼 마시고 취해서 잊… 더보기

강력한 no! no!.--그리고 sorry!

댓글 0 | 조회 2,216 | 2015.08.27
지금 내 처지에 ‘공’까지 잘 맞기를 바란다면 그건 분명히 지나친 과욕이다. ‘십팔 홀’을 거뜬히 걷기만 해도 그것으로 만족. 감사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골프… 더보기

기어이 나를 울리고 가는구나 !

댓글 0 | 조회 2,201 | 2016.12.21
이른아침부터 하릴없이 시시덕거렸던 차 안에서의 분위기는 생판 광대의 연극이었나?공항에 내렸을 때. 세 여인의 표정은 어느새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무언의 행동… 더보기

가슴 시린 사람들

댓글 0 | 조회 2,199 | 2013.08.28
남섬의 폭설 소식과 함께 사나운 비바람 앞세워 겨울이 깊어만간다. 까짓 추위쯤 아랑곳않듯 맨살을 드러내놓고 당당하게 자랑이라도 하는양 나다니는 꽃띠 아가씨들에겐 … 더보기

‘오클랜드’ 구정 명절이 행복하다

댓글 0 | 조회 2,138 | 2015.02.25
고국에선 설 명절 연휴에 무려 78만명이 해외로 빠져나가 차례보다는 해외여행이 우선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 어느 해 보다 많은 인파로 ‘인천공항’이 귀성길 못잖… 더보기

그녀의 자존심을 농락한 빨간 게

댓글 0 | 조회 2,112 | 2020.03.24
입이 쓰다. 음식을 먹으려니 온통 쓴 맛뿐. 본래의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요즘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어서 안타깝다.옛날 며느리들이 노부모 모시기 어렵다는 말이 그… 더보기

(꽁트) 큰 소리로 노래하리라

댓글 0 | 조회 2,092 | 2014.11.25
태어나서 육십여년 긴 세월을 살았던 땅. 조상의 뼈가묻힌 조국을 뒤로하고 신천지 뉴질랜드에 온 것은. 사람들에게 부대끼지 않고 삶의 질을 높여 살고싶은. 그들 자… 더보기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시드니를 흔들다!(Ⅰ)

댓글 0 | 조회 2,086 | 2015.10.29
대체로 좋은 꿈은 빨리 깨어나서 아쉽다. 그리도 기다렸던 3박 4일간의 ‘시드니’ 일정이 어느새 하룻밤의 꿈처럼 아련하게 지나가 버렸다. 다행인 것은 만나는 사람… 더보기

라일락꽃 향기 속에서

댓글 0 | 조회 2,078 | 2014.10.30
아! 그렇지 ‘라일락꽃’ 향기. 너무 반갑다. 잊고 사는 동안에도 어김없이 제 철을 알리는 그 향기를 어찌 기억 못할까? 높다란 철제 휀스위에 탐스럽게 매달린 연… 더보기

기쁜 우리 날 ‘경로잔치’

댓글 0 | 조회 2,058 | 2014.02.25
여느 날과 다를바 없는 이웃들은 마냥 조용하기만 한데 혼자서만 들떠서 설레는 자신이 철부지 아이같아 웃습다. 오늘은 우리 세속 명절. ‘설날 경로 잔치’가 있는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러시아(상트 페테르 부르크)편

댓글 0 | 조회 2,039 | 2012.11.27
모스크바에서 항공편으로 한 시간 반쯤. ‘상트 페테르 부르크’에 도착했다. 1703년 ‘표트르’ 대제에 의해 지어진 이… 더보기

감동의 메아리

댓글 0 | 조회 2,030 | 2015.03.25
가끔씩 나른한 감성을 흔들어 깨우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어 기쁘다. 아주 오래된 일임에도 그 찐한 감동은 조금도 변함없이 가슴을 파고들어 찌든 삶에 새로운 윤활…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노르웨이) 2편

댓글 1 | 조회 2,024 | 2013.04.24
그동안 가방 차지만 하던 두툼한 파카가 드디어 빛을 보는 날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 되었다는빙원의 한 자락에 섰을 때. 그 하염없이 펼쳐진 옥색의 빙하를 … 더보기

왜 그리 창피할까요?

댓글 0 | 조회 2,002 | 2019.12.23
“이제 그만 하시죠”들고 간 서류를 내밀었더니 불쑥 한마디 하시는 가정의 선생님.나이 많다고 이젠 자동차 운전면허증 유효기간도 짧다. 2년밖에 안 준다. 자주 바… 더보기

현재 그렇게 산다. 우리는 지금...

댓글 0 | 조회 1,999 | 2013.11.26
옆집의 ‘베티’ 할머니가 휠체어로 외출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안쓰럽다. 세상을 넓게만 살려는 듯 마냥 뚱보가 될 때부터 불안했다. 언… 더보기

나의 7월, 생각이 머무는 그 곳에...

댓글 0 | 조회 1,952 | 2015.07.28
참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잊혀지지가 않는 그 곳. 아니 점점 더 선명하게 떠 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정확하게 55년 전의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각하고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노르웨이) 1편

댓글 0 | 조회 1,937 | 2013.03.27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노르웨이 오슬로’까지 밤새 북쪽으로 올라 간 페리(D. F. D. S WAYS)에서 아침을 먹고 … 더보기

첩(妾)바람 초대

댓글 0 | 조회 1,935 | 2019.10.22
주말아침 늘어지게 게으름을 떨어도 되는 날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특별한 볼 일이 있다.6시 기상. 외출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직접 볼 일과는 무관했지만 물을 끓여… 더보기

공항 그리고 크리스마스 데이

댓글 0 | 조회 1,914 | 2016.01.28
‘크리스마스 데이’에 밖을 나가보니 너무나 조용했다. ‘쇼핑 몰’까지 문을 닫으니 세상이 달라진듯 한산했다. 모두들 어디로 간 것 일까?. 그들에겐 일년을 기다려… 더보기

한복 외교 2013년 7월 13일

댓글 0 | 조회 1,911 | 2013.07.24
잔치 전날과 소풍가는 전날엔 으례 설렘이 따른다. 우리에겐 공연 있는 전 날이 잔칫날을 앞둔 설렘으로 잠을 설치게 마련이다. 하지만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고 오늘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러시아(모스크바) 편

댓글 0 | 조회 1,892 | 2012.10.25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신감은 없어지고 의욕이 있어도 매사에 겁부터 앞서는걸 깨닫는다. 여행계획을 세운지 삼년만의 긴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어느날. 인천공항에서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핀란드)편

댓글 0 | 조회 1,889 | 2012.12.21
‘러시아’를 떠난 고속철이 질펀히 깔린 밀밭 사이를 힘차게 달린다. 어디쯤 국경이 있었을텐데 친구와 밀린 수다 좀 떨다보니 벌써 &lsquo…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