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송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빨간 송편

0 개 2,280 오소영
품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매서워 아직도 나는 겨울을 살고있는데 엊그제까지만 해도 시커멓게 검던 묵은 나무가지에 분홍 벗꽃이 화사하다.
 
끊임없이 질척거리던 날씨. 유난히 지루하고 짜증스럽던 긴~겨울. 이제 다 낡아 덜컹거리는 기계처럼 잔병치레도 빈번해 마음마져 음습했는데 답답한 터널을 빠져나온듯 반짝이는 햇살이 무척이나 반갑다. 바야흐로 봄이 무르익나보다. 우리들 카렌다엔 가을 코스모스가 흐드러진 추석 연휴의 빨간 글씨가 겹겹으로 한가위 명절을 알리고 있는데... 몸이야 어디있든 그건 상관이 없다. 마치 옷에 베어있는 냄새처럼. 긴 세월 길드려진 의식속에 세속의 풍습은 잊어지지 않는 진한 정서요. 추억의 그리움으로 절절하기만 하다. 문 밖에서 유혹하는 봄의 전령을 무시하고 잠시 풍요로운 고국의 가을. 추석을 맞으러 한걸음으로 달려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조여오는 세월앞에 앞으로 몇번이나 더 추석명절을 맞을 수 있을까?   

여기 문화에 젖어사는 아이들에게 고국의 세속정서도 일깨우고 집안의 어른인 할머니의 추억을 그 들 마음속에 깊이 각인시키고자 해마다 식구들과 함께 송편을 빚으며 즐거운 시간을 만들지 않았던가.

모두가 제 할 일 바빠 챙기기 힘든 이 곳에서 짬을 낸다는 것 조차 쉬운 일이 아니기에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명절다운 기분이 된다.

“이번 추석에도 송편 빚어야겠지. 솔잎 뜯어갈께” 솔잎을 준비한다는 것은 내게 든든한 파워이기에 대단한 설득력을 발휘한다. 어렵게 만들어진 시간이 추석날 오후였다.
 
손녀 딸애가 그동안 해왔던 경험으로 흉내를 곧잘낸다. 팔을 다친 제 엄마는 송편 속 만든 것 만으로도 큰 수고를 했으니 남은 일은 우리 몫이다. 떡가루를 체에 곱게 내리고 물을 끓여 익반죽을 하는 순서가 제법 익숙하다. “밀가루 반죽처럼 말고 힘드려 많이 치대야 한다.” 이런 때나 한번 큰소리 쳐보는 할머니의 마음을 벌써 알아차렸다. “알고 있죠~” 대답이 명쾌해서 반가운 할머니. 괜스레 잔소리를 했구나. 혼자 실소를 할 수밖에... 하지만 아이는 아이. 지루하다는 표현이겠지. 주무르다 말고 갑자기 주먹으로 퍽퍽 두드리면서 장난끼가 발동 해 깔깔거린다. “아빠처럼 힘만 써서 그릇 또 깨 부슬라” 식구들을 웃음바다에 풍덩 빠뜨리면서 한바탕 난리를 치뤘던 때를 떠올리면서 또다시 웃음보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가장(家長)이 동참했다는 새로움 때문에. 까짓 그까짓 프라스틱 바가지 하나쯤 그릇은 깼지만 그 어느 때보다 떡이 쫄깃하고 맛도 특별했었다.   

“너무 야했나?” 아이가 만들어 온 반죽은 징그럽도록 진한 새빨강색이었다. “웬 일이니?” 작년에 조금 넣었더니 색이 시원찮아서 조금 많이 넣었단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하다 싶었지만 세상에 이런 떡은 우리밖에 없을테니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대로 해 보기로 한다.
 
호박쪄서 노란떡을, 그리고 쑥떡, 백년초 가루가 분홍색을 내 주는데 그걸 너무 많이 넣었던 것이다. 인공색소가 아니고 자연의 재료이니 문제가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손에 물이 들 것처럼 새빨간 반죽으로 송편을 빚으며. 웃음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지만 아이 마음 다칠까봐 혼자만 속으로 실컷 웃는다. ‘속 먹자는 만두, 떡 먹자는 송편’이라는데 이 아이는 저 좋아한다고 깨를 터지도록 넣어 배를 통통 불려서 동글동글 굴러가게 만들면서도 양귀퉁이를 예쁘게 잘도 세워 놓는다.   
 
‘스마트폰’만 잡고사는 요즘 아이가 ‘카톡’ 하는데 편하려고 길렀을 엄지손가락 손톱을 과감히 잘라내고 떡판에 끼어든 별난 일탈을 지켜보면서 이 할머니는 그저 대견하고 신통해서 그지없이 만족 하기만 했다.
 
한 편에선 솔향기 폴폴 풍기며 송편이   잘도 쪄지고 있다. “이걸 어떡해” 아이가 소리 치기에 가 보니 색이 바래기는커녕 날것 때 보다 더욱 선명하게 자즈러지도록 빨갰다. 가랑잎 굴러 가는 것만 봐도 웃음이 터진다는 그런 나이의 아이. 처음에는 그 아이가. 그 애 웃는걸 보면서 모녀가 함께 잘도 깔깔거린다. “엄마 이거봐” 또 장난끼가 발동한 아이. 그 빨강 송편 두 개를 겹쳐서 입에 물고는 죽는다고 다시 또 웃는다. 웃음에 인색해진 나도 따라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징그럽도록 두툼하게 삐져나온 영낙없는 빨강 립스틱의 입술. 마치 섹시스타 ‘마리린 몬로’의 입술같았다. 제 엄마는 사진을 찍는다고 수선이고... 한 쪽에선 이모한테 전화걸어 사진 보이라고 야단이다. 그 모든 풍경을 정신없이 휩쓸어 담고있는 내 마음속 카메라는 언제 스톱이 걸릴는지?   
 
“엄마 내 것도 만들어 보내 주시지” 요즘 한국에선 송편빚는 사람 없다며 작은 딸 애가 보채온다. 우리는 외국에 나와 살기 때문에 안달스럽도록 고국의 정서를 못 놓치고 사는가보다.
 
현대생활에 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에 어른 아이 할것 없이 정서며 인성(人性)을 몽땅 빼앗기고 사는 세상이다. 잠시나마 그 것을 내려놓고 식구들끼리 얼굴 맞대고 즐길수 있었던 한나절. 금년 추석을 추억하려면 백년초 가루 무딘 향기까지 읽어낸 그 특별한 빨강송편이겠지. 약했다가 너무 진하고 정확한 양을 맞출 때까지 실수를 거듭하면서 진화하는 과정처럼 우리 인생도 그렇게 조금씩 성공의 길로 나아가는게 아닐까?. 아이가 그 진리를 깨달았으면 좋을텐데....

현재 빨간 송편

댓글 0 | 조회 2,281 | 2013.10.23
품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매서워 아직도 나는 겨울을 살고있는데 엊그제까지만 해도 시커멓게 검던 묵은 나무가지에 분홍 벗꽃이 화사하다. 끊임없이 질척거리던 날씨. … 더보기

버스타고 ‘하버브릿지’를 건너고 싶다

댓글 0 | 조회 2,265 | 2020.05.26
거기에 가면 한주일을 한달처럼 길게 느끼며 날 을 꼽아온 반가운 얼굴들을 만난다.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더 따뜻하게 서로를 대하는 사람들이다. 악수도 하고 찐하게 … 더보기

오늘

댓글 0 | 조회 2,255 | 2014.07.22
‘오늘’이란 날은 당일을 말 함이지만 삶의 여생(餘生)중에 가장 젊은 날 이기도 하다. ‘오늘’은 내일을 바라보는 미래의 시발점으로 첫 걸음을 하는 날이기에 어제… 더보기

마지막 건배

댓글 0 | 조회 2,242 | 2012.06.27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하루 600만명이 맥주, 소주 1800만병을 마신다는 한국의 요즘. 삶이 고달퍼 마시고 취해서 잊… 더보기

강력한 no! no!.--그리고 sorry!

댓글 0 | 조회 2,215 | 2015.08.27
지금 내 처지에 ‘공’까지 잘 맞기를 바란다면 그건 분명히 지나친 과욕이다. ‘십팔 홀’을 거뜬히 걷기만 해도 그것으로 만족. 감사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골프… 더보기

기어이 나를 울리고 가는구나 !

댓글 0 | 조회 2,201 | 2016.12.21
이른아침부터 하릴없이 시시덕거렸던 차 안에서의 분위기는 생판 광대의 연극이었나?공항에 내렸을 때. 세 여인의 표정은 어느새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무언의 행동… 더보기

가슴 시린 사람들

댓글 0 | 조회 2,199 | 2013.08.28
남섬의 폭설 소식과 함께 사나운 비바람 앞세워 겨울이 깊어만간다. 까짓 추위쯤 아랑곳않듯 맨살을 드러내놓고 당당하게 자랑이라도 하는양 나다니는 꽃띠 아가씨들에겐 … 더보기

‘오클랜드’ 구정 명절이 행복하다

댓글 0 | 조회 2,138 | 2015.02.25
고국에선 설 명절 연휴에 무려 78만명이 해외로 빠져나가 차례보다는 해외여행이 우선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 어느 해 보다 많은 인파로 ‘인천공항’이 귀성길 못잖… 더보기

그녀의 자존심을 농락한 빨간 게

댓글 0 | 조회 2,111 | 2020.03.24
입이 쓰다. 음식을 먹으려니 온통 쓴 맛뿐. 본래의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요즘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어서 안타깝다.옛날 며느리들이 노부모 모시기 어렵다는 말이 그… 더보기

(꽁트) 큰 소리로 노래하리라

댓글 0 | 조회 2,091 | 2014.11.25
태어나서 육십여년 긴 세월을 살았던 땅. 조상의 뼈가묻힌 조국을 뒤로하고 신천지 뉴질랜드에 온 것은. 사람들에게 부대끼지 않고 삶의 질을 높여 살고싶은. 그들 자… 더보기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시드니를 흔들다!(Ⅰ)

댓글 0 | 조회 2,085 | 2015.10.29
대체로 좋은 꿈은 빨리 깨어나서 아쉽다. 그리도 기다렸던 3박 4일간의 ‘시드니’ 일정이 어느새 하룻밤의 꿈처럼 아련하게 지나가 버렸다. 다행인 것은 만나는 사람… 더보기

라일락꽃 향기 속에서

댓글 0 | 조회 2,078 | 2014.10.30
아! 그렇지 ‘라일락꽃’ 향기. 너무 반갑다. 잊고 사는 동안에도 어김없이 제 철을 알리는 그 향기를 어찌 기억 못할까? 높다란 철제 휀스위에 탐스럽게 매달린 연… 더보기

기쁜 우리 날 ‘경로잔치’

댓글 0 | 조회 2,058 | 2014.02.25
여느 날과 다를바 없는 이웃들은 마냥 조용하기만 한데 혼자서만 들떠서 설레는 자신이 철부지 아이같아 웃습다. 오늘은 우리 세속 명절. ‘설날 경로 잔치’가 있는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러시아(상트 페테르 부르크)편

댓글 0 | 조회 2,039 | 2012.11.27
모스크바에서 항공편으로 한 시간 반쯤. ‘상트 페테르 부르크’에 도착했다. 1703년 ‘표트르’ 대제에 의해 지어진 이… 더보기

감동의 메아리

댓글 0 | 조회 2,030 | 2015.03.25
가끔씩 나른한 감성을 흔들어 깨우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어 기쁘다. 아주 오래된 일임에도 그 찐한 감동은 조금도 변함없이 가슴을 파고들어 찌든 삶에 새로운 윤활…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노르웨이) 2편

댓글 1 | 조회 2,022 | 2013.04.24
그동안 가방 차지만 하던 두툼한 파카가 드디어 빛을 보는 날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 되었다는빙원의 한 자락에 섰을 때. 그 하염없이 펼쳐진 옥색의 빙하를 … 더보기

왜 그리 창피할까요?

댓글 0 | 조회 2,002 | 2019.12.23
“이제 그만 하시죠”들고 간 서류를 내밀었더니 불쑥 한마디 하시는 가정의 선생님.나이 많다고 이젠 자동차 운전면허증 유효기간도 짧다. 2년밖에 안 준다. 자주 바… 더보기

그렇게 산다. 우리는 지금...

댓글 0 | 조회 1,998 | 2013.11.26
옆집의 ‘베티’ 할머니가 휠체어로 외출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안쓰럽다. 세상을 넓게만 살려는 듯 마냥 뚱보가 될 때부터 불안했다. 언… 더보기

나의 7월, 생각이 머무는 그 곳에...

댓글 0 | 조회 1,952 | 2015.07.28
참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잊혀지지가 않는 그 곳. 아니 점점 더 선명하게 떠 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정확하게 55년 전의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각하고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노르웨이) 1편

댓글 0 | 조회 1,935 | 2013.03.27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노르웨이 오슬로’까지 밤새 북쪽으로 올라 간 페리(D. F. D. S WAYS)에서 아침을 먹고 … 더보기

첩(妾)바람 초대

댓글 0 | 조회 1,934 | 2019.10.22
주말아침 늘어지게 게으름을 떨어도 되는 날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특별한 볼 일이 있다.6시 기상. 외출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직접 볼 일과는 무관했지만 물을 끓여… 더보기

공항 그리고 크리스마스 데이

댓글 0 | 조회 1,914 | 2016.01.28
‘크리스마스 데이’에 밖을 나가보니 너무나 조용했다. ‘쇼핑 몰’까지 문을 닫으니 세상이 달라진듯 한산했다. 모두들 어디로 간 것 일까?. 그들에겐 일년을 기다려… 더보기

한복 외교 2013년 7월 13일

댓글 0 | 조회 1,910 | 2013.07.24
잔치 전날과 소풍가는 전날엔 으례 설렘이 따른다. 우리에겐 공연 있는 전 날이 잔칫날을 앞둔 설렘으로 잠을 설치게 마련이다. 하지만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고 오늘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러시아(모스크바) 편

댓글 0 | 조회 1,892 | 2012.10.25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신감은 없어지고 의욕이 있어도 매사에 겁부터 앞서는걸 깨닫는다. 여행계획을 세운지 삼년만의 긴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어느날. 인천공항에서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핀란드)편

댓글 0 | 조회 1,889 | 2012.12.21
‘러시아’를 떠난 고속철이 질펀히 깔린 밀밭 사이를 힘차게 달린다. 어디쯤 국경이 있었을텐데 친구와 밀린 수다 좀 떨다보니 벌써 &lsquo…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