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남자 여자로써, 자녀로써, 부모로써, 친구로써, 학생으로써, 직장인으로써, 부부로써, 공동체와 사회의 일원으로써, 그리고 내가 태어난 나라의 국민 등으로써 말이다. 특별히 내가 태어난 대한민국 땅에 살고 있다면 굳이 한국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확인해보고 할 일이 없다. 그러나 외국에 나와보면 처음 누군가를 만날 때 늘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게다가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을 다니면서 많은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될수록 내 나라에 대한 지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여겨지게 되는데, 그것은 나라는 사람을 통해 한국과 한국사람에 대해 알게 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껴지는 부담감이다.
필자도 뉴질랜드에서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면서 어떤 기회가 와서 한국문화에 대해 발표할 기회를 가졌는데, 한국에 있었다면 생각도 못 할 일이다. 그렇듯이 외국에 살면 더 자신의 모국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할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그러나 요즘의 한인 청소년들을 보면 이런 좋은 기회를 통해 한국인이라는 신분에 대한 긍정적인 정체성 보다는 한국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된다.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면서 겪은 부정적인 경험들로 인해 피해의식이 생기고 내가 한국사람이라 이런 차별을 겪는 구나 하는 생각이 심어지게 되기도 하고, 서양적인 사고나 교육체계가 무척 자유롭게 여겨 지면서 부모에게 순종해야 하고 규칙을 정해놓고 지키기를 바라는 가정교육에 대한 반발감이 한국문화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만들기도 하며, 영어를 못하는 부모님들이 겪는 불이익을 보면서 영어만 잘하면 된다는 마음이나 이 사회에서 생존하려면 한국어나 한국문화에 대해 알 필요가 없다는 생각들이 원인들이 아닌 가 싶다. 또 종종 한국인들의 모임이나 행사에 갈 필요가 없다, 한국 친구들을 왜 만나냐는 부모님들에 대해 아이들을 통해 듣게 되는데 그럴 땐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
아이들이 뉴질랜드 같은 다양한 인종들이 사는 나라에서 살아가려면 한국사람이라는 정체성이 확실히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인종들로부터도 존중을 받는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 뭘 잘 할 수 있겠냐고 여기는 것이 서양적인 사고 방식이기 때문에 우리 자녀들이 내 나라에 대한 자긍심과 존중감을 가지고 살아갈 때 낯선 땅에서 겪어가는 여러 가지 상황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분명한 정체감과 의지를 갖고 부딪혀 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사실 한국 학생들이 없는 학교들을 선호하는 부모님들도 많으신데, 그런 학교들보다는 한국학생들의 숫자가 많은 학교에서 불이익나 차별이 덜 한데 그 이유는 학교측에서 한국인이나 한국문화에 대한 더 정확한 지식이나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해의 정도도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의 딸도 학교에서 한국어를 일주일에 한번 한 시간씩 반 전체가 배운다는데 한국인들이 많고 뛰어난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학교에서 한국문화를 배우는 시간을 따로 만든 계기가 된 것이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영어는 아이들만 못하지만 한국역사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계신다. 저녁식사를 먹으면서 재밌는 한국역사 강의를 하고 이 순신이라는 드라마도 보면서 아이들 마음에 한국인에 대한 자긍심을 키워주는 계기를 가정에서 만들어 주기를 바래본다.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자랑스러워한다면 나의 한국인 부모도 동일하게 여기지 않을까? 그건 보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