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초등학생 17%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응답자 중 자살을 실제 시도해봤다는 학생은 13.8%이며 초등학생 자살 고민 사유로는 가족문제(38.6%), 친구와 갈등(29.7%), 성적과 입시문제(22.8%)로 중/고등학생 자살 고민 사유인 성적 입시 문제(40%), 가족문제(37%), 친구와 갈등(23.5%)과는 다르게 가정내의 문제로 인한 심리적인 불안정을 경험하며 자살충동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몇 달 전 청소년의 높은 자살률을 개탄하며 글을 올릴 적이 있었는데, 청소년기뿐 아니라 아직 어린 아이들도 세상을 등지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실제 시도까지 한다니 눈 앞이 캄캄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초 중고생들의 공통적인 이슈가 성적문제인 것은 여전하며 앞으로도 사실 변화의 희망을 가지기 어려운 현실이니 더욱 더 답답할 뿐이다. 뉴질랜드에 있는 한국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고민’과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삶을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Survey certified by Auckland University, 2011) 답한 것을 보면 한국 아이들에게는 교육으로 인한 어려움과 갈등이 삶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몇 년부터 간혹 알코올 의존증이나 도박중독에 빠진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 청년들의 비율이 점점 증가하면서 알려지지는 않고 있지만 심각한 문제가 되어가고 있는데, 그 원인도 살펴보면 학업성적이 뛰어나 주변의 기대를 받고 있던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 어려움들을 겪고 생각지 못하게 실패를 경험하면서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면서 의존증이나 중독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공부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가 되어버린 한국적 사고방식이나 주위의 시선들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새로 정비하거나 새로운 진로를 향해 용기를 내어 가기 보다는 그 패배감과 좌절감이 너무 젊은 영혼을 억누르고 도전보다는 포기의 길로 내모는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입사지원을 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처럼 성적증명서는 요구되지 않는다.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내고 인터뷰를 통해 선정이 되는데 성적보다는 경력이 경험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인터뷰 내내도 얼마나 공부를 잘 했는지는 질문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직업에 대한 태도와 열정 그리고 지난 삶 가운데 행한 경험들 중 직업과 관련한 질문들을 하고 이 사람이 조직에 맞는 사람인지를 보기 때문에 다른 지원자들 가운데 도드라지려면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발생 가능한 조직 내의 상황이나 일들을 해나감에 있어서 얼만큼의 역량이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하므로 사실 성적은 중요한 부분이 되지 않는 것이다(물론 특정 직업은 제외).
직업을 찾는 부분뿐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높은 성적만을 강조된 채 살아온 아이들은 뜻하지 않는 인생의 벽을 만날 때 좌절하기 쉽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학교 외의 활동들을 통해 직간접의 경험들에 노출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고, 인생의 돌들을 치워주면서 곧은 길로 넘어지지 않고 가도록 하는 부모가 아니라 그 돌들을 스스로 치워가며 밟아 넘어지면 툭툭 털고 가도록 힘을 주는 그런 부모가 되어야 하지 않을 까… 오늘도 다시금 부모 됨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우리가 되길 바래본다.
이현숙 (현지 고등학교 상담교사 / 오클랜드 대 상담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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