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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아 기르는 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귀하고 중요한, 긴장되면서도 조심스러운 또한 24시간 항시 대기해야 하는 풀타임 중에서도 초 풀타임 일인 것이다. 한 사람을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람으로 행복할 사람으로 키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는 열심히 보던 유아책자도 교육관련 서적들도 차츰 사라지고 우리 부모들은 지식도 경험도 없으면서 용감하게 아이들을 키운다.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그렇게 되긴 하지만,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이유가 자녀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라면 과연 우린 우리 자녀들을 잘 양육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여유를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필자가 지난 몇 년간 한인 커뮤니티의 요청으로 Parenting workshop이나 자녀와의 대화법에 관한 혹은 bullying에 관한 포럼 등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그 참여도가 저조하다는 것이다.
우린 공부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서는 부지런히 다니지만, 그것의 근본이 되는 가정에서의 안정감과 신뢰를 쌓는 데 필요한 좋은 부모 되기에는 소홀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렇지 않은 부모님들도 있겠지만,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의 성적이 곧 내 자녀 양육의 결과물로 여기며 좋은 대학과 과를 선택하여 가는 것이 성공이라고 여기는 경우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자녀와의 대화내용도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수준에 머물고 자녀들은 그런 부모로부터 공부에 대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우리 가정은 대화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다고 여긴다.
오래 전 리서치결과를 본 기억이 있는데, 부모는 분명 자녀와 하루 30-40분 이상 대화를 한다고 여기는 반면, 자녀들은 전혀 대화가 없다고 응답했는데, 그 이유는 부모가 자녀가 관심 있는 문제들에 대해 묻고 들어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관심 있는 자녀의 학교 생활에 대해 묻고 염려되는 부분에 대해 부모가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조언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필자도 어느 날, 딸이 친구와의 문제에 대해 질문을 하는데 대답을 하다 보니 연관되는 문제들이 떠올라지고 그러다 보니 이런 저런 경우들에 대해서도 미리 부모의 염려증으로 인해 이말 저말 말이 길어졌다. 마지막에 딸이 전혀 악의 있지는 않았지만, “Thank you for your lecturing, mum!” 하는데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너무 말이 많았구나, 앞서 갔구나… 질문을 한다는 것이 몰라 물을 때도 있지만, 엄마와 대화를 하고 싶다는 의미일 때가 더 많은데, 부모는 A에서 Z까지 혼자 강의를 하는 것이다. 그런 일이 생기면 허둥지둥 Parenting에 대한 책자들을 보며 또 마음을 먹는다. “들어주자, 들어주자!” 그러면서 어디 부모 노릇 잘하게 해 주는 대학이라도 있으면 가고 싶은 심정이 든다.
부모도 연약하고 부족한 것이 많다. 그런 우리의 단점 혹은 약점들을 굳이 감추며 강한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피곤하고 바쁜 와중에서 잠시 함께 앉아 얘기를 들어주고 또 들어주면 우린 좋은 부모가 되는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어린아이일 때와는 다르게 십대가 된 청소년들은 가장 자신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안다는 자신감을 가진다. 그러다 엎어지고 넘어지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겸손해지고 조심스런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런 때는 부모로써 들어주고 이해 해주고 참아주고 믿어주는 것이 자녀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부모인 것이다.
오늘 하루, 난 좋은 부모인가? 잘 하고 있는 건가? 생각해보고 혹은 용기가 있다면 자녀들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현숙 (현지 고등학교 상담교사 / 오클랜드 대 상담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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