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砲火) 속에서 찾은 즐거운 추억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포화(砲火) 속에서 찾은 즐거운 추억

0 개 1,622 오소영
6.25전쟁. 한창 봉오리진 내 아름다운 사춘기의 꿈을 몽땅 짓밟아 놓은 어둠의 세월. 피난민으로 정처없던 혼란속에서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을 맞아야했던 처절한 슬픔. 그 악몽의 세월을 돌이켜보는 것 조차 두렵다. 벌써 60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건만....

지금 이 곳 뉴질랜드에서 그 전쟁 때. 참전용사들이 찍은. 사진 전시회를 한다니 감회가 새삼스럽다. 그 분들의 뜻이 훌륭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입구에서 이층으로 나무계단을 오르며 두려움같은 흥분이 느껴졌다. 피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전쟁터. 그 끔찍한 광경을 다시 보아야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전시장으로 들어서자마자 맨 먼저 어느 한국병사의 글귀가 눈길을 붙잡는다.   

● 이번 공격에 나는 왜 죽엄의 길을 걸어야 하나?
● 우리 상관들은 왜 유엔군의 무서운 비행기 탱크. 대포의 실력을 나에게 속였나?
● 그들은 왜 시끄러운 싸움에 북을 울려 내 귀를 막았나?
● 처자의 애닯은 울음소리를 못 듣게 했나?
● 나는 왜 살아있다가 그리운 식구들을 만나보지 못하나?      

죽음을 각오한 전쟁터에서 마지막으로 써 놓았을 어느 병사의 넋두리가 누렇게 빛바랜 종이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것이 어느 한 사람의 마음뿐일까? 내일을 알 수 없는 모든 군인들의 마음. 그것은 바로 그들의 유언장이었다. 내 가슴속으로 무거운 돌덩이가 하나 얹히는 기분이었다.

‘내 집의 방공. 나라의 방패, 적기는 노린다. 한점의 등불’

어느 거리에 세워진 포탄 형태의 ‘표어’가 낯익다. 밤만되면 불빛이 새어 나갈까봐 아예 일찌감치 소등을 하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소등이 늦으면 담요같은 두꺼운 천으로 창문들을 가려야했다. 담뱃불 하나만 비쳐도 적기의 폭격을 받으니 그 것은 곧 죽음을 부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썰렁한 서울역 사진도 있고. 지금같지않은 시청 청사. 그 시절의 남대문. 그리고 독립문 등. 그들이 생소해서 찍은 사진들이 우리에겐 모두 낯익은 그리움이었다. p. x 라고 유난히 큰 글씨가 붙은 건물은 지금 신세계 백화점이다. 산에 엉겨 붙은 달동네는 지금의 어느 동네일까? 간장된장(新榮商會) 간판이 붙은 시장통은 아마도 파주나 동두천 시장쯤 되리라.   

북을 향해 높직한 뒷산을 배경으로 노적가리 쌓아놓은 오밀조밀 시골동네. 쓸어질듯 내려앉은 초가집 마당에서 절구질하는 아낙들. 주변에서 노는 어린이들 모습이 한가로워 전쟁하고는 무관해 보이는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다. 나직한 산밑에 상여를 내려놓고 언덕바지 장지에서 묘지 쓰는 모습까지... 우리 옛사람들의 정서가 담뿍 담겨있어 너무나 재미있다.  

수만리 먼~길. 고국에 가족을 두고 떠나온 생.사가 불분명한 낯선 전쟁터. 하지만 그들에게도 낭만은 있었다.   

삐에로로 변장을 하고 동네 주민들과 어울려 스리쿼터에 실려 어디론가 이동하는 모습. 무슨 행사장으로 가는 모양같다. 정장의 군악대. 백파이프로 연주하는 군인들. 3.8 선 경계선이 그들 앞에 있지만...

크게 그려진 ‘키위새’ 밑에 모여앉아 합동으로 찍은 참전 용사들. 그들이 모두 살아 돌아오지 못했음이 안타깝다.  
 
탄약통을 쌓아 올려 벽을 만들고 천막을 덮은 집(?)에 c tp cp 라고 쓰고 문앞에 잘 생긴 군인이 서 있는데 멋있다. thinking of my hometown 1953 고국의 집을 그리며 이 집을 만들었나보다.

위문공연장에서 엉성하지만 세계인의 ‘패션 쇼’를 하고 임진강에서 ‘에어배드’를 타고 물놀이를 하던 그들이 이제 80대의 노병이 되었다. 그 분들의 고마움을 마음속에 다시 새기며 돌아오지 못한 용사들에게도 심심한 묵념을 바친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이 전시회의 제목이다. 

빨간 송편

댓글 0 | 조회 2,274 | 2013.10.23
품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매서워 아직도 나는 겨울을 살고있는데 엊그제까지만 해도 시커멓게 검던 묵은 나무가지에 분홍 벗꽃이 화사하다. 끊임없이 질척거리던 날씨. … 더보기

그들의 행 불행을 사람들이...

댓글 0 | 조회 1,611 | 2013.09.25
편지함에 꽂힌 색다른 전단지를 뽑아들면서 어느분의 안타까운 마음에 공감했다. 고양이를 찾는다는 전단지였는데 새하얀 몸털에 얼굴 반쪽만 검정털로 특징도 유난스런 고… 더보기

가슴 시린 사람들

댓글 0 | 조회 2,191 | 2013.08.28
남섬의 폭설 소식과 함께 사나운 비바람 앞세워 겨울이 깊어만간다. 까짓 추위쯤 아랑곳않듯 맨살을 드러내놓고 당당하게 자랑이라도 하는양 나다니는 꽃띠 아가씨들에겐 … 더보기

한복 외교 2013년 7월 13일

댓글 0 | 조회 1,902 | 2013.07.24
잔치 전날과 소풍가는 전날엔 으례 설렘이 따른다. 우리에겐 공연 있는 전 날이 잔칫날을 앞둔 설렘으로 잠을 설치게 마련이다. 하지만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고 오늘 … 더보기

현재 포화(砲火) 속에서 찾은 즐거운 추억

댓글 0 | 조회 1,623 | 2013.06.25
6.25전쟁. 한창 봉오리진 내 아름다운 사춘기의 꿈을 몽땅 짓밟아 놓은 어둠의 세월. 피난민으로 정처없던 혼란속에서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을 맞아야했던 처절한 슬… 더보기

‘피죠아’의 계절에

댓글 0 | 조회 2,572 | 2013.05.28
머리 다듬기를 관심마져 져버린듯 ‘미용실’ 가기까지 꽤나 망서려지는 게으름. 그 과정의 시간들. 기다리는 무료함이 짜증나서 늘 모자속에 가두…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노르웨이) 2편

댓글 1 | 조회 2,015 | 2013.04.24
그동안 가방 차지만 하던 두툼한 파카가 드디어 빛을 보는 날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 되었다는빙원의 한 자락에 섰을 때. 그 하염없이 펼쳐진 옥색의 빙하를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노르웨이) 1편

댓글 0 | 조회 1,929 | 2013.03.27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노르웨이 오슬로’까지 밤새 북쪽으로 올라 간 페리(D. F. D. S WAYS)에서 아침을 먹고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덴마크) 편

댓글 0 | 조회 1,734 | 2013.02.27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네 나라가 서로 자신의 나라가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스웨덴)편

댓글 0 | 조회 2,543 | 2013.01.31
실야라인(silja line) 크루즈의 선상 뷔페식사 분위기가 더 없이 푸근하고 즐거워 피곤한 여정에 달콤한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낯선 음식을 맘껏 두루 맛보는…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핀란드)편

댓글 0 | 조회 1,883 | 2012.12.21
‘러시아’를 떠난 고속철이 질펀히 깔린 밀밭 사이를 힘차게 달린다. 어디쯤 국경이 있었을텐데 친구와 밀린 수다 좀 떨다보니 벌써 &lsquo…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러시아(상트 페테르 부르크)편

댓글 0 | 조회 2,035 | 2012.11.27
모스크바에서 항공편으로 한 시간 반쯤. ‘상트 페테르 부르크’에 도착했다. 1703년 ‘표트르’ 대제에 의해 지어진 이…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러시아(모스크바) 편

댓글 0 | 조회 1,886 | 2012.10.25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신감은 없어지고 의욕이 있어도 매사에 겁부터 앞서는걸 깨닫는다. 여행계획을 세운지 삼년만의 긴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어느날. 인천공항에서 … 더보기

미나리, 미나리 강회

댓글 1 | 조회 2,430 | 2012.09.25
지겹도록 비가 내려 지루하기만 하던 한 겨울. 그래도 그 비 덕분일까? 통통하게 살이 오른 원 줄기에 마냥 나긋하게 자란 미나리를 만나니 반갑다. 그 것을 보는 … 더보기

여자는 예뻐지고 싶다

댓글 0 | 조회 2,609 | 2012.08.28
몸에 탄력을 잃으니 윤끼도 사라지고. 머리카락도 변변찮아 매만져봐야 그렇고 그런 모양새. 미용실 가야할 의욕도 잃은지 오래되었다. 어느날 오래 벼르던 끝에 찾아간… 더보기

마지막 건배

댓글 0 | 조회 2,238 | 2012.06.27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하루 600만명이 맥주, 소주 1800만병을 마신다는 한국의 요즘. 삶이 고달퍼 마시고 취해서 잊… 더보기

어느 이민 남자의 비애

댓글 0 | 조회 3,867 | 2012.05.22
불황의 수렁은 하염없이 깊어만 가는가? 주변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교민들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신천지를 찾아 보따리를 끌고 꿈에 부풀어왔던 사람들의 돌아가… 더보기

그러시면 안돼죠

댓글 0 | 조회 2,327 | 2012.04.26
“엄마, 이모한테 전화 좀 드려보세요.” 언제나 장난끼 넘치는 응석조로 전화 해 오던 한국의 딸아이 목소리가 오늘은 영 아니었다. (무슨일이… 더보기

그날, 버니(Burnie)에서

댓글 0 | 조회 2,447 | 2012.03.28
크루즈 중에 배에서 내리는 날은 언제나 바쁘다. ‘타스마니아’는 ‘오스트레일리아’ 땅이긴 하지만 육지 밑으로 외떨어진 … 더보기

‘시드니’ 그리고 ‘다이아나’

댓글 1 | 조회 2,690 | 2012.02.29
잠에서 깨일 때마다 이층침대 머리맡 창밖을 내다보면 시커먼 바다. 그 검푸른 물결을 가르고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속을 달리기만 하는 배. 항상 늦잠이 달아 잠뽀인 … 더보기

Happy new year

댓글 0 | 조회 2,519 | 2012.01.31
2012년. 첫날 새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happy new year_” 언제나처… 더보기

12월의 노래

댓글 0 | 조회 2,729 | 2011.12.23
‘하늘을 쳐다보며 사-뿐 귀에다 손을 대보라 구름이 방긋 웃는 소리 고요하게 들린다.’ 밝고 맑은 꿈을 꾸던 어린시절. 푸른풀밭에 누워 드넓… 더보기

호박잎에 싸 보내는 할머니 마음

댓글 1 | 조회 2,837 | 2011.11.23
얼마 전 점심초대를 받아 어느 식당에 갔었다. 한식에 맞는 깔끔한 기본반찬 서너가지와 작은 뚝배기에 걸죽한 강된장이 함께 식탁에 올라왔다. 웬 강된장? 그것을 보… 더보기

그 벗꽃 길, 그리움이 있다

댓글 0 | 조회 2,797 | 2011.10.27
엊그제만 해도 죽은듯이 다소곳하던 헐벗은 벗 나무에 뽀오얀 꽃봉오리들이 툭툭 터져 화사한 꽃을 피워 웃고 있다. 아직은 어려 가녀린 몸매지만 버겁도록 무겁게 꽃짐… 더보기

아름다운 고별

댓글 1 | 조회 3,360 | 2011.09.27
옆집 할머니 ‘엘리자벳’이 갑자기 돌아가셨다."일년 중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우리들의 추석날. 명절다운 분위기로 조촐하게 잔치가 벌어진 작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