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노동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즐거운 노동

0 개 1,959 한얼
집에 혼자 있는데도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이곤 한다. 그것도 아주 자주.

이럴 땐 무척 당혹스럽다. 게다가 성미상 미루는 것에도 매우 소질이 없는지라 거의 사나흘에 한 번 꼴로 세탁기를 돌리는데도 밀린다는 점에서 더더욱. 뭐지, 집에 누가 몰래 숨어살다가 슬쩍 자기네 옷을 넣어두기라도 하나? 하는 얼토당토않은 생각마저 들 정도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빨래 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물론 회사에서 세탁기 속 빨래마냥 마구 돌려져(?) 나와서 골수까지 지쳤을 때도 있지만, 그래서 그럴 땐 그저 따뜻한 침대 속에서 녹신녹신 몸을 녹이고 싶은 맘이 굴뚝 같지만, 그래도 나는 의지의 한국인이다. 하고 싶은 건 해야 하고, 해야 하는 것도 하지 않으면 못 배긴다. 앞서 말했듯 난 미루는 것을 못 참기에, 그래서 아무리 피곤해도 정해진 날에는 무조건 빨래를 한다.

빨래에는 목욕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 청결과 새로워지는 그 감각 - 영어로는 renewal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할, 그 감각이 너무나도 좋아서 빨래를 거르지 못한다. 중독 수준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리라. 다른 집안일들은 모두 귀찮아서, 청소는 일주일에 한 번 의무적으로 하고 요리는 귀찮으면 그냥 굶어 버리면서도(!) 빨래만큼은 열성적으로 해치운다.

빨래 과정은 여느 가정 주부들이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배운 대로, 흰 옷과 색깔 있는 옷을 구분해 나눈다. 흰 옷은 소독을 위해 특별한 양동이에 넣은 후 세제와 함께 국처럼 끓이고, 그 다음 찬물로 색깔 빨래와 함께 돌리는 것이다. 

소독. 이게 가장 어렵다. 자칫하면 - 언젠가 내가 그랬던 것처럼 - 물이 증발해버려서 옷가지가 양동이 바닥에 눌어붙기 때문이다. 딱 한 번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나 혼자서 빨래를 삶았을 때였다. 그때는 가장 아끼던 흰 옷이 바닥에 누렇게 달라붙어서 떼어내는 데에조차 애를 먹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옷은 결국 눈물을 머금고 버려야 했다).

그래서 가스 레인지 위에 양동이를 올려놓은 다음에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고, 설령 한눈을 팔거나 잠시 다른 일을 하더라도 늘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 곤란한 나 같은 경우에는 아예 핸드폰 등으로 알람을 맞춰놓기도 한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그 재앙이었던 첫 시도 이후로는 한 번도 빨래를 망치거나 한 적이 없다.

사소한 일에도 자기 만족과 뿌듯함을 느끼는 게 딱히 나쁘진 않으리라 믿는다.

그렇게 끓여낸 빨래는 거짓말처럼 새하얗다. 보고 있자면 왠지 자랑스럽기까지 한데, 아마도 빨래(=집안일)는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일과 집안일을 동시에 해내자면 무척 힘들고 고되지만 그래도 끝나고 난 후의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므로.

어쩌면 난 무의식 중에 사는 게 힘들고 고되다는 것을 어른과 동음이의어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 돌아간 빨래는 꺼내서 힘껏 털어야 한다. 그냥 어설프게 털럭털럭 흔들기만 하면 팔만 아프고 주름이나 먼지는 떨어지지 않으므로, 정말 있는 힘껏! 바람 피운 애인 뺨을 때리듯 힘껏! 팡팡 소리가 나도록 힘주어 턴다. 그리고 차례차례 넌다. 물론 어떻게 너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옷도 종류별로 나누어서 겉옷이나 평상복은 베란다에, 속옷 같은 것은 방 안 빨랫대에 걸어두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그렇게 하나하나 다 널고 나면 바닥에 떨어진 먼지나 종이 쪼가리들을 - 간혹 주머니에서 메모지 같은 걸 넣어두고 깜빡 잊을 때가 있다 - 주워 버린다. 뒷정리는 중요하다. 뒤처리를 하지 않으면 안 하니만 못 하니까.
빨래 끝. 이제 한숨 돌려도 되겠지.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96 | 23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7 | 23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67 | 1일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95 | 1일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8 | 1일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23 | 1일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2 | 1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1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7 | 1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86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7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4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6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3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5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2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29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02 | 6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71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9 | 2026.03.16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34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61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7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9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2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