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는 것과 머무는 것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떠난다는 것과 머무는 것

0 개 1,754 한얼
6월의 끝자락에 도착한 한국은 매우 후덥지근하고 더웠다.

입국 심사를 마친 후 가방을 찾기 위해 걸어가면서 가장 먼저 느낀 감상은 그것이었다. 생각보다 더 덥네. 하긴, 한국에 마지막으로 왔던 것이 2년쯤 전이었으니 한국의 기후에 대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해도 무리는 아니었으리라. 윗입술 위, 이마, 콧잔등에 자꾸만 맺히는 엷은 땀을 닦으며 걸어갔다. 전화기의 통화 기능은 물론 먹통이었지만 대신 와이파이는 된다는 것에 과연 세계 최강 인터넷 국가, 라고 감탄하면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가방을 모두 찾은 후 - 내 몸통의 두 배쯤 되는 짙은 보라색 수트 케이스다. 브랜드는 모르지만, 아마도 이 색깔을 영어론 가지색(aubergine)이라고 하지 싶다 - 카트에 담고 걸어갔다. 인천 공항의 카트는 뉴질랜드 공항의 카트와는 다르게 손잡이를 아래로 꺾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아서 꽤나 다루기 힘들다. 혼자서 그렇게 밀고 당기고 씨름하며 나와보니, 아빠가 나와 계셨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깜짝 놀랐다.

“어? 아빠! 여기서 뭐해? 아무도 안 나온댔는데?”

그 말에 멋쩍게 웃는 아버지. 나는 눈을 굴렸다. 어이구, 그럼 그렇지.

카트는 아빠에게 맡기고, 나는 한동안 공항을 돌아다녔다. 공항은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 중 하나다. 공항과 연계된 느낌 때문만이 아니라 - 이제 곧 먼 곳으로, 아마도 영원히, 떠난다는 그 기대감과 두려움이 섞인 긴장 - 공항 건물들 그 자체 때문이다. 안에 무수히 자리 잡은 가게들 하며 최대한 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해 설계된 시설들까지.
 
특히 인천 공항은 편의성만이 아니라 세련됨, 화려함까지도 극에 달한 아주 우아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대단한 성과이다. 온갖 종류의 사람들로 극성스러우리만치 북적거리면서도 그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친절한 직원들, 끝이 안 보이는 타일 바닥, 대리석 건물에서 나는 차가운 먼지와 공기 냄새에 나는 상쾌함을 느꼈다. 그것은 아마도 비행기에서 느꼈던 피로감의 해소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아, 이제야 하늘과 땅 사이에 뜬 어중간한 부유감에서 해방되었구나, 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적 불안정 상태를 나는 매우 싫어한다. 그런 면에선 나 또한 여러 모로‘극단적이고’‘화끈한’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옳으리라.
 
세계 최고의 공항인가 하는 상을 여러 번 받은 곳답게, 인천 국제 공항은 과연 아름다웠다. 아마도 조금 더 집에서 거리가 가까웠다면 여가 시간을 떼울 곳으로는 단연코 이 곳만을 고집하지 않았을까. 그도 그럴 것이, 온갖 종류의 상점들 덕분에 이미 공항은 공항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쇼핑몰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웨스트필드도 이것에는 필적하지 못할 것이다. 
 
공항에서 더 머물면서 물건들도 구경하고, 쇼핑도 하고 싶었건만 더운 날씨와 기다림에 (내가 예상보다 늦게 나왔으므로) 짜증이 날 대로 난 아빠는 곧장 가자며 나를 이끌었다. 

“왜 이렇게 서둘러? 무슨 일 있어?”

“작은 집 (작은 아빠네를 우린 이렇게 부른다. 작은 집, 큰집)에 다들 모여 계셔.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가자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잘 계시지.”

“작은 집 식구들은?”

“직접 가서 봐.”

그렇게 바삐 가야 해서 안타까웠지만, 현실은 예의 그런 것이니까, 라고 중얼거리면서 나오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향해 눈을 굴리는 아빠를 보자 새삼스레 아, 한국이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단 것은 논외이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96 | 23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7 | 23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67 | 1일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95 | 1일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8 | 1일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23 | 1일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2 | 1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1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7 | 1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86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7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4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6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3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5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2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29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02 | 6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71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9 | 2026.03.16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34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61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7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9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2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