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차근, 우주적으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차근차근, 우주적으로

0 개 1,434 한얼
주말에 시간이 남아, 모처럼 브라우니를 만들기로 했다. 나는 아주 신이 났다.
 
계란과 버터는 미리 꺼내두어 냉기를 제거해 두고, 양철 그릇과 주방용 저울과 재료들을 꺼내어 줄줄이 늘어놓는다.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찾아가며 하는 것보단 전부 한꺼번에 준비해놓고 순서대로 차례차례 쓰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빵을 구울 때는 그런 간단한 것에조차 나름대로의 절차가 있고 규칙이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초콜릿을 녹이는 것이다. 당연히 중탕으로 해야 하기에, 혹시 마침 시기 적절하게 끓여 놓은 국은 없나 살펴보지만 아쉽게도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냄비에 물을 한 가득 붓고 불 위에 올렸다. 작은 초콜릿 칩들을 양철 그릇에 담고 조금씩 저으며 녹일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화상의 위험도 있지만, 자칫하다가 그릇이 쏠리거나 해서 물이 들어가면 그야말로 대참사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다 녹은 초콜릿은 적당히 식도록 그대로 내버려 두고, 그 사이에 섞기 쉽도록 가루 종류를 체에 쳐놓는다. 코코아 파우더 때문인지 흰 가루는 금세 거무튀튀한 색깔로 물든다. 알갱이들이 덩어리진 탓에 코코아는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으스러뜨려야 하고, 그래서 흔적이 남지 않는 밀가루와 달리 코코아를 만진 손은 갈색투성이가 된다 (가끔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무심코 손을 옷에 문지르거나 하는데, 뒤처리가 정말 최악이다). 

체에 내린 가루는 잠시 놔두고, 가장 중요한 단계로 넘어 간다. 말랑말랑해진 버터를 잘라 그릇에 담은 후 적당히 녹이는 것이다. 

레시피에는 그저 이렇게 물컹물컹하기만 해도 된다고 쓰여 있지만, 직접 실험해 본 결과로는 어느 정도 물 같은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줄곧 이렇게 만들고 있다. 포인트는 버터를 전부 녹여버리지 않는 것이다. 적당히, 반 정도로, 버터가 자기가 녹아 만들어진 웅덩이에서 헤엄칠 정도가 될 때까지.

그 다음 흰 설탕을 조르륵 따라 넣고 거품기로 열심히 휘젓는다. 얼마 전까지는 이 대목에서 상당히 격렬한(?) 육체 노동을 해야 했지만, 자동 거품기를 선물 받은 후로는 아주 편하게 잘 쓰고 있다. 물론 그런다고 아주 마음을 놓을 순 없는 노릇이므로, 신중하게, 집중해서 해야 한다.

적당히 녹은 버터에 설탕을 섞은 혼합물을 열심히 젓다 보면, 설탕이 녹아 들면서 점점 버터가 하얘진다. 과학에는 문외한인지라 잘 모르지만, 아마도 일종의 화학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리라고 추측하고 있다. 설탕이 섞여 들어간 버터는 머랭처럼 점점 크림화되면서 부드러워지고, 휘젓기가 끝날 때쯤엔 아주 되직한 생크림 같아진다. 그것만 따로 크래커에 찍어먹고 싶을 만큼.

그런 욕구를 꾹 눌러 참고, 이제 초콜릿을 섞을 차례가 된다. 되도록이면 한 방울의 초콜릿도 낭비 없도록 주걱으로 샅샅이 훑어가며 버터 혼합물에 섞고, 천천히 젓는 것이다. 아직 남아 있는 열에 설탕이 완전히 녹아, 결과물은 꽤나 묽은 것이 된다. 곧 가루를 섞을 테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을 가루가 담긴 그릇으로 전부 부어 넣고 잘 섞는다. 마구잡이로 헤집으며 섞는 것이 아니라, 그릇을 잡고 면을 훑으면서 옆으로 주걱질을 하는 것이다 (밀가루는 절대로 함부로 뒤섞으면 안 된다. 반죽이 질겨지기 때문이다).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쯤 되면 반죽은 완성되고, 나는 매우 지쳐 있다. 혼자서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는 것은, 믿거나 말거나, 꽤나 힘든 일이다.

이 브라우니 반죽을 굽기 위해 오븐으로 옮기고, 열을 조절한 후 설거지를 하며 기다린다. 그리고는 새삼 깨닫는 것이다. 요리란 그 자체만으로도 소우주적인 스케일이 담겨 있구나, 하고.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01 | 20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7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1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2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1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0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5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4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0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3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9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4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9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7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4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8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