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도시 - 향수(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회색 도시 - 향수(Ⅰ)

0 개 1,105 한얼
2008년, 나는 가족 방문을 위해 한국에 와 있었다. 겨울이었고, 매우 추웠다. 눈은 오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그럴 것처럼 흐린 날씨였다고 기억한다.
예전에 살던 동네를 한 번 보고 싶은 향수심에 들른 서울은 몰라보도록 달라져 있었다.
 
어느 곳이든, 회색 아닌 곳이 없었다. 지독하리만치, 정말 색채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최첨단 21세기의 도시. 내가 기억하고 있던 알록달록한 90년대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서울은 이미 지독하리만치 고층 빌딩과 콘크리트의 숲으로 탈바꿈한지 오래였다.

유명한 랜드마크나 도시 자체의 구조, 길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공포스러웠다. 가족이나 친구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믿어버리게 되는 카프그라스 증후군처럼, 도시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을 하고 내게 다가왔다. 나는 잔뜩 질려버린 채 속으로는 경악과 경외감마저 품고 일단 익숙한 길부터 걸음을 옮겼다.

가장 먼저 얼굴을 내민 곳은 초등학생 시절, 거의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곤 했던 대형 서점이었다. 지하에 있었고, 그 근방에선 가장 큰 것으로 유명한 모 문고였지만 막상 가보니 서점은 없어지고 그 자리엔 대신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와 있었다. 그 사실에 나는 가장 먼저 막막함부터 느꼈다. 이제 어디서 공짜로 책을 읽지, 하는. 비록 이젠 그곳에서 당당하게 책을 골라 들어 몇 시간 내내 얼굴에 철판을 깔고 읽을 염치는 없으면서도 (옛날, 나 같은 용돈 없는 꼬마들은 공짜로라도 책을 읽고 싶어 서점의 타일 바닥에 앉아 엉덩이에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 앉아서 만화책을 보곤 했었다).

그 곳을 지나가 길을 계속 걸었다. 서점을 지나쳐 고급스러워 보이는 중국 음식점을 끼고 - 천우신조처럼, 그곳은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 오른쪽으로 돌면 내가 다녔던 학교가 나온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학교까지 없어진 건 아니겠지, 하는 얼토당토 않은 두려움마저 들 정도로.

다행히 학교는 그대로였다. 낡은 본 건물도, 운동장까지도. 달라진 점이라면 새 건물이 두어 개 더 생긴 것 정도였달까. 다만 교정 안으로 들어가보려고 하자 나이든 경비 아저씨가 날 막았다. 이것도 새로운 변화였다. 예전엔 경비원이 없었으므로.

“학부모이신가요?”

“아뇨. 여기 옛날 학생인데, 한 번 보고 싶어서요.”

그 말에 아저씨는 정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 시간대에는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형이 아니면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잠시 놀랐지만 지금에 와선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당시는 초등생 성범죄 사건으로 전국이 시끄러울 때였으니까.

내가 수긍하며 물러서자, 궁금했는지 아저씨는 재차 질문을 던졌다.

“졸업한지 얼마나 되셨어요?”

“어렸을 때 전학을 갔거든요. 10년 전 4학년까지 다녔었어요.”

학교 외에도, 그 앞에 있던 문방구 중 한 곳은 변함 없이 남아 있었다. 없어진 문구점의 자리엔 대신 셔터가 내려간 철물점이 들어와 있었다. <폐점>이라고 스프레이 페인트로 칠해진 채.

오래 견딘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에 나는 잠시 슬픔을 느꼈다.

십 여 년의 세월을 살아남은 기억 속 장소는 그게 전부였다. 나머지는 전부 바뀌었거나, 사라져 있었다. 주말이면 아빠를 졸라 가곤 했던 비디오 가게도, 동경했던 미술 학원도. 잠깐 동안이지만 내가 다녔던 단촐한 피아노 학원은 아예 건물째 없어졌다. 나는 점점, 뱃속의 긴장이 단단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 살던 집으로 가려면 오르막길을 타야 했다. 그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서, 어렸을 땐 용케도 이 길을 힘 안들이고 다녔구나, 싶었다. 그 때는 모든 게 즐거워서, 등교와 하굣길마저도 뜀박질을 하며 다녔었으니까. 무수한 추억들과 사고의 기억들이 얽힌 길은, 어른이 된 지금에 와선 너무나도 힘겹게 느껴질 뿐이었다.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762 | 2024.04.24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259 | 2024.04.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347 | 2024.04.24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441 | 2024.04.24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553 | 2024.04.24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386 | 2024.04.24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75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183 | 2024.04.23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15 | 2024.04.23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26 | 2024.04.23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129 | 2024.04.23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28 | 2024.04.23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102 | 2024.04.23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95 | 2024.04.20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71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65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42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618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183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71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64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25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21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09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85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