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절친 차이니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나의 절친 차이니즈

0 개 1,733 정경란
북섬과 남섬 이곳 저곳을 여행하다 보니, 어느 소도시를 가도 보이는 게 바로 차이니즈 피쉬앤칩스 였다. 중국인 이민 선배들이 현지음식과 그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춰 변형시킨 중국음식을 파는 이런 유형의 음식점은 어딜 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실제 달달한 중국식 음식을 사가는 고객은 탕수육이나 볶음밥에 익숙한 나같은 한국인과 키위가 많지 실제 중국인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여섯 식구인지라 어지간해서는 외식을 하기가 쉽지 않다. 간혹 나만의 호사스런 점심을 고려하다가도 결국은 냉장고에 남은 음식들을 다 쓸어 모아서 먹는 걸로 끝이 난다. 웰링턴 바닷가에서 남섬을 바라보는 전망 좋은 카페라면 커피와 음식값이 $20가 넘는다. 먹고 나서 만족감이 높다면 간혹 그런 호사를 부려보겠으나 그렇게 먹고 나서도 김치 한 조각이나 얼큰한 라면 국물이 아쉬우면 본전 생각난다. 그나마 입맛에 맞고 간혹 생각나는 것이 사타이 누들이라는 말레이시아 음식정도. 한국에서도 즐겨 먹지 않던 짜장면이 그리울 땐, 말레이시아 사타이 누들로 가야 한다. 뭐, 그런 날이 일년에 서 너번 밖에 안되지만. 외식 중에서도 가격 대비 가장 푸짐한 것이 바로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피쉬앤칩스다. 

우리 동네에도 그런 차이니즈 가게가 한 곳 있는데 처음 그 가게에 발을 들인 것은 나름 소심해서 오고가며 여러 번의 탐사를 하고 나서였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30대 중반의 부부가 함께 일하고 있었다. 어찌어찌해서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주인 아저씨가 갑자기 끝이 올라가는 말투로 ‘안녕하시오~’ 했다. 나도 ‘안녕하세요’ 하고는 어떻게 한국 인삿말을 아는지 물었다. 문장이 아니라, 주섬주섬 던지는 단어와 (주로 의성어, 의태어에 가까운 소리들 ^^) 부인의 부연 설명을 통해 재구성한 스토리에 의하면 이 중국인은 젊어서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남아메리카로 갔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수리남을 거쳐서 뉴질랜드 시민권자와 결혼한 여동생을 통해서 가족들이 하나 둘, 결국에는 전 가족이 뉴질랜드로 오게 되었다. 그런데 브라질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했단다. 그래서 ‘안녕하시오~’만 안다. 한국인 가게에서 단체 손님을 받으면 숯불 불고기를 요리하고, 부엌에서 온갖 잡일을 다 한 모양이었다. 젊은 중국인이 겪은 한국 사람에 대한 인상은 ‘소주 잘 먹는다.’ ‘잘 논다.’ ‘쉬어야 하는 일요일인데 쉬지 않고 교회에 간다.’ 등등. 
 
그때부터 이 부부는 내가 음식을 사면 항상 덤으로 더 주고 그것도 모자라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에게 닭튀김 한 조각씩을 손에 들려주곤 했다. 그러지 말래도 인지상정인지. 영어가 훌륭하진 않지만, 아니, 제대로 의사소통하기도 부족하지만, 서로 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하게 웃는데 그 웃음속에서 이심전심이다. 나 역시 간혹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아저씨를 위해 한국에서 가져온 온갖 소염진통제용 파스를 가져다 주기도 하고, 한국 화장품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들 부부 역시 여느 중국인 가족처럼 (중국 이민자 가족들) 부모님에게 아이들을 맡긴다. 아침부터 밤 9시까지 가게를 봐야 하니, 아직 유치원생인 아이들은 부모님이 시내에서 오가면서 돌봐야만 한다. 거리에서 만나는 중국 노부부들은 대개가 아이들을 하나씩 끼고 다닌다. 그리고 젊은 부부는 일, 일, 일만 한다. 

번역일 때문에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날이 닷새를 넘기면, 내 절친 중국인 부부가 그리워진다. 그래서 무작정 가게로 가면 그들 역시 마치 내 얘기를 하고 있었다며 반가워한다. 우리들 대화에서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은 ‘busy, busy, busy’와 ‘no good’ 이다. 말도 안되는 영어로 선문답하듯 대화하지만 우린 노 프라블럼이다. 정서상, 그들과 나 사이에는 ‘정’을 느낄 수 있는 문화적 공통분모가 있다고 믿는다.  
 
내가 아는 뉴질랜드인들은 중국인들은 정원 가꿀 줄도 모르고, 오로지 일, 일, 일만 하고 휴가도 안간다고, 무슨 인생이 그러냐는 식으로 혀를 찬다. 그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들은 이민자다. 일, 일, 일을 하지 않으면, 그래서 돈이라도 없으면 버틸 수 없는 이민자들이란 말이다. 나 역시 일, 일, 일, 그리고 그들 부모의 희생을 좋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살아 왔고, 그 외의 방법은 잘 모른다. 부모 세대의 희생과 근면한 노력을 향유하는 이후 세대는 그러지 않을 지 모르겠다. 

간혹 중국 이민자 혹은 유학생들의 범죄가 뉴스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감출 수 없는 모종의 인종적 멸시가 들어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지나치게 술을 마시는 10대 키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웃은 아랑곳 않고 금요일 파티마다 시끄러운 음악을 즐기는 아이들. 노이즈 콘트롤에 몇번씩 전화해도 거의 1년 동안 지속되던 그들의 파티. 만약 그들이 중국 유학생들이었다면 어땠을까. 연장자를 어려워하는 중화권의 (한국포함) 문화적 속성상, 먹고 마시고 소음을 내는 일은 거의 없다. 물론 말소리가 조금 시끄럽긴 하지만, 그거야 그들 언어가 그런 것이니 탓할 일이 아니다. 사실 외국인이 한국인들 대화하는 소리를 들으면 시끄러운 것이 서로 싸우는 것 같다고 하지 않는가. 

어제는 내 절친 차이니즈 가게를 지나다가 튀김 냄새의 유혹에 굴복해 점심으로 피쉬앤칩스를 먹었다. 늘 그렇듯 덤으로 생선튀김 한 조각을 더 주고 감자튀김도 거의 2인분이어서 다 먹는데 버거울 정도였다. 늘 busy, busy, busy 하다고 하면서 늘 사람 좋게 웃고 다정한 내 절친 차이니즈. 그들 바램대로 돈을 왕창 벌어서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197 | 19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6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1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10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1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1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1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0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5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4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0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3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9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4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9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7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4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5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59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