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여행기 러시아(상트 페테르 부르크)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북유럽 여행기 러시아(상트 페테르 부르크)편

0 개 2,046 오소영
모스크바에서 항공편으로 한 시간 반쯤. ‘상트 페테르 부르크’에 도착했다. 1703년 ‘표트르’ 대제에 의해 지어진 이래 200년간 ‘로마노프’ 왕조의 수도가 되었다가 많은 혁명과 동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세번씩이나 그 명칭이 바뀌는 굴절 많은 역사의 장으로서 이제 그 본래의 이름을 찾게된 ‘상트 페테르 부르크’. 우리가 쉽게 알고 있는 ‘레닌 그라드’가 바로 그 곳이다.
 
수 많은 운하와 아름다운 다리로 만들어진 도시. ‘모스크바’ 보다 분위기가 훨씬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은 정원이 아름다운 궁전들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아름답고 웅장한 ‘러시아 정교’의 성당들 때문일까?
 
‘루브르’ 대영 박물관과 함께 세계 삼대 박물관으로 꼽힌다는 ‘에르미타쥐’ 박물관도 과거 황제들의 겨울 궁전이었다는데 1056개나 되는 방에 300만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니 그 규모에 먼저 놀랬다. 한 점당 일분씩만 보아도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데 세계 곳곳에서 봇물처럼 밀려 들어 온 관광객들 틈에서 감상은 커녕 제대로 보기에도 힘들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 ‘미켈란제로’ 등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유명 화가들의 진품을 눈 요기라도 했다는데 위안을 삼는 수 밖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나. 집 떠나 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한식 타령을 하는데 오늘은 특별히 궁전식당에서의 현지 식이라니 기대가 되었다. 한창 여름 꽃으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원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카펫이 깔린 계단을 올라 원탁이 준비되어 있는 작은 방으로 안내를 했다.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관광객들 차림에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잠깐동안 모두가 귀족이 된 기분으로 엄숙하기까지 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코너 한켠 피아니스트의 조용한 연주가 시작되더니 갑자기 ‘아리랑’이 흘러 나오는게 아닌가. 순간 모두가 식사 동작을 멈추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궁전 식당에서 우리의 전통 음악 아리랑을 들으며 식사를 하다니.... 그녀가 우리의 기분을 알아차리고 아리랑이 끝나자 이번에는 더 흥겨운 몸짓으로 가곡 ‘보리밭’을 연주했다. 달러를 벌기 위한 그들의 수단이라는걸 알았지만 우리는 합창으로 응수를 하며 짜릿하게 감동이 오는 것을 전신으로 느꼈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던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오면 그들은 또 그 나라 노래를 연주할테지만.
 
저녁에 관람한 ‘민속 쇼’는 대륙의 기질이 넘쳐나는 활력의 무대였다. 강하게 흔들고 뛰는 춤이 역동적으로 젊음의 열기가 부러웠을뿐 거칠어서 감칠맛은 없었다. 그보다 중간 휴식 시간에 이층 로비에 마련한 조촐한 다과파티가 멋진 인상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장맛보다 뚝배기를 더 좋아했다니. 춤에는 문외한이지만 국적 불명의 모든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와인 한잔씩 마시며 즐겼던 그 짧은 순간이 참 괜찮은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적의 급습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세워진 ‘페트로 파불로스크’ 요새는. 도시에서 가장 높은 121.8미터의 첨탑을 가지고 있는데 성당도 포함하고 있었다. ‘넵스키’ 대로에 아치형의 성당은 10년에 걸쳐 지어진 ‘까잔 성당’이다. 대리석으로 1미터씩 이어서 올라간 94개의 기둥이 인상적인 성당에는 ‘나폴레옹’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트로피와 상대군으로부터 탈취한 군기등이 걸려 있단다. 그 성당 맞은 편에 대단히 아름다운 건물의 성당으로 ‘피의 성당(그리스도 부활교회)’이 현란한 모자이크 장식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알렉산더 2세’가 암살 당한 곳으로 ‘피의 성당’이라고 더 잘 알려져 있으며 그가 상처를 입었던 정확한 위치가 잘 보존되어 있다고 했다. 거대한 돔과 43미터에 달하는 전망대가 있어 도시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성 이삭’ 성당은 돔의 크기가 세계에서 세번째라나. 안에는 못 들어가고 밖에서만 보기에도 굉장히 웅장하고 화려한. 수백년 역사의 숨결이 고스란히 베여있는‘러시아 정교’의 성당 성당들.  
 
분수의 향연으로 넋을 빼앗겼던 ‘피터’ 대제의 여름 궁전은 시내를 벗어난 교외에 있었다.
 
황제 가족과 귀족들이 여름을 지내기 위해 만들어진 궁전으로 러시아와 유럽 최고의 건축가들과 예술가들이 만든 1000헥타르가 넘는 부지에 20여개의 궁전과 140개의 분수들이 긴 여울을 따라 양쪽으로 멀~리 ‘핀란드’ 만까지 뻗어 있었다.  
 
정오가 되자 삼손이라 불리는 대 분수를 시작으로 그 많은 분수들이 일제히 물을 뿜어 올리는데 장관이었다. 궁전 밑 계단을 양쪽으로 그 아래 중앙에 대형 금빛 조형물의 분수에서 물길이 마음대로 춤을 추며 군중을 희롱하듯 아양을 떠는데 사진 촬영을 하느라 아수라장을 이루는 관광객들의 손길이 바쁘다. 드넓은 정원의 온갖 화사한 꽃들과 멋진 조화를 이루는 분수의 장관. 그 화려의 극치속에서 황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영화로웠던 황제 귀족들이 얼마나 호화스럽게 살았는지... 내가 지금 그 곳에 취해서 있다는게 꿈만 같았다.  

인간의 영화로움의 욕구는 어디까지가 한계일까. 엉뚱한 의문속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만 했다.

평범한 시민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재래시장. 건물 뒤쪽 유리창으로 꼼꼼하게 가격을 붙인 물건들을 진열 해 놓고 필요하면 앞으로 가서 사게끔 만들어진 우리와 다른 형식의 시장 건물들. 과일 맛을 보여주며 야박하지 않은 이웃 사촌처럼 구수한 상인들을 만나면서 생생한 감동이 자연스럽게 내 삶속으로 파고 들었다. 어느 시장이건 시장에선 사람 냄새와 삶의 진한 냄새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체리의 철인지? 싸고 맛있는 체리로 느긋한 속을 달래려고 게걸스럽게 주워 먹고 봉지도 채우면서 신나게 낄낄댔다. 누군가가 길에서 굽는 호떡같은 빵도 사서 먹어보자며 나눠 돌렸고 그들처럼 우리도 서민임을 공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 ‘러시아’여 안녕. 기차역으로 달리면서 조용히 혼자서 입속으로 외쳐본다.

첩(妾)바람 초대

댓글 0 | 조회 1,949 | 2019.10.22
주말아침 늘어지게 게으름을 떨어도 되는 날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특별한 볼 일이 있다.6시 기상. 외출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직접 볼 일과는 무관했지만 물을 끓여… 더보기

나의 7월, 생각이 머무는 그 곳에...

댓글 0 | 조회 1,957 | 2015.07.28
참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잊혀지지가 않는 그 곳. 아니 점점 더 선명하게 떠 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정확하게 55년 전의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각하고 … 더보기

그렇게 산다. 우리는 지금...

댓글 0 | 조회 2,007 | 2013.11.26
옆집의 ‘베티’ 할머니가 휠체어로 외출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안쓰럽다. 세상을 넓게만 살려는 듯 마냥 뚱보가 될 때부터 불안했다. 언… 더보기

왜 그리 창피할까요?

댓글 0 | 조회 2,012 | 2019.12.23
“이제 그만 하시죠”들고 간 서류를 내밀었더니 불쑥 한마디 하시는 가정의 선생님.나이 많다고 이젠 자동차 운전면허증 유효기간도 짧다. 2년밖에 안 준다. 자주 바…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노르웨이) 2편

댓글 1 | 조회 2,031 | 2013.04.24
그동안 가방 차지만 하던 두툼한 파카가 드디어 빛을 보는 날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 되었다는빙원의 한 자락에 섰을 때. 그 하염없이 펼쳐진 옥색의 빙하를 … 더보기

감동의 메아리

댓글 0 | 조회 2,036 | 2015.03.25
가끔씩 나른한 감성을 흔들어 깨우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어 기쁘다. 아주 오래된 일임에도 그 찐한 감동은 조금도 변함없이 가슴을 파고들어 찌든 삶에 새로운 윤활… 더보기

현재 북유럽 여행기 러시아(상트 페테르 부르크)편

댓글 0 | 조회 2,047 | 2012.11.27
모스크바에서 항공편으로 한 시간 반쯤. ‘상트 페테르 부르크’에 도착했다. 1703년 ‘표트르’ 대제에 의해 지어진 이… 더보기

기쁜 우리 날 ‘경로잔치’

댓글 0 | 조회 2,063 | 2014.02.25
여느 날과 다를바 없는 이웃들은 마냥 조용하기만 한데 혼자서만 들떠서 설레는 자신이 철부지 아이같아 웃습다. 오늘은 우리 세속 명절. ‘설날 경로 잔치’가 있는 … 더보기

라일락꽃 향기 속에서

댓글 0 | 조회 2,085 | 2014.10.30
아! 그렇지 ‘라일락꽃’ 향기. 너무 반갑다. 잊고 사는 동안에도 어김없이 제 철을 알리는 그 향기를 어찌 기억 못할까? 높다란 철제 휀스위에 탐스럽게 매달린 연… 더보기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시드니를 흔들다!(Ⅰ)

댓글 0 | 조회 2,093 | 2015.10.29
대체로 좋은 꿈은 빨리 깨어나서 아쉽다. 그리도 기다렸던 3박 4일간의 ‘시드니’ 일정이 어느새 하룻밤의 꿈처럼 아련하게 지나가 버렸다. 다행인 것은 만나는 사람… 더보기

(꽁트) 큰 소리로 노래하리라

댓글 0 | 조회 2,099 | 2014.11.25
태어나서 육십여년 긴 세월을 살았던 땅. 조상의 뼈가묻힌 조국을 뒤로하고 신천지 뉴질랜드에 온 것은. 사람들에게 부대끼지 않고 삶의 질을 높여 살고싶은. 그들 자… 더보기

그녀의 자존심을 농락한 빨간 게

댓글 0 | 조회 2,121 | 2020.03.24
입이 쓰다. 음식을 먹으려니 온통 쓴 맛뿐. 본래의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요즘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어서 안타깝다.옛날 며느리들이 노부모 모시기 어렵다는 말이 그… 더보기

‘오클랜드’ 구정 명절이 행복하다

댓글 0 | 조회 2,142 | 2015.02.25
고국에선 설 명절 연휴에 무려 78만명이 해외로 빠져나가 차례보다는 해외여행이 우선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 어느 해 보다 많은 인파로 ‘인천공항’이 귀성길 못잖… 더보기

기어이 나를 울리고 가는구나 !

댓글 0 | 조회 2,203 | 2016.12.21
이른아침부터 하릴없이 시시덕거렸던 차 안에서의 분위기는 생판 광대의 연극이었나?공항에 내렸을 때. 세 여인의 표정은 어느새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무언의 행동… 더보기

가슴 시린 사람들

댓글 0 | 조회 2,208 | 2013.08.28
남섬의 폭설 소식과 함께 사나운 비바람 앞세워 겨울이 깊어만간다. 까짓 추위쯤 아랑곳않듯 맨살을 드러내놓고 당당하게 자랑이라도 하는양 나다니는 꽃띠 아가씨들에겐 … 더보기

강력한 no! no!.--그리고 sorry!

댓글 0 | 조회 2,224 | 2015.08.27
지금 내 처지에 ‘공’까지 잘 맞기를 바란다면 그건 분명히 지나친 과욕이다. ‘십팔 홀’을 거뜬히 걷기만 해도 그것으로 만족. 감사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골프… 더보기

마지막 건배

댓글 0 | 조회 2,249 | 2012.06.27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하루 600만명이 맥주, 소주 1800만병을 마신다는 한국의 요즘. 삶이 고달퍼 마시고 취해서 잊… 더보기

오늘

댓글 0 | 조회 2,260 | 2014.07.22
‘오늘’이란 날은 당일을 말 함이지만 삶의 여생(餘生)중에 가장 젊은 날 이기도 하다. ‘오늘’은 내일을 바라보는 미래의 시발점으로 첫 걸음을 하는 날이기에 어제… 더보기

버스타고 ‘하버브릿지’를 건너고 싶다

댓글 0 | 조회 2,274 | 2020.05.26
거기에 가면 한주일을 한달처럼 길게 느끼며 날 을 꼽아온 반가운 얼굴들을 만난다.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더 따뜻하게 서로를 대하는 사람들이다. 악수도 하고 찐하게 … 더보기

빨간 송편

댓글 0 | 조회 2,288 | 2013.10.23
품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매서워 아직도 나는 겨울을 살고있는데 엊그제까지만 해도 시커멓게 검던 묵은 나무가지에 분홍 벗꽃이 화사하다. 끊임없이 질척거리던 날씨. … 더보기

살다보니 이런일이...

댓글 0 | 조회 2,295 | 2022.01.26
온종일 정신없이 일을 해 냈으니 몸이 젖은 솜뭉치처럼 무거웠다. 오랫동안 쓰지않던 근육들이 놀랐는지 뻐근하고 아팠다.여름날 긴 긴 하루가 번개처럼 지나갔다.긴장이… 더보기

그러시면 안돼죠

댓글 0 | 조회 2,342 | 2012.04.26
“엄마, 이모한테 전화 좀 드려보세요.” 언제나 장난끼 넘치는 응석조로 전화 해 오던 한국의 딸아이 목소리가 오늘은 영 아니었다. (무슨일이… 더보기

행복의 유람선, 크루즈 여행

댓글 0 | 조회 2,355 | 2019.04.23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머리속에 지워지지 않는 TV 영상이 하나있다.‘사랑의 유람선’...그 시간을 맞추려고 저녁시간을 서둘러야 했다. 물 묻은 손을 털고 TV … 더보기

부녀 별곡 (父女 別曲)

댓글 0 | 조회 2,369 | 2016.03.24
이제 여기 여름도 한국처럼 덥다고 느끼며 무더위 속에서 한 여름을 보냈다.뙤약볕에 불화로처럼 달아오른 어느 일요일 오후. 서늘한 바람 그늘이 그리워 고목으로 울창… 더보기

꽁트 한마당(공선생의 하루)

댓글 0 | 조회 2,407 | 2014.03.26
베란다에 들어오는 햇볕이 눈이 시리도록 밝고 화창한 날이었다. 할 일 없는 ‘공명수’씨는 흔들 의자에 기대앉아 가볍게 눈을 감았다. “공선생님은 아직도 젊으셔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