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노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12월의 노래

0 개 2,736 오소영
‘하늘을 쳐다보며 사-뿐 귀에다 손을 대보라 구름이 방긋 웃는 소리 고요하게 들린다.’

밝고 맑은 꿈을 꾸던 어린시절. 푸른 풀밭에 누워 드넓은 창공에 미래의 멋진 삶을 마음껏 스캐치하며. 점저이 흘러가는 구름에 무한대의 부푼꿈을 실어볼 때. 들꽃들의 간지럽게 소곤거리는 소리와. 구름이 흘러가며 웃는소리. 풀벌레들의 합창소리가 아름다운 하모니로 꼬마 수녀를 축복 해 주었다.

‘저 쪽에서 이 쪽에서 웃음소리가 우리귀에 들려온다 저 하늘 끝까지. 아하하 오호호 에헤헤....’ 가랑잎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음이 터져나오던 그 때. 정말 헤프게 참 많이도 웃었다. 내게도 그런 때가 있었구나.

‘내가 다니던 학교에 선생님은 싱글벙글 선생님. 덕망있고 인자한 우리 선생님 싱글벙글 선생님.’  

코믹하고 명랑한 미국민요를 부를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어떤 얼굴이 있다. 싱글벙글은 커녕 굵은테 안경너머로 보이는 선생님 눈은 겁만 잔뜩 주던 무서운 호랑이. 칙칙한 얼굴에 키가 작달막한 그 선생님이 교단에 올라 훈시를 할 때면 지루하고 짜증이 나서 앞의 아이를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치다가 들켜서 혼도나고... 두렵기만 하던 그 선생님이 유독 먼저 생각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두텁고 짙은 눈섭밑에 강하게 빛나던 눈빛이 바로 그 분의 멋진 카리스마였던가.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이젠 저 세상 가시고 안 계시겠지.

백발을 날리며 낭낭하게 소리를 모으는 ‘시니어 합창단’ 노래 부를땐 그 거추장스러운 나이같은 것 미련없이 내던지고 꿈을 쫓는 동화속의 아이들이 되지만 노랫말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음미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긴 여정을 걸어온 숨가뿐 인생을 뒤돌아보게 되기에 이젠 그 감동을 가슴으로 노래한다.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위에 차고....’ 흔히들 부르는 등대지기 노래. 싸늘한 겨울밤. 달빛에 빚긴 긴 그림자를 밟으며 공부에 지쳐 돌아오는 아이를 마중하던 엄마. 등대지기가 되어 한 가정을 지켜내던 시절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니 그 때가 한 여자로써 아내로 어머니로 가장 행복했던 인생의 황금기가 아니었을까. 뜨거운 열정과 사랑으로 지켜낸 소중한 내 가정. 내 이웃. 그리고 나의 모든 것들을.... 우리는 지금 그 거룩하고 아름다웠던 사랑의 마음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윤끼잃고 메말라가는 정서가 너무나 아쉽다.

삶에 있어서 희. 노. 애. 락.이 없다면 얼마나 밋밋하고 재미 없을까. 행복속에 묻혀 나른한 피로를 풀다보면 어느새 격랑의 파도가 밀려와 절망의 절벽 끝까지 몰고가는 인생항로. ‘물결치는 작은 배 위에 등불만 흔들리고...’ 아슬아슬하지만 그 고비를 잘 넘기고나면 물결은 더욱 잔잔해져 다시 새 희망으로 넘친다. ‘바다로 가자 물결 넘실 뛰노는 바다로 가자’ 어느새 바다는 예쁜 노래가 되고 다정한 친구가 되어 우리를 다시 부른다. ‘초록빛 바다물에 두 손을 담그면 파아란 하늘빛 물이 들지요. 초록빛 어여쁜 손이 되지요’ 세상을 긍정적으로 대할 때. 주위의 모든 것들도 아름답게 나를 반긴다.

또 한 해가 저무는 길목에서 더 희망찬 내일을 기대하며 크리스마스 캐롤도 부른다.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응축된 한을 등에지고 구비구비 고개를 몇구비나 넘어왔을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내가 넘을 고개는 몇개나 남았을까. 아리랑 고개를 다 넘으면 거기는 무엇이 기다리는 세상일지... ‘초가집 삼간을 저 산밑에 짓고 흐르는 시내처럼 살아볼까나’ 질펀한 자연속에 묻혀 가슴을 활짝 열어놓고 노래부르는 지금의 내 삶이 바로 흐르는 시내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이리라.

eden동산에 올라 저 아래 길을 더듬어 저-기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12월의 꽃. 포후투카와 꽃비와 어우러진 푸르름속에서 작은 한 점을 찾아낸다. 저게 바로 내 초가집 삼간이질 않던가.

아리랑 고개를 잘도 잘도 넘으며 또 한 해 마지막 달을 노래에 실어본다.

이 한 해를 보내면서 그동안 사랑으로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새해에도 변함없는 성원 보내주시기를 기대하면서 교민 각 가정에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오  소  영 

[275] 언니가 오셨네

댓글 0 | 조회 2,750 | 2005.09.28
요즈음 제법 살맛이 난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언니가 오셨다. 인생살이가 그렇듯이 한지붕 밑에서 철없을 때 … 더보기

[321] 보자기의 예술(보자기 전시회를 다녀와서)

댓글 0 | 조회 2,745 | 2005.11.21
“현대 문명이 우리 여성들의 조신한 정서를 몽땅 탈취해갔구나” 해밀톤 시립 와이카토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보자기 전시회'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더보기

[339] 아름다운 고별

댓글 0 | 조회 2,740 | 2006.08.21
건강이 그리 양호한 편은 아니었지만 아직 병석에 눕지는 않으신 어느 어른의 갑작스런 부음을 듣는다. 밤새 안녕이라는 말의 실감에 전율이 온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 더보기

현재 12월의 노래

댓글 0 | 조회 2,737 | 2011.12.23
‘하늘을 쳐다보며 사-뿐 귀에다 손을 대보라 구름이 방긋 웃는 소리 고요하게 들린다.’ 밝고 맑은 꿈을 꾸던 어린시절. 푸른풀밭에 누워 드넓… 더보기

투표하러 가던 날

댓글 0 | 조회 2,736 | 2009.07.28
오늘은 아침부터 참 기분이 좋다. 어린애처럼 마음이 둥둥떠서 괜스레 콧노래도 흥얼거리고 사뿐사뿐 몸도 가볍다. "투표하러 가는 날". 이 나라에 와서 처음도 아닌… 더보기

오월의 그 열기처럼

댓글 0 | 조회 2,716 | 2011.05.25
뜨겁게 달아 오르던 ‘제11대 한인회장’ 후보 세 사람의 열기도 이제 가라 앉았다.그 분들을 지켜보며 진정으로 우리 교민을 대표 할 한 사람을 가리느라 설왕설래 … 더보기

[343] 안녕하세요?

댓글 0 | 조회 2,715 | 2006.10.24
마감을 거의 앞둔 바쁜 시간에 허둥거리며 뛰어 들어간 우체국. 아무도 없는 빈 홀 안에 정리를 서두르는 직원들만 카운터 앞에서 서성거린다. “헬로! 쏘리”로 다가… 더보기

[305] 추억의 손수건

댓글 0 | 조회 2,711 | 2005.09.28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꼭 건강하셔야 해요.” 보통 때와 다르게 은근하고 진지한 목소리가 갈증나게 내 귀를 간지럽힌다. “지금 어디시여?” 늘상 알면서도 … 더보기

‘시드니’ 그리고 ‘다이아나’

댓글 1 | 조회 2,697 | 2012.02.29
잠에서 깨일 때마다 이층침대 머리맡 창밖을 내다보면 시커먼 바다. 그 검푸른 물결을 가르고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속을 달리기만 하는 배. 항상 늦잠이 달아 잠뽀인 … 더보기

[335] 정서라는 양념 하나 더 김치

댓글 0 | 조회 2,695 | 2006.06.26
카렌다는 유월에 머물러 있는데 요즈음이 김장철이란다. 아직도 계절이 헷갈려 한국 같으면 지금이 몇월쯤에 해당되나 한 번씩 확인을 해봐야 수긍이 되니 여기 사람이 … 더보기

[309] 낙엽따라 떠난 갈색의 낭만

댓글 0 | 조회 2,693 | 2005.09.28
죽이 잘 맞는 자매님 내외와 흣날리는 낙엽따라 가을 여행을 떠난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이 쓸쓸한 계절에 갑자기 들뜬 낭만으로 가슴이 설레인다. 계획없이 이루어… 더보기

[310] 어떤 스케치

댓글 0 | 조회 2,679 | 2005.09.28
여기 문화에 익숙해질만큼은 살았는데 아직도 수영복 차림으로 남자들 앞에 다가서기가 민망스럽다. 평일의 오전에는 특히 호젓해서 남자들 세상 같아 더욱 어설프다. 쭈… 더보기

이름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2,666 | 2016.09.28
선영. 세영. 은영. 한결같이 고운 여자들의 이름이다. 하지만 그 이름의 주인들은 모두 남자들. 내 남자 형제들의 이름이다.그 중에 진영이 있다. 남자 이름같은데… 더보기

[323]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와이카토”

댓글 0 | 조회 2,644 | 2005.12.23
남반구인 이곳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는 내려쬐는 태양볕 아래 정열적으로 피어나는 포후투카화 꽃 속에서 맞이한다. 바람을 잔뜩 넣어 부풀려 만든 풍선 눈사람에 줏대없… 더보기

[319] 서른여섯의 눈동자

댓글 0 | 조회 2,632 | 2005.10.25
혼자 사는게 심심하지 않느냐고 간혹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아마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 말이리라. 곁에 사람이 있어도 외로울 수 있는 것이 인생인 것을…. 전자 매… 더보기

[345] 젊음의 바다에 풍덩 빠져 버리다

댓글 0 | 조회 2,627 | 2006.11.27
어느 날씨 좋은 일요일 늦은 오후, 차나 마시러 나가자는 친구의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아주 사소한 일에 불과하지만 그것은 지금 나이테가 적잖은 우리가 누릴 수… 더보기

[304] City의 밤 풍경

댓글 0 | 조회 2,623 | 2005.09.28
참 오래간만에 City에 나와 밤 거리를 걸어본다. 기승을 부리던 낮 더위가 먼 나라 이야기인양 살갗에 닿는 바람이 마냥 시원해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민다. 낮의… 더보기

여자는 예뻐지고 싶다

댓글 0 | 조회 2,621 | 2012.08.28
몸에 탄력을 잃으니 윤끼도 사라지고. 머리카락도 변변찮아 매만져봐야 그렇고 그런 모양새. 미용실 가야할 의욕도 잃은지 오래되었다. 어느날 오래 벼르던 끝에 찾아간… 더보기

[330] 그 사람 “프레드”

댓글 0 | 조회 2,618 | 2006.04.10
그사람을 또 만났다. 수영장엘 가면 만나게 되는 사람이지만 내가 자주 가질 않으니 오래간만에 만난 “프레드”다. 그의 곁에는 항상 동양 여자들이 같이 있어 이야기… 더보기

[354] "실수였다" 구요.

댓글 0 | 조회 2,587 | 2007.04.12
한입 덥석 깨물면 상큼한 향기를 뿜으며 입안으로 들어오는 신선한 사과, 건강한 치아를 가졌을 때의 그 맛을 이젠 잊어버린지도 오래다. 더구나 지금은 그런 계절도 … 더보기

[369] 나누며 사는 사람들

댓글 0 | 조회 2,587 | 2007.11.28
생각보다 무겁고 두툼한 그것을 건네 받으며 고마움보다 미안함이 앞섰다. "뭣이 이리도 많을꼬?" 금방 자를 것을 깜박하고 이른 아침에 흠뻑 물을 주어 젖어서 무거… 더보기

[315] 골프장에서

댓글 0 | 조회 2,583 | 2005.09.28
참 변덕 많은 날씨가 뉴질랜드 날씨다. 나도 여기 살면서 날씨 닮아 그리 변덕스러워지면 어쩌나 슬며시 걱정도 된다. 파아란 하늘을 보며 기분좋게 달려가는 길인데 … 더보기

‘피죠아’의 계절에

댓글 0 | 조회 2,582 | 2013.05.28
머리 다듬기를 관심마져 져버린듯 ‘미용실’ 가기까지 꽤나 망서려지는 게으름. 그 과정의 시간들. 기다리는 무료함이 짜증나서 늘 모자속에 가두… 더보기

[303] 아름다운 세상

댓글 0 | 조회 2,578 | 2005.09.28
며칠 전 내 편지함에 낯선 편지 한 통이 꽂혀 있었다. 복조리가 사진으로 찍혀 있는 근하신년 대한민국 우체국 카드였으니 분명 한국에서 보내 온 내 것이 틀림없었다… 더보기

피붙이의 힘

댓글 0 | 조회 2,577 | 2013.12.24
불을 끄고 마악 첫잠이 들려는 찰나. 어둠의 정적을 깨고 갑자기 전화 벨소리가 무섭게 울려댄다. (이 밤에 누구야 오늘밤 잠은 다 틀렸네) 보통의 상식을 깬 이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