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케(Bouquet), 당신의 코앞에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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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케(Bouquet), 당신의 코앞에 행복이 있다

0 개 1,777 피터 황

집 한켠에 텃밭을 가꿔 유기농 채소를 길러먹는 도시 농부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농사가 직업이 아닌 사람들이다. 먹거리에 대한 불신과 건강식단을 위한 이유이기도하고 흙을 만지면서 얻어지는 행복 또한 크기때문이다. 수확의 기쁨도 말할 수 없지만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면서 쑥쑥 자라나는 채소들을 보노라면 잊고 살았던 나의 꿈이 크는 것처럼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나누는 즐거움도 있다. 무엇보다도 흙을 가까이 대하며 호미질을 하다보면 세상사 온갖 잡념이 없어진다. 풀냄새, 흙냄새, 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주변의 꽃향기들까지 나의 코는 바쁘고 혼미하다. 내가 사는 세상에 이렇게 좋은 향기가 많았었다니. 결국 우리는 그동안 코를 숨쉬는 데만 사용하면서 무심하게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취하는게 목적이 아니라면 와인을 원샷 하지 않길 바란다. 일단 보고, 맡고, 느낄 수 있는 슬로우라이프의 여유가 필요하다. 온몸의 감각을 깨우고 분위기를 잔뜩 잡은뒤 와인 잔에 삼분의 일쯤 따르고 가볍게 잔을 흔들어 코 끝을 넣어보자. 텃밭에서 맡던 향기가 나는 지 집중해라. 과일, 음식, 주변의 꽃등 온갖 촉각과 상상력, 기억력을 더듬어 무엇인지 찾아내보라. 어릴 적 추억도 되살아오고 연애시절 다방커피, 진흙으로 입안을 더럽히던 군시절도 떠오른다.  

포도로만 만들어진 와인에서 향기가 난다고 하면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몰래 과일이나 후춧가루향을 섞어 넣고 부풀려 말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김치나 막걸리가 발효과정을 통해 농익어가는 맛의 진화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와인에도 발효라는 생화학작용에 참여하는 미생물체들이 숨쉬고 있으며 수많은 유기 생명들의 집합체다. 이들이 숙성과정을 거치면서 예상했거나 또는 예상치 못했던 향과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와인에서 나는 향기를 부케(Bouquet)라고 하는데 주로 미세한 와인의 산화로 인해서 생기는 화학물질의 변형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그렇다고해서 모든 와인이 향기로운 부케를 갖게 되진 않는다. 미각에 불쾌감을 주거나 맛의 밸런스를 깨뜨리는 역한 곰팡이나 이끼, 썩은 양배추향이 나기도 하는 데 이는 주로 코르크에 붙은 미생물의 작용으로 만들어진다. 자연환경적인 이슈뿐만 아니라 이런 이유로 현재 코르크마개에서 스크류마개로 점차 변해가는 추세이기도하다. 

장기적인 숙성의 과정을 견딜 수 없는 와인을 오래 묵혀두면 적색의 폴리페놀이 침전되어 벽돌색으로 변해가고 향기가 날아가버려 김빠진 밋밋한 맛을 낸다. 좋은 와인이란 오랜기간동안 숙성이 가능하고 풍작이었던 해의 희소성있는 빈티지(Vintage) 그리고 최고의 와인메이커가 만든 감동할만한 향기를 지닌 와인을 말하며 우리는 그것을 맛보기 위해 기꺼이 비싼가치를 지불하게 된다. 마치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은 신부가 숭고한 사랑과 인내로 어려운 고난을 이겨내면서 만들어가는 인생의 향기처럼 와인 또한 오랜 숙성과정을 통해서만 은은하면서도 짙은 부케를 만들수 있는 것이다. 

텃밭에서 호미질을 하다보면 농사(農事)란 것이 마음안의 잡초를 뽑고 희망처럼 새싹을 길러내는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욕심껏 목표를 향해 살다가 문득 나자신을 그 곳에서 마주한다. 진정으로 겸손해지고 화해하게 된다. 행복이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과 무심코 지나쳤던 풀 한포기에도 사랑의 관심을 갖게된다. 불교나 도교의 조사(祖師)들이 ‘코끝을 보아라(看鼻尖)’고 가르치는 것은‘눈길이 이르는 곳에 마음이 이르고 마음이 이르는 곳에 기(氣) 또한 이르니 마음을 가까이 두라’는 것이다. 결국, 행복이 모두의 코앞에 있다. 멀리만 보고 달려가다가도 때론 멈춰서서 나의 발밑에 시선을 집중하라. 잊고 살던 보물을 찾게되고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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