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루아, 다르다는 것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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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루아, 다르다는 것의 가치

0 개 2,127 피터 황

빨간라면국물의 통념을 깨고 성공을 거둔 이경규의 꼬꼬면을 두고 사람들이 이유를 주목하고 있다. “늘 배고프고, 늘 어리석어라(Stay Hungry. Stay Foolish)”며 고집불통의 별종취급을 받던 스티브 잡스는 죽음후에 집요한 그만의 독창적 아이디어가 조명을 받고 혁신의 아이콘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2011년 10대 히트상품에 1,2위를 차지한 둘은 남과 다른 참신한 생각과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히트상품이 될 수 있었다.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를 포함해서 드라마, 영화, 와인서적에서 와인의 생명처럼 거론되는 테루아(Terroir)를 우리의 신토불이쯤으로 이해해 본다. ‘신토불이’야 제 땅에서 난 것이 체질에 잘맞는다는 뜻인데 원거리의 경우 운송과정에서 변질될 위험이 있으니 유통과정이 짧은 제 땅에서 난 먹거리가 당연히 신선하고 건강에 유리할 것이다.

현대에 와서 테루아는 포도가 자라는데 영향을 주는 지리, 기후적 요소와 재배법 등을 모두 포괄하는 말로 통하지만 라틴어가 어원인 프랑스어 ‘테르’에서 파생된 말로 원래는 프랑스와인업자들이 나쁜냄새가 나는 저급와인을 일컫던 말이었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이후 프랑스와인을 선망하는 이들에 의해 전파되면서 좋은와인을 만드는 절대적인 조건으로 굳어지고 말았다. 물론 포도가 생산지역의 특징을 담은 것은 사실이지만 테루아가 곧 훌륭한 와인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프랑스와인제조업자들은 가장 이상적인 테루아로 적절한 일조량을 얻을 수 있는 강가 옆의 언덕지대를 꼽는다. 이유는 배수가 좋으며 강물이 공기보다 늦게 식기 때문에 포도가 성숙되는 가을에 강물의 반사열을 얻을 수 있고 밤에는 찬 공기가 강물로 내려가 머금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세계적으로 최고의 테루아는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버건디)라는 것인데, 보르도와 버건디지방의 포도라고 해서 모두 훌륭한 와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더우기 프랑스인들은 프랑스와인만을  테루아와인이라고 한다.

유럽사람들은 똑같은 품종이라도 테루아가 다르기 때문에 와인은 모두 그 맛과 캐릭터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럽와인에는 품종대신 포도가 자란 지역을 상품명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덕분에 자주 접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전문가의 도움없이 와인라벨을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다.

세계와인업계는 이것을 잘 포장된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이해한다. 이는 여러 실험에서 좋은 와인은 테루아보다 누가 만드느냐가 그 맛을 좌우한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비슷한 테루아를 가진 보르도와 버건디지역에서 재배한 100군데 포도로 다른 양조장에서 포도주를 제조했던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여줬다. 다시말하면 인간의 끊임없는 창의적 노력과 부단한 차별화만이 최고를 만드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뉴질랜드에서도 말보로와 혹스베이 등 대표적으로 10개의 지역에서 와인이 생산되고 있지만 테루아는 하나의 유행어일뿐 테루아가 와인을 선택하는 선입견이 되어선 안된다.

생물학적으로야 매일매일 죽고 다시 태어날 수는 없지만 용기내기에 따라 우리의 머리와 가슴은 새롭게 할 수 있다. 그러려면 다양성을 인정할 줄 아는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다르다는 것의 의미가 틀리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하는 흑백논리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두고 응용과 추리를 막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고 한정된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라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쉬운 일이었다면 벌써 다른 이들이 다했을테니 인생의 여정에서 실패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마디로 도포입고 논을 갈지언정 제 멋에 사는 베짱과 실패를 성공으로 여기는 베포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은 언제나 우리가 두려워하는 그 변화 속에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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