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이 흘리고 간 낭만을 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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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 흘리고 간 낭만을 줍다

0 개 3,415 NZ코리아포스트
감색 양복에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단추와 띠 장식이며. 거기에 검은차양에 흰 모자까지.... 그 날은 퀸스트리트 거리가. 그들의 멋진 정복의 물결로 그 어느 때 보다 색다르게 화려해서 눈이 즐거웠다.

3박 4일간의 공식 일정을 거의 다 마무리하고 마지막 출항시간까지 느긋하게 city 구경을 나온. 우리 ‘해군순항훈련전단’의 학생들, 낯선사람들 속에서 늘 이방인으로 섞여 살다가 삼삼오오 거리를 누비는 당당한 내 조국의 젊은이들 때문에 자랑스러움으로 가슴이 설레었다.

내 피붙이를 함께하는 기분으로 그들 뒤를 따르니 태극기를 펄럭이며 퀸즈항에 정박 해 있는 ‘양만춘’함에 이르렀다. 최첨단의 시설로 만들어졌다는 함내를 경이로움으로 맞이하며 그 배를 타고 왔을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그 기대는 접어야만했다.

6.25 때 참전을 했을만큼 육군에는 여군의 간호장교가 진작에 있었다. 또한 굉장한 미모의 ‘김경오’대위가 창공을 가르는 공군의 파일럿으로 우리들 사춘기 때 소녀들의 가슴을 흥분으로 유혹하기도 했었지만 유독 해군에서 여성이 배를 탔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적이 없었다. 특별히 탈렌트 ‘강ㅇㅇ’씨가 함내 구경을 하고 돌아간 날 항해하던 함정에 기관고장이 났다던가... 여성을 터부했던 때의 미신같은 이야기가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닌데 세상 참 많이 변해서 이젠 ‘육해공’ 삼사관학교가 여성에게도 활짝 문이 열려있질 않은가 이 시대에 살고있는 젊은 여성들이 너무나 부럽다.

1999년도 10년 선배들이 다녀갔을 때 교민지에 기고했던 카피를 전해주며 우리 교민들이 당신들을 이렇게 뜨겁게 환영한다고 했더니 대단한 기념품이라며 기쁘게 받아주었다.

이제 두어시간 후면 떠날 그들을 오래오래 기억속에 잡아두려고 아쉬움을 서성거릴 때. 작은 쇼핑백을 들고 돌아오는 네 명 한 팀과 마주쳤다. 다급한 마음으로 그들을 불러세운건 손주들을 대하는 순수한 할머니의 마음 “시간되면 뉴질랜드 커피 한잔 마시고 가요...” 훌륭한 제복의 장정들 네명을 거느리고 까페에 들어서니 모든 시선들이 우리쪽으로 모아졌다. 자랑스러운 내 조국의 청년들 앞에서 나도 모르게 허리가 꼿꼿 해 지고 당찬 자부심으로 우쭐 해 졌다.

사발같은 큼직한 볼에 넘치도록 가득한 커피를 받아들고 모두들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 너무 재미있다. 궁굼한 것을 많이 묻고 싶었는데 뉴질랜드가 더 알고 싶은 그들이었다.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지천으로 널린 푸른 초원에 양떼가 뛰노는 곳이 여기라니까 모두가 선망의 눈빛으로 반짝였다. 미래의 해군 장교들 앞에서 뉴질랜드를 말 하려니 부족한게 많았지만 참 뿌듯했다.

내 옆에서 커피가 너무 진하다며 연신 설탕봉지를 뜯고있던 청년이 어제 공개 행사장에서 태권도의 마지막 꽃이기도 한 사과격파의 장본인이라고 해서 놀랍고 더욱 반가웠다. 눈을 가리고 세상이 떠나가게 큰 소리로 “얍” 기합을 넣던 그 기상은 어디 숨기었나? 아주 조그맣게 얌전한 글씨로 조심스럽게 이름을 쓰며 수줍게 소년처럼 웃던 모습에서 어제의 용맹스러움은 찾아낼 수가 없었다. “우리 학생들은 기본으로 태권도를 합니다” 겸손한 말투와 목소리가 어린 ‘최종현’ 생도였다.

나는 열혈 청년들 속에서 잠시 청춘을 되살려 낭만을 즐기고. 그들은 고국의 혈육을 만난 기분으로 향수를 달랠 것이다.

조국의 바다를 책임질 미래의 청년장교들. 외국에 살면서 외롭지 않느냐고 물어주는 자상함이 꼭 내 피붙이 같아 몹시 정스러웠다. 또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지만 오래오래 추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헤어지는 교차로에서 손을 내밀었더니 누군가가 덥석 내 품으로 안겨 들었다. 다음 또 다음 다음 네 사람 모두를 뜨겁게 포옹 해 주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멀리 사라지면서 자꾸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어 주던 그들을 남기고 먼저 그 자리를 떠날수가 없었다. 그들이 나를 잊더라도 나는 오래도록 기억 해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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