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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미안해. 그땐 몰랐어

안진희 0 1,613 2013.08.27 16:18
‘으아아~ 엄마 무서워! 파리 파리!’
 
‘엄마가 파리는 무서운거 아니랬지? 파리는 그냥 드러운거야. 무서워하지 말고 얼른 잡아!’

운전하는 중에 뒤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차 안에 왠 날파리가 돌아다니다 아들놈 눈에 뛴 것이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날파리가 무섭다며 난리법석이다. 

‘아, 왠 날파리야.’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우리 차 꼴을 보면 구더기가 안 나오는 데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차에서 항상 무언가를 먹는 아들 카시트 밑은 물론 말할 것도 없고, 아들이 먹다 남긴 우유팩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나름 비닐에 모아두기는 했지만 버릴 곳을 못 찾아서 아직 못 갔다 버린 지난주부터 쌓인 각종 쓰레기들 하며… 뭔가 얄딱꾸리한 냄새도 나는 것 같은 것이… 흠…

우리 엄마 차도 항상 지저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도 늦은 밤까지 일하느라 바쁜 마당에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하는 딸 힘들다며 매일 아침 저녁으로 등하교를 직접 시켜주고, 새벽에 끝나는 과외까지 왔다갔다 픽업해주고, 주말이면 스트레스 쌓일까 싶어 여기저기로 놀러를 데리고 다니느라 차를 청소할 여유 따윈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땐 몰랐다… 엄마 차는 왜 이렇게 더럽냐며 승질을 부렸었다. 난 엄마처럼 안 살 거라며… 

일감이 몰려서 비몽사몽 한 시간 겨우 잤는데 알람이 울려댄다. 아들 유치원에 도시락 싸가는 날이다. 어떻게 하면 뭐라도 하나 더 먹일까 싶어 이것저것 꼬챙이 끼우고 튀기고 과일 깎고 아침부터 분주하다. 

학교 다닐 적 내 도시락은 항상 다른 친구들의 부러움 대상이었다. 매일 두 개씩 싸는 도시락이 늘 다른 반찬으로 푸짐하고 맛있게 채워져 있으니.. 아침부터 튀김하는 건 나도 모르게 엄마한테서 보고 배운듯하다. 그때는 그저 맛있게 먹으니 좋았지, 엄마가 그런 도시락을 싸려고 잠 못 자고 일어나 피곤한 몸 이끌고 정성껏 준비했다고까지는 생각 못했다. 그냥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들은 다행스럽게도 평소에 짜증을 잘 내지 않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짜증이라도 낼라나 싶으면 한 성질 하는 엄마가 버럭 소리를 질러대며 똑바로 말 못하고 어디서 짜증이냐고 몰아세워대니 무서워서 짜증이라도 내겠나 말이다. 그나마 컨디션이 좀 안 좋을 때 조금씩 짜증을 내는 건데 아량이 넓지 못한 이 엄마는 그것조차 받아 넘겨주질 않는다. ‘아프다고 짜증내면 되? 아픈게 무슨 벼슬이야? 똑바로 얘기 못해?’
 
이놈의 성질은 나이를 먹어도 수그러들지를 않나 보다. 학교 다닐 적엔 아침마다 5분 늦게 깨웠네, 교복이 제대로 안 다려져 있네 등등의 별별 이유들로 방 문짝이 부서져라 닫으며 엄마한테 짜증을 내기 일수였다. 나름 잠 덜 자고 공부하느라 피곤하다고 유세를 떨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정말 몰랐다. 나보다 더 조금 잔 엄마가 일하느라 지친 몸 이끌고 일어나 챙겨주시고, 공부하는 딸내미 한 번이라도 더 따뜻한 밥 먹으라고 일하는 중간중간 짬 내서 밥 챙겨와서 과외집까지 픽업해주느라 얼마나 정신 없고 힘드실지… 그땐 왜 그게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었는지… 

아들을 키우다보니 엄마 생각이 참 많이 난다. 아.. 엄마도 그때 힘들었겠구나… 엄마도 그땐 마음이 아팠을 텐데… 내 자식 나아서 키우면서 보니까 이제는 조금씩 알겠는데… 

엄마 진짜 미안해. 그땐 정말 몰랐어. 
 
<지난 2년 동안 시티 새댁의 육아 일기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잘 보고 있다는 말씀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켜봐 주신 만큼 아들 잘 키우면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모두들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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