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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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디가

0 개 2,105 안진희
요즘 한국에서는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가 인기란다. 유명인 아빠들이 각자의 아들, 딸을 데리고 함께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 오는 내용을 테마로 한 방송인데, 7살, 8살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 보는 맛에 방송의 인기가 치솟는다고 한다. 
 
연예인들은 참 팔자도 좋다. 

매 주 그렇게 스케줄 다 짜서 먹고 자는 비용까지 다 대주고 본인들은 그저 아들, 딸이랑 재미나게 놀다 오면 되고. 거기에 출연료까지 받을 테니 오히려 돈 받아가며 노니 더 신날 테고. 방송 인기 탓에 출연 가족들이 모두 여기저기서 CF 섭외를 열심히 받고 있으니 목돈도 챙기고. 

우리 모자도 누가 그렇게 해주면 진짜 신나고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 쩝..

맨날 애 데리고 어딜 놀러 가야 하나 고민하는 것도 일이고. 막상 나서면 맨날 거기가 거기고. 비라도 오면 더더군다나 가는데 빤해지고. 어지간한 곳들은 입장료가 비싸니 아예 얼마 차이도 안 나는 연간 회원권을 끊자 싶은데 여기저기 모이니 그 돈도 만만치 않다. 겨울이라 비 오고 바람 불고 추워지니 젤 만만한 게 쇼핑몰인데 쇼핑 좋아하는 우리 아들은 K 마트에 한번 가면 카트 들고 잽싸게 돌아다니며 ‘엄마, 우리 이거 사자. 이거 쫌 조아보이는데?’라며 지 맘에 드는 물건을 모두 털어 넣는다. ‘아 그거 별로야. 그런거 집에 있자나.’라며 은근슬쩍 빼려고 하면 ‘아냐 이거는 불도 나오는데? 우리껀 소리가 안 나오자나. 이건 쫌 필요할꺼 가터.’라는 가지각색의 이유들을 조목조목 들어가며 그걸 꼭 사야 한다는 이유를 피력한다. 아.. 이젠 쫌 컸다고 또박또박 어찌나 근거 있게 말대꾸를 하는지.
 
아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눈 비비기가 무섭게 매일 같이 ‘엄마, 오늘은 어디 가는 나리야?’라고 묻는다. 
 
지가 뭔 연예인도 아니고 매일 아침 그렇게 스케줄을 챙겨서 확인하시는지.. 

아들은 주중에 4일은 유치원을 가고 중간에 목요일만 유치원을 안가는 데 이제 어지간히 컸으니 둘이서 놀러만 다니는데 한계도 있고 해서 따로 프로그램을 다닌다. 프로그램 시작이 오후이다 보니 영 오전 시간에 할 일없이 쳐지는 것 같아서 다른 프로그램을 하나 더 시작했다. 이제 세 돌도 넘었으니 토요일엔 한글 학교도 간다. 그나마 하루 쉬는 일요일에는 아침부터 눈뜨면 ‘오늘은 주말이야? 어디 안가는 나리야? 우리 쇼핑몰 갈까?’라며 계속 어딘가를 가자고 성화이다. 

그러고 보니 아들 스케줄이 참 빡빡하다. 

아들은 도대체 그 힘의 원천이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언제나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과시하며 바깥 놀이를 즐긴다. 

유치원 끝나고 데리고 오는 길에 날씨가 좋으면 꼭 자전거를 타다 들어가자고 한다. 목요일이면 프로그램을 두 개나 해서 힘들 법도 한데 프로그램 끝나고도 꼭 쇼핑몰을 가자는 둥 놀이터를 가자는 둥. 그냥 집에 간다고 하면 잔뜩 아쉬워하며 ‘우리 마트라도 가면 안될까?’라고 처량하게 묻는다. ‘~라도’라는 조사는 어디서 배웠을고… 
 
일요일엔 엄마는 지쳤으니 아빠랑 둘이 쇼핑몰이라도 갔다 오라고 하면 신이 나서 하던 거 팽개치고 번개같이 옷을 갈아입는다. 어찌나 코디도 잘 하는지 서랍에서 이것저것 뒤적거려서 지 맘에 드는 걸로 깔 맞춤을 한 다음 거울을 보며 뒤 태 확인까지 하고는 쿨 하게 ‘엄마, 가따오께~’ 하며 문 앞에 서있는다. 둘러멘 가방에는 어느새 지가 알아서 우유며 간식까지 다 챙겨 넣고 외출을 대기하고 있다. 
 
아들! 엄마도 잘 먹고 운동하면서 체력 관리해서 지치지 않고 우리 아들 쫓아다니도록 노력할게. 나중에 커서 더 이상은 엄마한테 같이 놀러 나가자고 하지 않는 날이 오면… 섭섭해 하지 않고 씩씩하게 아빠랑 놀러 다닐 수 있게끔 열심히 체력 관리할게.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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