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게~ 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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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쿨하게~

0 개 2,314 안진희
“아~ 맛있는 밥이당. 냠냠 맛있게 먹자아~” 즐겁고 의욕 충만하게 시작되는 식사 시간이다.

“야아~ 왜에~ 좀 먹어보자아~ 엄마가 맛있게 했자나.” 흠. 아직까진 애교가 실려있다.

그러나 아들은 엄마의 갖은 노력과 아양에도 절대 입을 열지 않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먹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온몸으로 표현한다.

“야! 너 진짜 안 먹을거야? 맛있는데 왜 안 먹어!” 이쯤되면 슬슬 목소리에 짜증이 실리기 시작한다.

“아놔 진짜. 안 먹을거면 관둬! 치워치워! 굶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결국은 이렇게 끝난다.

피곤한 몸 이끌고 온갖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차려낸 밥상을 거부당해 기분이 상하는 것인지, 아니면 밥을 제대로 안 먹어서 잘 못 크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정확히 무엇 때문이라고 할 수 없는 원인 미상의 울분과 화가 발끝에서부터 치솟아 올라 목소리에 고스란히 전달되는 시점이다.

우리 아들은 특별히 가리는 것은 없는데 희한하게 똑같은 메뉴라도 어떤 날은 거들떠도 안보고 어떤 날은 완전 흡입 모드이고 참 종잡을 수가 없다. 식판을 앞에다 들이밀고 오늘은 잘 먹어주시려나 몇 숟가락이나 먹으려나 조마조마 눈치 보는 심정이란… 시어머니께도 안하는 시집살이를 아들한테 당하고 있네 참…

관두라고 소리는 쳤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한 입이라도 더 먹여보려고 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는 걸 보고는 우리 신랑 쿨하게 한마디 던진다.

“안 먹을라카면 걍 먹이지 말아뿌라.”

아.. 나도 쿨하고 싶다.

“밥 제대로 안 먹어서 잘 안 크면 나중에 그 원망을 어찌 들을 건데? 밥 안 먹고 과자 같은 걸로 배 채워서 맨날 골골하면 뒷 감당은 어떻게 할건데? 안 먹는다고 그냥 안 주면 하루종일도 굶는데 그냥 놔둘거야?”라고 마구마구 쏟아내고 싶지만.. 애 놓고 한껏 둔해진 내 뇌에서 그렇게 화려한 언변은 절대 쏟아져주지 않는다.

약속 시간을 잡을 때마다 고민하는 모습에 지인 분들은, “아휴, 낮잠 한번 안 재운다고 애가 뭐 어떻게 되나.” “한번쯤은 잠 좀 늦게 재워도 괜찮아.”라고 쿨하게들 말씀하신다.

“저희 아들이 낮잠을 제때 안 자면 오후 늦게부터 피곤에 쩔어서 폭풍 짜증을 발산하고 껌딱지처럼 붙어서 저녁은 커녕 아무것도 못하고, 그럼 늦게 퇴근한 신랑한테 애 좀 보라고 하고 부리나케 밥해서 먹이느라 밤잠 시간도 늦어져서 애를 재우기는 더 힘들어지고 푹 자지도 못하게 되서 결국 온 식구가 피곤에 쩔개 되는 일상이 반복된답니다.”라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지만 이거 무슨 국회 의정 보고도 아니고…

그럴 때면 그저 유별난 과보호쟁이 엄마로 인식되는 편이 한결 더 쉽다는 생각이 든다. 음..이제보니 나도 남들처럼 쿨하다.

일전에 어느 블로그에서 한 엄마가, 요즘 엄마들은 왜 그렇게 별나게 애를 키우는지 모르겠다는 어른들 말씀에. 예전에는 소금이면 소금, 설탕이면 설탕. 모두 한 브랜드만 있어서 그냥 집어서 쓰면 됐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종류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무엇을 사야할 지 고민하고 공부를 하게 되는 거라고.

예전엔 아무거나 막 먹여서 키워도 다들 잘 컸다라는 말씀에. 그렇게 입이 즐거운 것들을 먹으며 자란 저희 몸에 쌓인 독소가 우리 아이들에게 내려가 그 아이들이 아토피라는 듣도보도 못한 병에 시달리고 있어 우리는 먹고 바르고 입히는 모든 것들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라고 한껏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저 웃음으로 넘겼다고 하더라.

아.. 역시 다른 엄마들도 쿨하고 그 주변 분들도 쿨하신가 보다.

아들아! 너도 쿨하게 밥 좀 잘 먹어주면 안되겠니? 우리 함께 쿨해져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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